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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Apr 13. 2023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 학교에서 “내가 잘하는 것 발표회” 수업을 했다. 잘하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하고 보여줘야 했는데, 어려운 숙제였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가 잘하는 것들을 말해줬더니, 아이는 ‘그건 누구도 잘해, 그게 잘하는 게 맞아?’ 같은 말로 대답했다. 아이는 큐브를 잘하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어 했다. 좋은 생각이야! 말했더니, 문제가 있단다. 최근 배운 큐브를 설명서를 보고는 잘 조립하지만, 큐브만 들고서는 맞추질 못했다. 주말 동안 외워서 발표회에서 보여주자고 했더니, 자신 없어하는 표정이었다. 계속 연습을 하라고 잔소리해도 과정이 복잡해 외울 엄두를 못 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저녁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잘한다는 게 뭐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엄청난 실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뽐내기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어야 할까? 인터넷에서 SNS를 하라고 권장하는 사람들이 꼭 이런 말 한다.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의미 있고 중요한 메시지라고. 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SNS를 하라고 한다. 맞다! 그거다! 단 1 명에게라도 보여주고 가르쳐 줄 수 있는 실력이면 최소한 그 한 사람보다는 잘하는 것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자.


아이에게 굳이 어려운 큐브를 맞추는 걸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기초적이고 단순한 큐브를 조립하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너의 큐브에 대한 관심과 열정, 지식을 보여주기엔 충분할 거라고 말했다. 아이 얼굴에 살짝 미소가 돌았다. 어려운 큐브를 단시간에 외울 생각 하니 눈앞이 캄캄했는데, 기초 큐브로 해도 된다는 말에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또 아이는 그 정도는 다른 애들 몇 명은 할 수 있을 텐데?, 라며 토를 달았다. 그런 아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큐브를 안 배운 아이들, 이 모양의 큐브를 처음 보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으니깐, 걔네한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설득했다.


발표회 날, 집에 온 아이에게 발표 어땠냐고 물었다. 발표할 때는 애들이 나도 저거 할 수 있어 그런 얘기했는데, 쉬는 시간에 몇 명이 몰려와서 그 큐브 자기도 해보면 안 되냐고 졸라서 줄을 세워서 하게 해 줬다고 즐겁게 말했다. 역시 그런 것이었다. 잘하는 것은 모든 사람 앞에서 뽐낼 실력을 갖췄다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그를 도와줄 수 있거나 그에게 보여줄 지식, 경험이 있다면 충분하다.


아이의 다른 말과 선생님의 알림장 말씀을 종합해 보면, ‘못 한다’는 ‘부끄럽다’와 동의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발표를 했고, 집에서 연습했는데 발표회에서는 부끄러워서 나서지 못한 아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준비를 하고도 부끄러워서 발표를 못하거나, 실력이 있음에도 남과의 끝없는 비교로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움츠러들거나……. 그렇게 자신의 ‘잘함’을 찾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럼 나는 무엇을 잘할까?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지식이 있다면 무엇일까? 부끄러워서 보여주길 손사래 치는 능력이나 재주 무엇이 있을까? 모르겠다. 고민해 봐야지.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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