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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미 Apr 07. 2016

이봉학여사의 카푸치노

#  나도 커피 좀 마실줄 안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2014년 현재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수가 4억 2천만 명에 이른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이는 1980년 히후 거의 4배나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세계는 지금 단맛과의 전쟁 중이다.


  멀리 갈것도 없이 우리 가족에게도 이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77세의 아버지는 40대부터 당뇨 치료를 해 오고 있는 먹고싶은 고민 많은 미식가이고, 이에 반해 74세의 어머니는 커피믹스에 설탕 두 스푼을 넣어드려야 꿀맛 같이 잘 탔다고 칭찬하는 그런 분이다.

  엄마의 음식이 정말 맛있는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아버지는 밥 한그릇을 뚝딱 맛있게 드신 뒤 꼭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맛은 있었는데... 느그 엄마 음식은 항상 너무 달다." 는 산통 다 깨는 말씀으로 엄마 심기를 건드렸다.  자식들 입맛보다 우리집 모든 식단의 중심인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우리 5형제는 맛난 음식보다 눈칫밥에 밥투정을 부리는 놈이 절대 없었다. 

 

   동* 맥* 커피믹스만 마셨던 엄마가 2001년 유학중이던 동생과 한 달간 호주생활을 하신 이후 가끔은 커피를 우아하게 즐기는 "Madam Cappuccino" 로 변하셨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광장 카페, 크루즈 선상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드셨던 카푸치노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린 엄마의 모습은 소녀같았다.  

  안해 봐서 그렇지 좋은걸 누가 몰라? 사는게 퍽퍽하니 그리 산거지...

  

 날 때부터 엄마는 그저 엄마였다는 듯 치부하며 왜 그리 촌스럽게 구냐고 무관심하게 방치했던 내 마음속에 잔물결이 일어 괜시리 짠하고 먹먹해진다.


 엄마 역시 '느끼고 싶은 여자'인 것을 무시하고 살았던 딸년의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가슴에 남아 이제는 가끔 엄마손을 이끌고 Cafe 데이트를 청해 본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바다와 야간 전경>
<시드니 광장 노천 카페>



 '이.봉.학'  어릴 적부터 결혼 전까지 불렸던 엄마의 처녀적 이름이다. 결혼 후 '이.옥.연'으로 개명하신 후 지금껏 목사의 아내로 살면서  이옥연 사모, 이옥연 권사, 이옥연 여사로 불리며 살아왔다.  

 이제는 정말 엄마를 기억할 만한 고향분들이  거의 다 돌아가셔서 "봉학이"라고 불러줄 친구는 몇 분 남아 계시지 않다.   


 문득 엄마의 젊은 날이 시리게 그리워서 20대의 엄마 이름을 써 본다. 


 나 또한 언제가부터 내 이름 석 자가 아닌 딸애 이름을 붙여 불리는 "소정엄마"로, 그저 이름 모르는 '아줌마'로 불리면서 순간순간 섭섭했던 날들이 많지 않았던가!   


 햇살 좋은 어느 날 카페에 앉아 엄마와 함께 커피 한 잔을 앞에 놓았다.

  

  엄마는 여전히 우유거품 풍성한 카푸치노에 시럽을 왕창 넣는다.  

  하지만 어떠랴!   우리 예쁜 엄마이봉학여사께서 그 순간(!!) 부드럽고 달달하게 행복하다면 그만이지~!^^


    "엄마, 시럽 더 넣을까요? 드셔 보세요."

    "아니아니 됐다...  너무 달면 커피맛이 없어... 딱 좋아!"

    "오~ 역시! 울 엄마~"

    "나도 커피 좀 마실 줄 안다~." ^^




  작년 여름, 동생 신영이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온 보라카이 여행 중 숙소였던 <솔마리나 리조트>가 너무도 아름답고 좋아서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엄마는 비취색 바다가 내다보였던 꽃이 만발한 그곳을 여전히 그리워한다.  

 엄마! 손녀딸 수능 끝나면 이번엔 우리랑 함께 또 가요~!   
건강하게만 곁에 계셔 주세요.  
사랑해요.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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