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내게 남아 있는 용기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 화면을 켰다.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3년 만이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그동안 많다면 많은, 평범하다면 한없이 평범한 일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난... 아주 많이 지쳤다.
태어나 처음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 그만두고 싶다고.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였으면서 그 시간이 아깝지도 않냐고 스스로를 붙들고 흔들어보는 것도 한계다.
혼란스러운 머릿속과 마음을 가눌 수 없어 일기장에 몇 자 끄적이다 보니, 불쑥 이런 패배감에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지켜 온, 꾸려온 내 인생인데, 얼마나 귀한 내 삶인데, 이대로 이렇게 끝이라고?
억울하다. 이대로 포기해버리고 싶지 않다.
미칠듯한 피로감과 자괴감이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아직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나약함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싶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시 뛰어들어보기로.
꿈 많고 목표 뚜렷했던 목표 지향적이었던 과거의 나를
청춘의 시작에 있던 내 모습을 그리며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는 끝자락에 서있는 내가 다시 뛰어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난 아주 꽤 많이 지쳤기에 이러한 결심을 내리는 것에는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확실한 결심보다는 30프로의 마음가짐으로 일단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저지르고 보는 중인 거다.
수습은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하겠지.
그래, 지금 정말 딱 그런 심정이다.
같은 제목의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둘 중에 뭐가 나에게서 살아남을진 모르겠지만, 지금은 우후죽숙 뒤죽박죽인 지금 이 상태가 나중에는 어떻게든 정리되지 않을까?
이것도 미래의 나에게.
서랍에 깊숙이 박힌 글들을 차곡차곡 풀어봐야겠다.
하나하나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차근차근해볼 작정이다.
꽤나 정신 산만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다.
나는 행복해질, 그럴 권리가 있다.
내 행복은 결국 나 스스로가 찾고 만들어 나간다는 걸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결코 모르지 않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게 됐는데, 이 일 외에 내가 또 다른 무엇을 이만큼 좋아하는 일을 만날 수 있을지가 무척이나 궁금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이 일을 지탱하기 위한,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새로운 일을 고민하고 바라봤는데, 이제는 진정으로 내가 다른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아무것도 재지 않고 따지지 않고 맹목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난 또 만날 수 있을까?
그것을 찾기 위한 여정을 위한 첫걸음이다.
모두 남아 있을 수도, 아님 모두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포기라는 선택지 앞에서 새로운 경로를 찾으려 했던 나 자신이 기특하다.
고되고 지쳐서 아무것도 내게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내게 아주 자그만한 용기가 남아 있었는가 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 작은 용기 하나쯤은 가지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만 나타나는 용기.
우리는 이 용기를 어떻게 사용할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도망칠 수도 있고, 온몸으로 부딪혀 깨부실 수도 있다.
어떠한 방법이 되든 나 역시 이것이 헛되지 않게 알차게 열심히 살며, 지켜보려고 한다.
최종적으로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남아있을지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그 끝자락에 마음 한 조각은 남아 있겠지.
아, 그래서 난 지금 어른이 되었냐고?
전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