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맛 나는 두 권의 만화책

20160911 방송

by 이기자

TBS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매주 일요일 자정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대본을 브런치에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11일 방송에서는 술맛 나는 만화책이라는 주제로 <술꾼도시처녀들>과 <바-레몬하트> 두 권의 만화책을 소개했습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대본은 사전에 준비한 내용으로 실제 방송 내용이랑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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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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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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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종현

가을하면 어떤 게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지금 책 소개하는 방송이고 하니까 아무래도 가을하면 독서의 계절. 이렇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요. 사실 저는 가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술입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야외에서 술 한 잔 하기 좋은 계절이잖아요. 거기다 대하에 굴에 전어에 술꾼들이 좋아하는 안주들도 제철을 맞아서 아주 싱싱하죠.


DJ

오늘은 술에 대한 책이군요.


종현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는 할 건데요. 그냥 책은 아니구요. 만화책입니다. 두꺼운 책도 좋지만요. 술을 다룬 재밌는 만화들이 많거든요. 오늘은 그중에서 두 개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DJ

술을 다룬 만화책이라고 하면, 신의 물방울 같은 만화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어떤 만화책인가요?


종현

먼저 소개해드릴 만화는 <술꾼도시처녀들>입니다. D포털사이트에 2014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웹툰인데요. 인기를 끌면서 만화책 단행본으로도 나왔습니다. 저는 웹툰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보기 시작해서 한 편도 놓치지 않고 다 챙겨본 팬입니다.


DJ

사심방송이네요. ㅎㅎ. 어떤 내용인가요? 술꾼도시처녀들이라는 제목으로도 등장인물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종현

맞습니다. 술꾼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술을 사랑하는 삼십대 중반의 세 명의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리우, 뚱이, 꾸미 이렇게 세 명이 절친한 친구이자 술친구로 등장하거든요. 항상 몰려다니면서 술을 마시는데 그러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소소한 일들을 재미나면서도 공감가게 그린 만화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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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리우, 뚱이, 꾸미. 이름부터가 재밌는데요. 어떤 캐릭터들인가요?


종현

이름에 캐릭터의 특징이 담겨 있습니다. 리우는 중국어로 여섯이라는 뜻이잖아요. 이 리우라는 캐릭터는 소주를 여섯 병을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뚱이는 평소에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술이 들어가면 애교가 넘쳐흐르는 캐릭터고요. 꾸미는 늘 같은 옷에 둥그런 안경을 쓴 꾸미는 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캐릭터예요. 언제나 함께 술을 마시는 세 명의 술꾼도시처녀들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DJ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 나눠볼게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토이의 애주가가 좋겠네요. 술의 마력을 이렇게 재밌게 표현한 노래도 없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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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토이 - 애주가

https://youtu.be/uVG_UsCTz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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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토이의 애주가 듣고 왔습니다. <술꾼도시처녀들>이라는 만화책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세 명의 여자주인공들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는 건가요?


종현

이 만화는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짧게 짧게 그립니다. 그래서 큰 스토리가 딱히 있다고 할 수는 없는데요. 물론 주인공들이 연애를 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변화를 겪기도 하고 그런 것들은 있지만요. 역시나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가 중요한 거죠.


DJ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 있을까요?


종현

초반에 나오는 에피소드인데요. 술꾼들이면 다들 주사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잖아요.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셨던 뚱이가 다음날 아침에 회사에 출근했는데 가방에서 뭔가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는 겁니다. 출근하고 정신을 차린 뚱이가 가방을 열어봤는데 뭐가 나왔을까요? 술집 메뉴판이 가방에서 나온 거예요. 뚱이의 술버릇은 술자리에 있던 걸 자기도 모르게 집에 들고 가는거죠. 술집 화장실 열쇠며, 초밥이 그려진 주점 간판이며, 마시다 남은 소주병을 가방에 넣어놨다가 깨져서 알콜에 다 젖기도 하고요.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보다 보면 ‘아 나도 술 한 잔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DJ

생각만 해도 재밌네요. 술집 앞치마 벗지도 않고 그대로 집에 가서 잠들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책밤지기는 특이한 술버릇 없나요?


종현

저는 뭐 기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량을 제대로 못 지키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때는 지갑도 잃어버리고 노트북을 택시에 놓고 내린 적도 있었는데요. 요즘엔 제 주량을 아니까 그런 경우는 많지 않고요. 대신 하이 텐션이라고 하죠. 굉장히 업이 돼서 기분이 좋아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려고 하고 그런답니다.

<술꾼도시처녀들>이 인기있는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가 매 에피소드 마지막에 나오는 오늘의 안주예요. 매 에피소드마다 만화책을 쓴 작가가 직접 가보고 마음에 들었던 가게의 음식들을 소개하거든요. 여기에 소개된 것만 따로 모은 맛집 지도가 있을 정도입니다.


DJ

책밤지기도 술집이라면 빠지지 않고 돌아다니셨다고 들었는데요. 술꾼도시처녀들에 소개된 가게 중에 가보신 곳도 많겠어요?


종현

물론입니다. 웹툰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소개한 식당이 을지로 을지면옥이거든요. 제가 평양냉면을 정말 좋아해서 을지면옥도 당연히 좋아하고요. 연남동 중국집이나 을지로의 골뱅이 같은 음식들도 좋아합니다. 이 만화책의 작가님이 망원동에 살고 계신다고 하거든요. 그래서인지 망원동 맛집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부자부대찌개나 청어람 곱창전골 같은 메뉴들은 아마 웬만한 술꾼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실 겁니다.


DJ

술맛 나는 만화책. 첫 번째 책으로 <술꾼도시처녀들> 소개해주셨는데요. 책밤지기의 애정이 묻어나네요. 노래 한 곡 듣고 두 번째 책 만나볼게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술 이야기를 한참 했으니 해장을 해야겠죠. 미식가요라는 팀의 <해장 쌀국수>라는 노래 골라봤습니다. 음식에 대한 노래를 하는 팀인데 평양냉면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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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미식가요 – 해장 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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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술맛 나는 만화책. 두 번째는 어떤 책인가요?


종현

<술꾼도시처녀들>이 소주와 맥주에 집중했다면, 두 번째 소개해드릴 만화책은 위스키나 칵테일, 와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레몬하트>라는 만화책입니다.


DJ

<바-레몬하트>면 ‘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겠네요?


종현

맞습니다. <심야식당>이라는 만화가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밤 12시에 문을 여는 심야식당의 주인과 가게의 단골손님들이 얽히면서 우리네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따뜻하게 풀어내서 많은 공감을 받았죠. 한국에서도 드라마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니까요. <바-레몬하트>는 심야식당의 ‘술집’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심야식당에 마스터가 나오는 것처럼 이 만화에도 바를 운영하는 마스터가 나오고요. 단골손님들도 있습니다.


DJ

<심야식당>은 매 에피소드마다 소울푸드가 하나씩 등장하잖아요. 양배추롤이나 빨간 비엔나 소시지 같은 음식이 유명한 걸로 아는데요. 그러면 <바-레몬하트>에는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술이 등장하는 건가요?


종현

맞습니다. 심야식당이 손님의 사연에 맞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처럼, 바-레몬하트에서는 손님의 사연에 맞는 술을 마스터가 추천해줍니다. 제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어느날 바에 찾아온 손님 중에 고향 마을이 수몰된 사람이 있었어요. 댐을 짓는 바람에 고향 마을이 사라진 거죠. 그 이야기를 하면서 쓸쓸하게 술을 마실 때 마스터가 위스키를 하나 추천해줍니다. 킨크레이스라는 위스키인데요. 이 위스키를 만들던 증류소가 1970년대에 문을 닫았거든요. 남아 있는 위스키들을 모두 마시고 나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는 거죠. 고향마을을 잃어버린 손님의 사연과 증류소가 폐쇄돼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위스키의 사연이 비슷한 구석이 있죠. 혼자 쓸쓸하게 술을 마시던 손님은 그 위스키를 동지처럼 여기게 됩니다. 별 것 아닌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참 애틋한 사연이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 매번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사연을 거기에 어울리는 술과 함께 담담하게 풀어내는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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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앞에서 소개한 <술꾼도시처녀들>이랑 비슷하면서도 다른 구석이 있네요. 일상의 이야기를 술과 함께 풀어내는 건 비슷한데 결이 다르다고 할까요.


종현

술꾼도시처녀들이 가볍고 재치있다면 바-레몬하트는 진지하면서 중후한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늘 가볍기만 한 사람은 매력이 없죠. 늘 진지하기만 해도 문제고요. 둘 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니까요. 두 권 다 참 매력적인 책입니다.


DJ

술과 함께하는 인생 이야기 듣고 있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이야기 계속 나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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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Amos Milburn - One Scotch, One Bourbon, One Beer

https://youtu.be/RZrP18m0l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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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에이모스 밀번>의 원 스카치, 원 버번, 원 비어 들었습니다.


종현

영국의 유명 음악잡지인 ‘모조’에서 2007년에 담배와 술에 관한 명곡 15곡을 선정한 적이 있거든요. 거기에 포함된 술에 대한 명곡이었습니다.


DJ

역시 술 이야기에 음악이 빠질 수가 없네요. 술맛 나는 만화책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바-레몬하트>라는 만화를 두 번째 책으로 소개해주셨어요.


종현

최근에 한국도 술 마시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잖아요. 예전에는 무조건 들이붓고 폭탄으로 섞어 마시고 그러는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취하도록 마시는 걸 자제하고 좀 더 즐기는 문화가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생긴 게 위스키를 맥주에 섞는 폭탄 제조용으로 보는 게 아니라 위스키 자체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 거죠. 싱글몰트니 베티드몰트니 하는 용어들이 이제 심심치 않게 등장하죠. 신문에서도 싱글몰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바를 소개해주고 있고요. <바-레몬하트>가 이런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DJ

위스키나 칵테일을 미리 접할 수 있다는 면에서요?


종현

저는 이 만화책을 참고서처럼 쓰고 있습니다.


DJ

참고서요? 만화책으로 공부를 하는 건가요?


종현

그렇죠. 위스키나 칵테일이나 와인이나 관심은 있어도 접하기는 어렵잖아요. 소주나 맥주에 비해서 진입장벽이 높은 셈이죠. 종류도 워낙 많고 가격도 비싸니까요. 술은 일단 마셔봐야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를 알 수가 있는데 위스키나 와인이나 이런 술은 쉽지가 않은 거죠. 그래서 이 술이 어떤 술인지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그중에서 끌리는 술에 도전을 하는 건데요. <바-레몬하트>는 다양한 술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주니까요. 만화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술이 나타나면 도전해보고 합니다.


DJ

공부하듯이 정리도 해가면서요?


종현

그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주당처럼 보일 것 같은데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만화를 보다가 재밌는 술이 보이면 직접 구해보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면 스타벅스에서 출시한 술이 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 리큐어라는 술인데요. 버번으로 유명한 짐 빔 사의 기술과 스타벅스가 엄선한 아라비카 원두를 활용한 술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20도나 되지만 알코올 냄새가 나지 않는 술로 유명하다고 해요.


DJ

직접 마셔본 건가요?


종현

커피향에 취한다고 하잖아요. 정말 커피맛에 마시다보면 취하게 되는 술입니다. 국내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운데요. 일리에서 만든 리큐어도 있으니까 대체재로 쓰시면 될 것 같아요.


DJ

오늘 정말 술맛 나는 시간이었네요. 늦은 시간이지만 자기 전에 맥주라도 한 잔 해야겠습니다.

마지막 곡 소개해주세요.


종현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리햅 마지막 노래로 들을게요. 술은 언제나 딱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는 정도까지만 마셔야 한다는 오래된 교훈을 떠올리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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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Amy Winehouse - Rehab

https://youtu.be/KUmZp8pR1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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