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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narae Kang Dec 30. 2017

제3의 공간,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

시민 공유지를 만드는 참여 - 암스테르담 NDSM 북항구 재생

Make Your City! The City as a Shell (2)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 - 이미 있는 구조를  다시 새롭게 채워가는 도시

이 글은 암스테르담 기반 도시 활동가이자 전략가인 Eva de Klerk가 낸 신간 "Make Your City: The City as a Shell - De Stad als Casco"을 소개하는 두 번째 글이자, 출판기념회 후기이다. 책 목차와 책 배경이 되는 암스테르담 NDSM-지역에 대해서는 앞 글로!


        De Stad als Casco란? 

        젊은 날, Eva의 만남과 NDSM

        소유권에 대한 질문- 무엇이, 누구에게, 얼마만큼 속하나?

        소유 구조의 중요성과 Eva의 책

        NDSM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역사를 만든 이들과 앞으로 만들 이들이 나눈 이야기

        '우리'가 만들어 갈 도시




2017년 12월 18일, 저자의 초대를 받아 NDSM에서 열린 "Make Your City: The City as a Shell - De Stad als Casco"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책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De Stad als Casco 철학 소개
2부 암스테르담 북항구지역 개발 과정에서의 시민참여 역사와 시행착오, 현황, 관련 사례
3부 성찰과 교훈, De Stad als Casco란 개념에 대한 평가




De Stad als Casco란?


'De Stad als Casco(틀로서의 도시; 껍질로서의 도시)'는 도시 공간과 구조물 속에 창조성을 발현할 장을 포착하고 확장하는 시도이자, 그 창조성의 발현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그리고 그 시도들이 조화 속에 지속되면서도 함께 진화해가게 하는 노력을 지향한다. 그래서 'a shell'이다. 각 자치 단위가 이미 존재하는 구조 속에 채워져 가면서 그 구조를 변형하고, 종국에는 그 구조를 재창조하며, 채워지는 공간의 정체성을 색다르게 정의 내려 나가는 첫 출발점으로서의 틀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시간을 거쳐 도시에 형성되어 온 기반 시설, 가로 체계, 기존 구조물을 허물지만 말고, 그 지역 공간 이용자가 그 구조물에 새로운 기능을 채워 쓰도록 하자', '도시의 물리적 산업-역사-문화유산에 얽힌 사람의 관계망과 장소성을 보존하고 살려나가는 상향식 도시재생, 지역 주민과 실제 공간 이용자를 위하고 그들이 직접 주도하는 도시재생을 지향하자'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 있지만, 나의 말로 다시 정리해보았다.

본래 De Stad als Casco는 암스테르담을 사랑하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한 무리의 주민과 예술가가 암스테르담 에이(Ij)강 북쪽, 옛 항만 조선수리업 지역인 NDSM의 미래를 내다보며, 1996년 발표한 미래 도시비전 선언문의 제목이었다. 이 선언문은 1년 후 '방향을 바꾸는 조류(Het Kerend Tij; 반대 흐름)'란 제목의 도시재생 방법론 책자로 확장, 심화되어 출판되었다.

(책자를 만들어 NDSM지역을 획일적인 국제 수변 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안에 반대하고, 기존 산업유산들을 재활용하여 문화예술 중심의 사용자 주도 도시 재생을 해 보자고 주장했던 운동 집단 'Het Gilde van Werkgebouwen aan het Ij(에이강의 산업유산 건물 협동조합)의 기원과 활동에 대해서는 앞 글을 참고하라.)




젊은 날, Eva의 만남과 NDSM


저자 Eva De Klerk는 창의적인 도시공간의 개척자이다. 그는 젊은 시절, De Stad als Casco 선언을 만났다. 1997년부터 그 선언을 본격 실천에 옮기는 작업을 무려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모토는 '커뮤니티가 먼저이고, 그 다음에야 도시계획가가 할 일이 있다(First comes the community, second comes the planner)'이다. 현장에서 상향식 도시재생을 촉진하고 조직하는 데 전문성을 쌓아왔다.


Eva는 NDSM 재생에 1999년부터 참여해 왔다. 원래 조선수리업이 활발하던 NDSM-지역은, 산업이 쇠퇴하면서 새로운 기능과 새 이용자를 맞이해야만 했다. Eva는 원래 있던 산업 시설과 필지 구조를 최대한 재활용하여 그 안에 문화예술인이 각자 이상으로 그리던 '나만의 작업공간'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고, 창작활동에 전념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관심있는 이를 모으고, 옛 NDSM-조선소(Scheepsbouwloods) 내부를 어떤 공간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면 좋을지 의견을 모아 확정하고, 재정조달 계획을 세우고, 내부 공사를 발주하고,입주 일정을 조율하고, 그 후에도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Eva는 제안을 하나씩 실현했다. 이런 문화예술거점 조성계획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도 아니었고, 지금도 시와 이용자 사이에 향후 방향에 대한 이견은 존재한다. 하지만 Eva는 소통을 포기하지 않았고, 끈질기게 대화를 통해 상호이해와 설득을 시도했다.


왼쪽 뒤 SCHEEPSBOUW MAATSCHAPPIJ가 적힌 적색 건물이 NDSM-조선소


 

'Kunststad(예술도시)'는 외관이 초대형 창고와 같은 NDSM-조선소(Scheepsbouwloods) 내부를 흡사 하나의 작은 예술 도시로 구성한 프로젝트이다. 저 큰 건물 안에 거리가 있고, 컨테이너로 구성된 빌딩이 있다. 물리적으로는, 공간 이용자가 각각 기본 골조만 갖춘 상태에서 구역을 분양받아,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내부 마감을 하는 식이다. 기본 구조(casco's)를 창조산업에 종사하는 사진가, 시각예술가, 그래픽디자이너나 여러 스타트업이 각 정체성과 필요에 맞게 채워 넣게 하여, 공간 이용자의 참여와 개성 표출을 극대화한다. NDSM-조선소 Kunststad 에는 자그마치 80여 개의 예술 작업장과 스타트업 공간, 12개의 연극 연습장, 실내 스케이트장이 들어가 있다.


그 NDSM-조선소 내부, Kunststad (©  Stadsarchief Amsterdam)




소유권에 대한 질문- 무엇이, 누구에게, 얼마만큼 속하나?


2015년 가을, 이 곳에 위치한 Eva의 사무실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 나는 그 인연으로 연락을 이어왔고, 그 내용도 더 알아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문화예술 중심의 도시재생 또는 항만 산업지역의 도시 재생 성공 사례로 NDSM과 이 Kunststad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특히 Eva가 설계와 조직에 깊이 관여한 Kunststad(예술도시)의 소유권과 임대료 문제에 관해 관심이 깊었다. 기존 건물 구조를 허물지 않고 재활용해 그 곳 산업역사의 자취를 없애지 않은 채 새로운 기능을 채워, '소비'만 하지 않고 무언가를 '창작'해내는 대안문화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당시 획기적이었으나, 돈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Kunststad 조성 비용과 지속적인 운영관리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 NDSM이 지금처럼 국제적 명성을 누리기 전부터 이 곳에 들어와 창작 활동을 하며 이 곳을 알리는 데 일조한 초기 기여자들의 노력은 어떻게 보상받는지, 현재 암스테르담시 전체에 2025년까지 5만 채의 신규 주택 공급이 예정되어 있고 그 중 1만 채는 NDSM에 지어질 예정인데 Kunststad 주위로 주택이 들어서면 이 곳은 앞으로도 문화예술 창작활동의 거점으로 남을 수 있을지 등이 궁금했다.


소유권과 의사결정권, 이용권을 둘러싼 Kunststad 입주자와 NDSM-조선소 건물의 소유주이자 그 땅의 임차인(지상권자)인 Kinetisch Noord재단, 시정부 간의 갈등은 아직 다 해결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 문제이다. 공간 이용자는 적정 수준의 임대료에 건물의 나머지 개보수 작업과 유지, 운영 비용을 자체 조달하면서 그 구조물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고 싶어 하지만, 시정부 입장에서는 향후 언제 이 구조물을 허물고 더 수익 나는 주택이나 업무공간 개발을 허락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소유권 이양에 관한 공간 이용자의 요구에 대한 입장 표명을 흐리는 편이다.


현재 NDSM-조선소(Scheepsbouwloods)의 토지 주인은 시정부이고, 그 땅의 사용권(지상권)과 건물 소유권은 Kinetisch Noord 재단이 보유하고 있으며, 공간 이용자로부터 매달 임대료를 걷고 있다. Kinetisch Noord 재단 이사회가 Kunststad 입주자를 배제한 채 외부인으로만 채워졌고, 입주자연합(매달 임대료를 내고 컨테이너 오피스 등 분할된 공간 단위를 이용하는 세입자 협회)과의 조율과 협업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 향후 개발관리안에 대해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할 때가 많다는 점 때문에 최근 입주자 불만이 커져왔다. 또 자체 제작해 설치한 컨테이너처럼 입주자가 자기 돈을 들여 투자한 구조물에 대한 가치 인정, 지분 산정 개념도 아직 더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당시 행정재산과 민간재산 사이에서 공동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고, 그 가치 창출에 참여한 만큼 참여한 주체에게 합당한 득실을 돌리는 소유 구조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전은호님(전 토지+자유연구소 시민자산화지원센터장, 현 나눔과미래 시민자산화사업팀장)이 10여 년 넘게 고민해왔다. 네덜란드에서 지내는 중에도 그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고민의 결을 따라가고 있다. 특히 내가 주로 읽는 정책 문서는 암스테르담 시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주민 참여', 또는 '시민 참여', '공간 이용자의 직접 참여'의 이해와 항상 일치하지만은 않는 시정부의 논리에 익숙해져 있기도 했다. 또 어느 정도는 시정부가 땅과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팔아버리길 단호히 거절하고 특정 사안에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공간 이용자의 입장에서 Kunststad의 운명을 가슴에 품고서 그 파고(波高)를 함께 하고 있는 Eva의 경험과 식견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숙고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유 구조의 중요성과 Eva의 책


소유권, 즉 NDSM-조선소 건물과 핵심 구조물, 그 안의 가변 구조물의 가치에 대한 산정과 책임과 권리 배분은 명확하고 치밀해야 한다. 소유권이 원칙 상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가치 창출에 노력한 만큼 그 몫을 가져가고, 공동으로 창출한 가치는 공동으로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비용으로 환수해 공동기금화 하는 구조여야 한다. 그런 소유권, 재산권 구조가 실제 이 사례에 적용되고, 작동되고 있을까?

Eva를 가끔 만나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또 몇몇 질문에 대해서는 책을 읽어보라 했다. 복잡한 것은 설명을 반복해도 복잡하니, 정리된 문건이 확인과 숙고, 토론에 유용하다. 또 성찰과 분석이 촘촘한 글을 곱씹어 읽는 것은 어느 면대면 인터뷰보다도 더 깊은 통찰과 울림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드디어 책이 출판되었고, 나는 그 책을 현장구입할 겸 출판기념회를 찾았다!




NDSM에서 열린 출판기념회


2017년 12월 18일 출판기념회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15.30부터는 사전 NDSM 야외 답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NDSM을 처음 방문하거나, 이 곳을 더 알고 싶어하는 이를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다. NDSM 오픈스페이스 관리를 담당하는 큐레이터 Rieke Vos, 가구 등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고 그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회사 MadeUpNorth 프로젝트의 창시자 Huib Koel, 전 NDSM-조선소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는 시각예술가 Rienke Enghardt가 답사 안내자였다. 나는 Rieke Vos를 따라 갔다. NDSM 야외에 설치된 다양한 공공예술 사진을 감상했다. 사진 하나, 하나마다 NDSM의 지난 20여 년 변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풀려나왔다.



17.00부터는 NDSM 선착장 바로 옆에 위치한 Sexyland라는 임시 예술공간에서 저자 Eva de Klerk의 책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사회는 Eva의 오랜 친구, Natasja van den Berg가 맡았다. Natasja는 시민참여에 관한 책 '실용적인 이상주의(Praktisch Idealisme)'의 저자이자, 시민참여의 장을 기획하고 공유도시 담론을 퍼뜨리는 팍하위스 더 즈베이허(Pakhuis de Zwijger)의 각종 강연, 토론회의 사회자로 활약해 왔다.




역사를 만든 이들과 앞으로 만들 이들이 나눈 이야기


Eva는 먼저 책 집필에 영감이자 살아있는 출처가 되어 준 카롤린 펠트부뤼허(Carolien Feldbrugge)를 소개했고, 그를 만나 그 활동에 영향을 받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는 앞 글로.) 그 다음, 카롤린과 함께 과거 빌헤미나 주거자치회의 일원이었고, 현재는 노인 임대주택 공급에 전문화된 하비온(Habion) 주택협회의 임원을 역임하고 있는 페이터르 부런페인(Peter Boerenfijn)이 앞으로 나왔다. 이들은 4명의 논찬자 중 옛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초대받았다.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사회적 기술제조기업 MadeUpNorth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마를론 하위스만스(Marlon Huysmans)와 대안적 사립학교로서 기술을 쓰고 활용하는 직업 교육에 중점을 둔 'I AM College'의 설립자 루트허 더 하머르(Rutger de Hamer)가 초대되었다. 특히 MadeUpNorth와 I AM College는 NDSM에 거점을 두고서, 교육과 청소년, 청년, 취업, 일자리 문제를 연계해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완성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한창 힘을 쏟아 여러 관계자를 모으고, 뜻을 나누고, 자원을 끌어모으며, 참여하는 젊은이 한 명, 한 명을 세우는 중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된다.


이들이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각 이름 첫 글자를 땄다. Q는 Natasja가 던진 질문이다.


왼쪽 사진 - Eva de Klerk. 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Carolien Feldbrugge, Peter Boerenfijn, Marlon Huysmans, Rutger de Hamer 그리고 Natasja van den Berg.



Q: De Stad als Casco에서, Casco란 상징에 대해 좀 더 말해 달라.

C: 도시가 비싼 공간이 되기만 하면, 어딘가 경색된다. 도시의 어떤 부분이 비게 되면, 어떻게 그 빈 공간을 다시 채울 것인가? 정부나 시장 부동산 개발업자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도시 속에 침술요법처럼 이 곳, 저곳, 시민의 에너지가 분출, 표현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우리는 점거자, 예술가와 함께 시작했다. 사회적 관계망이 깨지고, 옛 흔적을 지우는 그런 도시개발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 도시 속 제조업자, 손기술을 가진 이들이 남을 곳을 만들자. 새 개발사업에 기존 거주자, 기술자, 예술가, 도시 노동자의 정체성을 새길 여지가 필요하다. 새로 짓기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Q: 우리는 (도시 개발에) 쫓겼고 속도를 내야 했다. 지금 도시는 (지금 말한 그 방향에 비춰볼 때) 충분한가?

C: 아니다. 현재 충분하지 않다. 각 장소가 진정으로 독특한 그곳만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가? 어디에, 정체성을 표현할 것인가? 소비주의에 길들여지지 않은, 직접 뭔가 문화를 생성하고, 만드는 창조적인 이들이 살 곳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이들이 자리할 공간이 필요하다.


Q: 무엇이 도시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가치(de waarde van stadsmakers)일까? 부동산 개발사업에 stadsmakers가 기여하는 것은?

P: 부동산 개발업자는 건물 짓고 떠나버리지만, 개발 후 공간을 실제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는 이들이 필요하다. Stadsmakers야말로 그 공간을 활기 있게 하는 이들이다. 그렇다면 도시에 Casco, 빈 구조가 필요하다. 폐교, 안 쓰는 주차장, 본 기능을 잃어버린 건물을 도시를 만드는 이들에게 주어, 그 공간을 재단장하고, 동네의 필요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자.


Q: 왜 실제로 더 많이 이뤄지지 않는 것인가?

P: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깔끔함을 좋아해서이다. 네덜란드인들은 깨끗한 공간을 선호하지만, 그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옛 공간을 더 창의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Q: Madeup Nooord 활동의 예를 말해달라. 시민들이 도시에 어떻게 부가가치를 생성할 수 있을까?

M: 단순히 공청회에, 이미 확정된 개발계획에 민원만 넣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함께 도시의 어떤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큰 의미 있다고 본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럼 참여할 수 있나? 몇 명이 모여 만든 작은 계획이 무슨 의미를 만들 수 있나?

M: 어디로부터 시작하긴 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 모여 그림을 그려보고, 학교, 관련 산업체, 학생들,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그 그림에 대해,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의견을 듣고, 여러 아이디어를 얻고,  이에 대한 흥미롭고, 좋은 ‘이야기’를 함께 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 초부터 우리는 시정부와 정식으로 대화하고, NDSM 계획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예를 들어 단순히 시에 이용(동원) 당하지 않고,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에 대해 Eva에게 조언받았다.


R: 우리는 직업학교가 공간을 얻기 원했다. 그 공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Eva의 도움을 받았다. 생태적인 산업을 가능하게 할, 작업장, 교육장을 얻기 위해 Eva와 함께 NDSM에서 가능성 있는 공간을 물색했다. 쉽진 않았고, 아직 진행 중이다. 조직 내부에서 도시의 변화, NDSM 개발 과정에 발언권을 주장하고자 하는 분명한 내적 동기를 갖고 있으면, 시정부에 끌려다니지 않고, 지속적으로, 근성 있게 발언하게 된다. 시가 다 정하게 두어선 안 된다. 우리 조직은 교육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 중이다.


C: De stad als casco는 단순히 개념이 아니다. 구체적인 조직, 행동할 주체에 의해 실천될 때만 그 개념이 실체화된다.


Q: 우리 사회에서 이런 개념이 과연 실체가 있나? 실현할 수 있나? 재무적으로나, 조직 구조에 있어 보조금, 시의 예산 지원이 없이도 시민이 뭔가 독립적으로 개발해내는 것이 가능한가?

C: 시민이, 주민이,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민을 연결하고 조직할 구조가 필요하다. 팍하위스 빌헤미나(Pakhuis Wilhelmina)의 경우, 그 공간을 쓰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돈을 지불했다. 또 나중에는 그 건물을 시민기부자의 지원으로 매입했고 비영리로 운영 중이다. 한 사람 당 4-500유로 당 지불한다면?

또 어떤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주민, 시민이 서로 알게 해야 한다. 개인적인 관심, 관계망, 연결이 중요하다. 왜 여기에 참여하나? 왜 여기에 관심이 있나? 서로 알 때, 상향식 주민, 시민주도안의 힘이 커진다. Pakhis Wilhelmina의 경우 100여 명의 참여자가, 매일 얼굴 보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알았다. 따라서 상향식 주민, 시민주도안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적정규모가 중요하다. 너무 작아도, 너무 커도 안 된다. 사람이 너무 적으면 서로 싸우기 쉽다. 너무 커도, 익명화되면서 책임감이 약해진다. 적정 규모여야 한다. 수백여 명 정도의 참여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에 더 유리한 것 같다. Critical mass, 적정 규모에 대해 잘 생각해내야 한다.


Q: 적정 규모란 무엇인가?

C: 우리가 처음부터 critical mass에 대해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De Stad als Casco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적정 규모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각 창고 건물, 폐교 건물 등을 조직하는 백여 명의 시민자산재단 여러 개가 도시 전체 차원에서 네트워크를 이룰 수도 있다.

사업을 시작하는 주체, 지도부가 각 참여자들을 조심스럽게, 민주적으로 엮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재정조달이 매우 중요하다.


Q: 책 읽을 때 무엇이 가장 재밌었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P: 가장 멋있다고 생각한 점은, 몇십 년에 걸쳐 Eva가 이런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은행에만 의존하지 않고, Crowd-funding을 시도해, 시민참여 공간을 더 넓히고, 그런 창의적 방법을 새롭게 생각해낸다는 점이 도전적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다시 부동산 경기 호조로 부동산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런 시민 주도 개발을 시도할 때이다. 지금 적용해야, 다음 부동산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M: 개인적인 인생 이야기를 책에 나눠준 점이 좋았다. 사고로 스위스에서 요양하고 돌아와 젊은 시절, 도시를 위해 지속적으로 헌신해 온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R: 진심에서부터 말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정책 문서에 말로만 존재하는 안이 아니라, 실제 믿고, 움직이는 것, 그 점이 가장 멋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세대에게 책 선사


Eva가 말했다.


"내가 처음 왔을 때는 시가 부동산 개발업자와 함께 NDSM을 국제 업무지구, 세련된 도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원래 살던 이들을 쫓아내고 기존 기능을 바꾸고... 그런 변화에 대한 불만족, 분노에서 NDSM 재생 방향에 대한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은 조선소였던 이 곳이 창조산업, 창의적인 제조업 현장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패션 디자이너, 목재가구 디자이너와 제작자 등 여러 메이커(makers)들이 모이고 있다. 나는 이미 충분히 열심히 달려왔다. 이제는 창의적인 다음 세대가 도시를 고민하고 행동 할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세대, 로테르담에서 여기까지 찾아 온 두 십대 친구에게 이 책을 특별히 주고 싶다."


Eva는 두 명을 뒤에서 불러냈다. 사전에 약속된 게 아니어서 어리둥절 나온 이들은 자기소개를 했다. 조선기술학교에서 한 명은 배 설계, 특별주문 선박의 도면을 그리는 교육을 받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직접 배를 제작하는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책을 수줍게 받아 들고선 말했다. 꼭 읽고 소감도 나누겠다고-!




나오며 - '우리'가 만들어 갈 도시


출판기념회라 하기엔 사실 전혀 딱딱하지도, 엄숙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Eva가 암스테르담과, NDSM과 함께 살아온 역사를 그대로 나눈 시간이기에 억지도, 부자연스러움도 없이 그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갔다. 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 중 일부는 도시설계, 도시설계참여과정 기획 회사나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온 듯했고, 대부분은 이런 저런 인연으로 Eva를 알게 된, 거의 대부분 NDSM에 살거나, 일하거나, 자주 놀러 오거나, NDSM에 애정을 둔 이들이었다.

내가 앉은 자리 앞에는 마침, Carolien이 옛 주거자치회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Carolien의 활약과 Eva의 젊은 날에 대화가 마치길 기다렸다가, 인사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Peter에게는 Habion의 프로젝트를 소개한 한국어 기사가 있음을 소개해줬다. 마침 내 옆자리에는 여러 도시를 다니며 각 도시에 어린 정신(spirit)을 느끼는 대로 그리는 연속 작업을 하고 있는 화가 Baukje Spaltro가 앉아서, 그 작업을 소개받았다. Baukje는 Pakhuis Wilhelmina를 통해, 책의 저자 Eva와 연결되어 전시회 대담을 함께 했다고 한다. Pakhuis Wilhelmina는 100여년 전 지어진 대형 물류창고를 개조해 예술가들이 작업실로 쓰고 있는 창작 공간이다. NDSM재생에 선행된 암스테르담 동항구지역에서 점거운동의 결과로 파생된, 시민 주도 개발의 선례, NDSM의 Kunststad에 영감을 준 사례이다.  


Eva가 책에 써 준 문구는 '전 세계에 아름다운 도시를 함께 만들어가' 였다.

단순히 겉모습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도시를 꿈꾼다. 충분히 분석적이어야 하고 비판적이어야겠지만, 오늘 저녁은 사람 좋은 이 분위기에 취해본다. 움직일 힘은 이성뿐만이 아니라, 호기심과 애정, 내쫓기는 존재에 대한 연민에서 나올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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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 자료 -

임동선 & 김정빈. 2015.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재생 사업에 있어 참여 주체 간의 역할에 관한 해외사례 연구. Journal of Korea Planning Association, 50(3), p.225.
장은지. 2016. 암스테르담 NDSM지역 재생 사례와 시사점. 도시미래신문. 주간특집 지역 커뮤니티,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으로 가는 길 ④. 2016. 7. 22.

논문과 기사는 2000년대 초까지의 이야기만 담고 있다. Eva의 책에는 앞뒤 배경과 향후 전망, 계속 진행되고 있는 여러 이해관계 간 갈등, 제3의 공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소유권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직 번역 안 된 이 책은 출판사에서 직접 구해 볼 수 있다.

책 뒤에는 시민참여부동산개발운영회사의 조직원리를 소개하는 표도 있다. 항구시설, 산업유산, 폐교 등 도시 내 유휴공간에 대한 기획과 주민-시민-이용자 참여 설계 원리, 시정부와 시민참여개발재단(시민자산화회사) 간 바람직한 관계 설정에 관해서도 암스테르담 정책을 언급하며 논하고 있다.

전은호, 「공유재로서의 도시」, 정림건축문화재단 엮음, 『시민의 도시, 서울』, 마티(곤조), 2017.

개인만도 아니고, 상업성을 추구하는 시장 부문만도 아니고, 공공 행정만도 아닌 시민이 만들어가는 시민에게 필요한 시민의 공간, 즉 "제 3의 공간", 시민공유지에 대해 핵심을 담은 간결한 입문용 에세이이다.

사회적 부동산 공유 프로젝트 리:커머닝 (RE:COMMONING).

https://recommoning.kr, www.facebook.com/recommoning  

소유권에 대한 해결책을 실제로 구현하는 사회적 부동산 공유 프로젝트. 2018년 4월 27일 첫 리:커머닝, 시민자산화대회를 거쳐 7곳을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팀은 사회적 부동산을 확보해 운영할 수 있도록 금융 및 법률 컨설팅과 자본조달 플랫폼을 지원받는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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