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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is Chung Nov 08. 2016

지단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

16/10/23 라리가 빌바오 전 통계를 참고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를 먹고 삽니다.




개막전을 제외한 이번 시즌 경기들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전반에는 패스&무브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투입이 되고, 후반에 속도전과 돌파, 역습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 투입되는 것입니다.


이 현상으로 짐작해보아, 지단 감독의 의중은 전반에 최대한 많은 공격 시도를 하여 1골 이상의 차이를 만들고, 후반에 오픈게임을 유도하여 그 차이를 벌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모라타는 벤제마에 비해 많은 공격 패턴을 만들지 못하지만, 속도와 역습, 그리고 라인 깨기만큼은 잘 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활동범위도 넓고, 수비도 열심히 해주니 오픈게임 상황에서 도움이 많이 되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바스케스는 두말할 필요 없지요. 두 선수는 웬만하면 후반에 꼭 투입되곤 합니다. 우리가 비기거나,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요.


최근의 세 경기의 주전 미드필더는 이스코-코바치치-크로스였습니다. 이 조합이 쓰인건, 최상의 미드필더 조합이기 때문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문제는 공격이 아니라 수비에 있기 때문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찬스(좌), 크로스 시도(우)


최근의 세 경기 동안 우리 팀이 찬스를 잡지 못한게 아닙니다. 빌바오 전의 크로스 횟수는 많습니다만, 주요 찬스들은 크로스가 아닌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이마저도 90분동안 10회를 가뿐히 넘기고 있습니다. 키패스도(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도 20회를 넘기고 있고요. 오픈 플레이에서는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피니시를 못하는 것에 비판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지, 무분별한 크로스가 원인이다는 주장은 통계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봅니다. 


크로스는 하나의 보조적인 옵션일 뿐입니다. 주요 찬스들은 오픈 플레이에서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단지 공격수들이 골을 넣지 못할 뿐입니다.






결론은 수비가 문제입니다.  



빌바오의 찬스(좌), 레알 마드리드 진영으로 보낸 빌바오의 패스(우)


빌바오의 찬스와 Attacking Third 지역에 배달된 패스맵입니다. 우리 팀의 왼쪽 사이드가 굉장히 불안하다는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빌바오가 롱볼을 대놓고 시도했다는건 우리 팀의 미드필더들이 굉장히 늦게 복귀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BBC가 건재하는 한 미드필더와 수비진은 빠르고 역동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 합니다. BBC 모두 무링요 감독 이후로는 수비시에 상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드리치와 카세미루를 제외한 모든 미드필더들이 디마리아가 해줬던 활발한 운동량을 수비시에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스코가 분전하고 있는 상태고요. 하메스는 정말..이 부분에서는 떨어지는 선수입니다.



예전에는 이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4백이 워낙 탄탄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바란 페페 라모스 세 선수 모두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팀의 실점 대부분이 그런 상황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단 감독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부분은 이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단 감독은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후반 오픈게임에 대비해 모라타와 바스케스를 투입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요. 체력적으로 떨어질 시기에는 전반처럼 했다간 더 많은 찬스를 허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적 웅크려 수비 안정감을 살리되, 공격해야 하는 상대를 나오게 만들고, 볼을 빼앗아 대각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선수들에게 공을 투입해 빈공간을 최대한 공격한다는 시나리오 자체는 굉장히 훌륭한 선택지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게 리그가 아니라 챔스일 경우입니다. 리그에서 만나는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보다 한 수 아래인 팀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챔스 토너먼트에서는 그게 아닐수도 있습니다. 지단감독이 오픈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반에 우위를 점하거나 적어도 동점은 되어야 하는데, 지고 들어가는 경우는 그냥 상대가 웅크리면 역습이 힘을 쓰기 힘듭니다. 강팀일수록 전반전에 차이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약팀에게서는 그나마 버틸만한 수비 가담 문제가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역전승이 필요한 경우는 우리가 골문을 두드리기 위해 계속 라인을 올려야 하는거죠. 시나리오의 전제조건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카세미루와 모드리치가 없는 한은 현재 체제의 4231, 433에서는 이런 수비문제를 떨쳐내기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팀의 풀백들은 굉장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게 상대 진영에서 아군 진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카르바할이면 문제가 없습니다만, 마르셀로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결국은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는게 제 결론입니다. 일단 전반기를 꾸역승으로 보내도 괜찮으니 안첼로티 감독처럼 다양한 시스템을 실험해보고, 후반기에 강팀 상대로 사용 가능한 하나의 시스템을 완성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 시스템은 이 정도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1.상대 공격수들이 들어오기 전에 미드필더들이 복귀할 수 있고

2.사이드를 집중적으로 방어할 수 있으며

3.강팀에게 보장된 역습 패턴 2개를 확보한다.





결론 


1.공격은 충분히 해주고 있다. 골결정력을 욕해야 한다.

2.약팀 상대로는 충분히 하고 있는데, 강팀에게 대응할만한 수비체계가 없다.

3.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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