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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주얼페이지 Feb 14. 2021

나는 어떤 꿈도둑일까

그림책 <꿈도둑> 읽기



몬테소리 전집에 있는 <꿈도둑>이란 책을 매우 좋아한다. 이 책의 문장 안에 담긴 메시지를 찾아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문장을 따라 읽느라 책 한 권 읽었네, 생각에 그쳤다. 사실 아무 기억이 안 난다. 두 번째 읽었을 때, '어머나! 세상에!', '이런 책이 애들 책이라고!?'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다. 나는 꿈이 있는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꿈을 꾸고 있는지 등등 궁금한 게 많아졌다.



"몇 년간의 느낌으로 목표를 정한 다음 꼼짝 않고 기다리기를 세 시간."


이 책에서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한 최초의 문장은 이것이었다. 꿈도둑은 "꿈 열쇠로 다각 다각 달가닥 문을 열고" 들어가서 맛있는 꿈을 꾸는 사람의 생각을 먹는다. 꿈도둑이 찾고 훔치는 것은 '맛있는 꿈'이다. 꿈도둑이 찾아가는 '맛있는 꿈'은 그의 목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점점 꿈도둑이 되어 내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나만의 꿈열쇠(비법)는 있는지? 나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지?




"먹어도 먹어도 다 먹을 수 없어요."

"남은 음식은 모두 자루에 담아서 어여차 영차, 집으로 갑니다."


꿈도둑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알고 있다. 처신을 하는 데 능숙하다. 나는 어떤가?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 적당한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지? 아니면 부족한가? 한 번에 다해내려고 욕심을 부리는 편인가? 다음을 기약할 지혜와 용기를 갖고 있는가?




"꿈을 먹고 살고 있어요. 멋있지요? 하지만 언제나 좋은 건 아니에요. '앗, 저 사람은 맛있는 꿈을 꿀 것 같다!'하고 생각했는데, 어, 이게 뭐야? 보석이잖아. 보석은 먹을 수 없어요."


돈이나, 유령, 숫자, 음악, 꽃 등이 나오는 꿈을 꾸는 사람은 먹보인 꿈도둑이 쫓을만한 다양한 가능성이 된다. 하지만 꿈도둑은 배가 부른 것이 최고의 행복이고, 그 행복을 위해 맛있는 꿈을 찾고 또 찾고, 때를 기다린다. 이 책의 주인공이 아닌 다른 꿈도둑은 돈을 쫓을 수도 있다. 나는 어떤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삼는가?


한편으로 목표를 따라 산다는 것은 멋지지만, 제대로 된 목표가 아닐 수도 있고, 불가피하게 실행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좌절감 혹은 상실감을 나는 어떻게 다루는가?



"만약에 여러분이 맛있는 음식 꿈을 꾼다면 빨리 먹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서 다 먹어 버릴 거예요."


그렇다. 꿈만 꾸고, 계획만 세우고 있다면 얼른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나 대신 해치워 버릴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은 두 가지 이유로 내게 중요한 책이 되었다. 하나는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내게 경고처럼 다가와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자극이 되었다. 다른 하나는 다른 그림책을 읽을 때, 문장과 스토리에서 다른 메시지를 찾아보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나에게 첫 그림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내가 어떤 꿈도둑인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게.... 나는 어떤 꿈도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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