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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mi May 02. 2021

장류진 작가의 상승 코인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신분상승의 매직 포트




좋아하는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 나왔다. 장류진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단편소설 책을 통해서였다.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읽어양득 온라인 모임에서도 적극 추천했는데, 그 이유는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와 상황이 너무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통 소설 속 주인공은 갖가지 우연이 겹쳐진, 낮은 확률 * 낮은 확률로 일어날 법한 설정 속에 있어 '와, 만약 나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반면, 장류진 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은 굳이 상상을 할 필요가 없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나와 훨씬 가깝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소설 속 상황에 몰입되어 있는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작년에 직장 생활을 시작한 나는 소설을 읽으며 극혐해했던 부류의 사람들을 실제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경험을 하기도 해, '이 소설은 정말 하이퍼 리얼리즘이었구나' 새삼 느꼈다.



'달까지 가자'는 이보다 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하이퍼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은상 언니가 커피빈 (스타벅스가 아닌 커피빈인 것이 중요) 에 가서 자신의 비밀 정보를 슬쩍 흘려주기 전까지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 장편 소설을 이끌어 나갈 중심 소재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요즘 직장인들은 회사를 다니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것보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을 시드머니로 하여 어떻게 재산을 불려나갈지 궁리하는데 관심이 더 많다.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끝판왕 격인 비트코인. 


노동소득의 가치보다 몇 곱절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들의 그래프에 언제쯤 올라타는지가 내 남은 인생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만연하게 퍼져 있다.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국내 여행을 갈 수 있고, 가성비 좋은 숙소와 맛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때가 되면 자가용을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고급 트렁크 가방을 사고, 7성급 호텔에서 풀파티를 즐기고, 벤츠 E 클래스를 타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것처럼 느껴진다. 똑같은 것이더라도 더 좋고, 더 고급진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금전적 여유는 좋은 학벌과 좋은 직장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녔다. (은상이 건물주가 되자 연락한 치대생 전남친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나는 은상이 기생충의 기정 같다고 생각했다. 기생충의 해석글을 보면 기정이가 가족내에서 유일하게 스스로의 능력으로 계층 상승이 가능했던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런 유일한 인물이 결국 마지막에 죽임을 당하는 것은 지하에서 지상으로의 사다리의 몰락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전개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상은 결국 적절한 때에 가지고 있던 이더리움을 모두 팔고 퇴사한 건물주가 되며, 그 과정에서 직장 동료 두 명의 인생까지 끌어올려 주는데 성공한다. 제일 나중에 코인을 시작하는 지송이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코인을 주는 대목에서는 일말의 존경심까지 느꼈다. 나쁘게 말하면 돈에 환장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었던 은상을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다니, 역시 장류진 작가답다고 생각했다.


지송도 마찬가지다. 앞뒤가 꽉 막히고 고집 센 사람인 줄 알았는데 (특히 제주도 여행에서 비행기에 뒤늦게 타는 장면은 장류진 작가의 단편소설 '도움의 손길' 속 아주머니마냥, 실제로 만난 적 없는데도 짜증나서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스스로를 인정할 줄도 알고, 막판엔 승부사 기질까지 있었던 멋진 친구였다. 이들의 운명이 너무도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날짜별로 1 이더리움의 가격이 나오는데, 지금은 얼마쯤하나 궁금해서 업비트를 깔았다. 현재 1 이더리움의 가격은 313만원이다. 실체 없는 거품이다 뭐다 아직도 말이 많지만,

코인만큼 드라마틱한 부의 계층간 이동을 가능케한 기념비적인 사건이 앞으로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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