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어려움을 사랑해야 합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by 이기자

당신 또한 고독을 사랑하고 당신에게 부닥쳐 올 고통을 아름다운 음조로 참고 견뎌 내십시오. 당신이 쓴 편지 내용에 따르면, 평소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멀어져 간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주변이 넓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아무와도 함께 할 수 없는 당신의 성장을 오히려 기뻐해야 합니다.

부디 어린 시절처럼 고독해 보세요. 아이들 눈에는 중요하고 크게 보이는 사물을 어른들이 우왕좌왕하며 무심코 지나칠 때, 아이들은 얼마나 고독함을 느꼈겠습니까? 어른들은 바쁘게만 보이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런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당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 위에 올려놓으십시오. 당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야말로 당신의 혼신의 사랑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의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확인시키는 데 쓸데없이 많은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내가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것은, 우리는 언제나 어려움에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어려운 쪽이 바로 우리의 몫이지요. 우리는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 삶이 우리의 것이 되고 우리의 무게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삶이 갑자기 쉬워지고 가벼워지고 즐거워졌다면, 그것은 벌써 그들이 진지한 삶의 현실성과 독자성을 느낄 수 있는 힘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삶의 의미라는 차원에서 보면 결코 발전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삶의 모든 가능성으로부터의 결별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어려움을 사랑하고 그것과 친해지고 또 배워야 합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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