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부터, 언제는 5시부터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가스냄새, 기름 냄새, 어느 날은 생선 냄새, 요리하는 냄새가 방으로 들어온다.
임시 내방은 닫히지가 않아서 바로 옆에 있는 부엌의 냄새가 쉽게 다 들어온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아~ 잘 잤다' 이런 느낌으로 아침을 맞는 순간은 없었다. 아침 6시에 고등어를 구우신 날에는 정말 복잡한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다.
오늘은 아픈 아빠를 위해 콩죽을 끓이신다. 순간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차라리 사 먹는 게 낫겠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을 차리고, 치우고 또 차리고, 치우고... 어느 날 나는 설거지를 하며 엄마에게 말했다.
"하루에 두 끼만 먹으면 안 되나?"
부모님 집에 있으면서 나는 점점 느낀다.
'음식은 정성이구나.'
요즘 먹방이 많이 뜬다.
굉장히 매운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모습, 한 끼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양을 가볍게 해치우는 모습, 다양한 메뉴들을 시간 안에 빨리 끝내는 모습, 그리고 먹음직스럽게 크게 한입 밀어 넣는 모습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생각들이 오늘 문득 떠오른다.
'음식은 그렇게 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모두 다 '입안의 음식'만 먹는 것 같다.
암수술 후 식이상담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위 전절제 수술을 했지만, 매운 음식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였다. 고추장,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못 먹고 있어서 언제쯤 먹어도 되는지 궁금했다. 병원 영양사는 3개월 후부터 시도해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분은 다른 이야기를 해주신다.
위벽은 굉장히 튼튼하다. 위산의 산성도가 2 정도로 강한데 그런 위산을 위벽은 견딜 수 있다. 그래서 위는 웬만한 음식이 들어와도 괜찮은데 그 아래에 있는 십이지장, 소장, 대장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계속 못 먹는다는, 먹으면 안 좋다는 얘기를 길게 하셨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는 한 마디 더해본다.
"그럼 평생 못 먹는 건가요..."
생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고추장 음식을 먹냐 못 먹냐를 얘기하는 것이 좀 안타깝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셨을 것이다. 미소를 지으시며 얘기하신다.
"정 먹고 싶으시면 입에서 씹었다가 버리세요. 어차피 입안의 만족이잖아요."
아...
그 이후로 '입안의 만족'이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암 공부를 하며 새롭게 인지한 사실들이 있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입이 있어 먹고 코가 있어 숨을 쉬고 하는데 세포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세포가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줘야 한다. 포도당, 지방산 등으로.
맞았다.
내가 먹는 음식의 달고 짜고 매운맛들은 '입안의 만족'만을 위한 것이었다.
음식이 식도를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입안에서 오래 씹어보자.
씹을수록 좋은 맛이 있고 씹을수록 힘든 맛이 있다. 땅콩크림빵을 좋아해서 크게 한입 물어 씹어 보았다. 처음에 느낀 달고 고소한 맛은 씹을수록 밀가루 반죽을 먹는 맛이 났다. 아무리 매운걸 잘 먹는 사람도 오래 씹어 입안에서 맛을 음미하며 먹으라고 하면 잘 못할 것이다.
한국의 음식이 다양한 이유가 우리가 맛에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너무 둔감하기 때문에 더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음식은 정성이다.
입안의 만족만을 위해 먹어치우기엔, 그 안에 깃들여진 정성과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