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부자들은 흔히 시스템을 가지고 움직인다고들 한다. 처음 그 얘기를 듣고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은 어쩔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한 개인이 혼자 꾸역꾸역 노동하는 동안 어느 한 쪽에서는 미친듯이 프로세스가 돌아가고, 그 갭이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속도가 상상이 갔다.
나도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의 시스템이 구축되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돈도 경험도 없는 사람들은 영원히 부의 축적에서 소외되어야 할까?
알고 보니, 물론 돈을 비롯한 최소한의 것들은 필요하지만 거기에 앞서 그것들을 끌어올 수 있는 나의 변화가 필수였다. 바로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레버리지>다.
레버리지는 기본적으로 부 이전에 '자유'를 목표로 하는 개념이다. 내 삶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하고 그에 필요한 물질적인 기반을 갖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레버리지든 무엇이든, 자유로워져서 누리고 싶은 나의 삶은 무엇인가? 명확한 목표의식이 없으면 행동도 만들어질 수 없다.
목표의식을 만드는 5가지 요소를 저자는 VVKIK라고 말하는데, 가치(Value), 비전(Vision), 핵심 결과 영역(Key Result Area), 소득 창출 업무(Income Generating Task), 핵심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줄임말이다.
가치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건강, 돈, 가족 등 평소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쭉 써보고 그걸 재배열해보며 우선순위를 정한다.
비전은 좀더 명확하다. 구글의 비전은 무엇일까?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하고 누구나 접근하여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같은 분야의 집단이더라도 어떤 비전을 지녔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구조와 서비스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핵심 결과 영역은 비즈니스를 수행함으로써 성취하게 되는 최우선적 가치를 말한다.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가치와 정렬되어있어야 감정적으로 충족되고 생산성도 올라간다.
소득 창출 업무는 위의 핵심 결과 영역에 부합하는 일들을 말한다. 가장 핵심적이고 효율적인 업무가 무엇인지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어야 한다.
핵심 성과 지표는 레버리지를 점검할 수 있게 선정된 의미 있는 사항들을 말한다. 피드백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어야 레버리지도 발전한다. 이 지표들을 잘 활용하여 핵심 결과 영역과 소득 창출 업무의 경영을 다듬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려 목표의식이 설정되고 이는 곧 삶 속의 레버리지를 만든다. 그리고 이것에 의해 행동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레버리지란 정확히 무엇인가?
책에 소개된 법칙 중 '파레토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전체 중 80퍼센트의 성과는 20퍼센트의 노력에서 창출된다는 법칙이다. 즉 우리가 하는 노력 중 80퍼센트는 고작 20퍼센트의 효율밖에 내지 못한다. 그리고 대부분 엉뚱한 곳에 힘을 쏟고 작은 결과물만 얻는다.
레버리지는 이러한 현상을 뒤집고 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성과를 얻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 집중해야 하는 지점이 어딘지를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하며, 큰 중요성을 차지하지 않는(또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타인에게 아웃소싱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가장 잘 하고 좋아하는 이들에게 위임하고, 나는 내가 최대의 가치를 낼 수 있는 영역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성장시키는 핵심 요소는 시간,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다.
시간은 관리될 수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시간은 아주 특이한 자원이라서, 매 순간 무조건 소비된다. 우리는 그 시간을 소비할 수도(때론 낭비할 수도) 있지만, 투자할 수도 있다.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투자한 시간 이상의 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어서 나올 지식의 습득, 네트워크 형성도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지식 습득, 즉 공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행동 중 하나다. 왜냐하면 각자가 가진 자원 중 가장 귀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나'라는 자원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일이다.
네트워크는 레버리지에서 빼놓을 수 없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또는 훌륭한 사람들과 팀을 형성해 그들에게 업무를 분배하는 것도 레버리지의 필수 과정이다. 훌륭한 동료들과 서로 지식 및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그렇다. 결국 네트워크 자체도 하나의 시간 투자이자 학습이며,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라는 레버리지의 모토에 부합하는 요소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평소 읽고 적용이 어렵다 생각했던 몇몇 다른 책들의 퍼즐이 끼워맞춰지는 느낌이었다(<부의 추월차선>이나 <4시간> 등...).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앞서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구축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