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과 문학
노사크는 공습이 있은 며칠 뒤 함부르크로 돌아가는 길에, 잔해가 즐비한 황무지 한복판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집 안에서 유리창을 닦는 여자를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정신나간 여자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 아이들이 앞마당을 청소하면서 갈퀴로 고르고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기에, 다른 이에게 그 일을 이야기하는 순간 그것이 마치 기적처럼 여겨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공습에서 온전히 살아남은 근교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자기 집 발코니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는 어떤 곤충 군체가 그들의 이웃집이 무너져내렸다 하여 슬픔으로 마비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감 능력을 기대한다. 이런 점에서 1943년 7월 말 함부르크에서 소시민들이 매일의 일정한 다과 시간을 고수했던 것은 무엇인가 소름끼치게 부조리하고 추잡한 면을 지니고 있다.
공중전과 문학
제발트
밑줄 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인간의 본성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긴다. 2014년의 어느날, 304명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면서도 나는 근무지였던 광화문과 세종시의 분위기에 빠른 속도로 익숙해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광화문의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큰 소리로 웃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란 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