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나 Nov 14. 2024

07. 작은 인연 큰 울림

내 이름을 특별하게 만든 인연

"OO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늘 두세 명이 동시에 반응했다.

나는 흔한 이름을 가졌다.

회사에서도,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서도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학창 시절엔 같은 이름을 구분하기 위해

키를 기준으로 

큰 OO. 작은 OO 식으로 불렸다. 

너무 흔한 이름이라

가끔은 나 자신도 내 이름처럼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다.

특별한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이 흔한 이름 때문에 뛰어날 것 없는 내가 

더 평범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특별하게 느끼기 어려웠다.


어느 순간 내 이름이 전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인터넷 아이디를 만들 때면 한참을 고민했다.

특별한 이름이 갖고 싶어서.

하지만 늘 내 이름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OO이가~"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엄마의 목소리 속에 

"첫째"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게 새겨있었다.

"OO는 알아서 할 일 잘하니까 내가 믿지"

그 한마디에 내가 몰랐던 신뢰가 느껴졌다.


그때부터 나를 불러준 사람의 목소리가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잘 해결되었어요. OO님 고마워요"

내 이름을 부르며 전하는 감사의 말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었다.

나의 노력과 가치가 담긴 칭찬이었다.


같은 이름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내 이름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고,

그 이름 속에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흔한 닉네임이었지만

내가 쓴 글과 댓글에 진심을 담아 답할 때마다

작은 울림이 있었다.

"OO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항상 OO님 글을 기다렸어요."


그런 순간들을 반복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이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이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름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진심의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들을 통해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흔한 이름 속에서도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라는 존재를 알아보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이름을 가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름 속에 담긴 수많은 순간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 순간 우리가 쓰는 이야기는 모두 특별하다.


지금 잠시,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지지해 준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그 이름 속에 담긴 사랑과 지지를 기억하며,

당신은 이미 충분히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느껴보세요.



작가의 이전글 06. 고요한 내면의 목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