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5 방송
TBS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매주 일요일 자정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대본을 브런치에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25일 방송에서는 개가 바라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야성의 부름>과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이라는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대본은 사전에 준비한 내용으로 실제 방송 내용이랑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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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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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종현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요. 미국 볼티모어 지역의 어느 집에서 불이 났는데 집에서 기르던 개가 생후 8개월된 아기를 구하고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불이 거셌는데 폴로라는 이름의 개가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던 아기를 자기 몸으로 감싸서 지켜줬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어요. 개는 화상이 심해서 죽었지만 아기는 경미한 화상만 입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개라는 동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오늘은 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권의 소설을 준비했습니다. 개가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DJ
개를 기르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가 주인공인 소설인 거죠?
종현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점이 개의 시점입니다. 개의 시점에서 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는 소설들이죠. 두 마리의 개를 소개해드릴 텐데요. 둘다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는 인생을 사는, 인간 못지않게 영특하고 뛰어난 개입니다. 그런 말도 있잖아요. 사람보다 개가 낫다고. 굳이 말하자면 딱 그런 개들에 대한 이야기인거죠.
DJ
좋습니다. 그럼 첫 번째 책부터 소개해주시죠.
종현
외국작가의 책인데요. 잭 런던이라는 작가가 쓴 <야성의 부름>이라는 책입니다.
DJ
제목이 강렬하네요.
종현
책 내용도 제목 못지 않게 강렬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벅’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냥개에요. 책의 배경이 19세기 말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시절의 미국입니다. 벅은 샌프란시스코 산타클라라 지방의 부유한 집안에서 기르는 사냥개였거든요. 세인트버나드와 셰퍼드의 혼종으로 동네 전체를 주름잡는 작은 나라의 왕 같은 개였죠. 그런데 집에서 일하던 정원사가 돈을 벌려고 벅을 알래스카 지방에서 썰매 끄는 개로 팔아버리면서 고난이 시작됩니다. 소설의 본격적인 시작도 벅이 알래스카 지방으로 보내지면서 부터고요.
DJ
벅한테 어떤 고난이 닥칠지 노래 한곡 듣고 이야기 들어볼게요.
종현
벅의 친구들이 될 시베리안 허스키의 노래입니다. 오늘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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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시베리안 허스키 - 오늘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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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로 떠난 벅은 어떻게 되나요?
종현
샌프란시스코에서 벅이 따랐던 주인은 합리적이고 신사적인 사람들이었거든요. 매질도 없었고 벅도 얌전히 사람들을 따르기만 하면 됐죠. 그런데 알래스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생활이 펼쳐져요. 벅의 새 주인들은 몽둥이와 채찍으로 벅을 훈련시킵니다. 벅은 처음에는 저항하다 나중에는 몽둥이를 든 사내를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복종합니다. 힘이 지배하는 야생의 세계에 발을 들인 거죠.
처음 벅은 알래스카에서 우편물을 나르는 썰매개가 되는데요. 여러 마리의 썰매개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옛날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도 해요. 몰래 주인의 음식을 훔쳐 먹기도 하고요. 원래 있던 우두머리 개를 공격해서 물어뜯기도 하고요. 인상적인 문구가 있는데요.
“벅은 싸움에서 어중간한 타협이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배하느냐, 굴복하느냐, 둘 중 하나였다. 야생의 삶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자비란 존재하지 않는다. 벅은 아득히 먼 원시시대에서 내려온 이 명령에 복종했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개의 피에 있던 야성의 부름에 벅이 마침내 응답한 거죠.
DJ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도시를 벗어나 야생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벅처럼 행동하지 않겠어요?
종현
잭 런던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그런 주제일 겁니다. 벅이라는 사냥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사실 야성을 잃은 인간 사회에 대한 경고이기도 한 거죠. 잭 런던이 이 책을 쓴 게 1903년이거든요. 서구에서는 한창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자연이나 야생의 삶에서 멀어지던 때였죠. 그 와중에 잭 런던은 직접 알래스카로 갑니다.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그 추운 지방으로 뛰어든 거죠. 도시에서 자란 잭 런던에게 알래스카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산업화나 도시화와는 거리가 먼 야생의 땅에서 잭 런던의 인간의 피 속에 숨어 있던 거친 본능을 봤고 나중에 알래스카에서 돌아온 뒤에 이 책 <야성의 부름>을 쓴 겁니다.
DJ
작가가 직접 경험한 야성의 힘을 책으로 풀어냈군요. 벅은 그 와중에 살아남게 되나요?
종현
온갖 고초를 겪은 끝에 살아남습니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살아남는데요.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위해 한동안 사냥개로 돌아가 옛 과거의 삶을 떠올리는 생활도 해요. 그러다 그 사람이 인디언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자 벅은 주인의 복수를 위해 인디언 부족을 습격합니다. 그 와중에 벅은 깨달아요. 곤봉과 활과 창이 없는 인간은 알래스카개들보다도 쉽게 죽일 수 있다. 힘의 법칙에서 자신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되죠. 마침내 벅이 자신의 내면에서 계속해서 울려퍼지던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는 순간이에요. 벅은 그대로 알래스카에 사는 늑대들의 무리에 들어가 몇 번의 싸움 끝에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벅의 일생이에요.
DJ
개의 일생이라고 해서 단순하지가 않네요. 파란만장한 일대기였습니다.
종현
프로이트 같은 사람은 문명 속에 지울 수 없는 폭력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거든요. 문명이나 이성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무작정 믿기보다는 가끔이라도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본능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이 드는 소설입니다.
DJ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이야기해볼까요?
종현
보드카 레인의 노래입니다. 제목이 <하얀개가 있는 곳, 진도>인데요. 다음 책의 주인공이 바로 진돗개거든요. 하얀 진돗개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렇게 기분 좋은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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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보드카 레인 – 하얀개가 있는 곳,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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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이번에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건가요?
종현
김훈 작가가 2005년에 낸 <개>라는 책입니다. 부제가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인데요. 진돗개 ‘보리’의 삶을 개의 시선으로 다룬 재미있는 책입니다.
DJ
김훈 작가가 쓴 개 이야기라면 만만치가 않겠어요.
종현
김훈 작가의 책들이 대체로 분위기가 무겁기도 하고요. 이 책의 부제도 좀 무거워보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리라는 이름을 가진 진돗개의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가는 데요. 곳곳에 예상치 못했던 유머코드 같은 것도 있고요. 수묵삽화가 같이 들어가 있어서 따뜻하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DJ
그렇군요. 보리의 인생은 어떤가요? 앞에 벅의 인생은 웬만한 사람은 비교도 못할 정도로 파란만장하고 스펙터클했잖아요.
종현
벅에 비하면 보리는 스케일이 작습니다. 보통의 개들에 비하면 영특하고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특별할 것은 없는 평범한 진돗개를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와 크게 다를 건 없죠. 다만 보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이 만만치가 않아요.
보리가 태어난 곳은 산골마을이에요. 근처에 댐이 들어서면서 오래지 않아 수몰될 예정인 마을에서 태어나요. 주인집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고 보리는 엄마와 다른 형제들과 함께 삽니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마을이 물에 잠기니까 동네가 뿔뿔이 흩어져요. 주인집 부부는 도시에 사는 첫째 아들 집으로 가고, 보리는 어촌마을에서 작은 고기배를 운영하는 둘째 아들 집으로 보내지고요. 그러다 새 주인이 된 둘째 아들이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서 죽게 됩니다. 자신의 주인들에게 닥치는 이런 일들을 보리는 묵묵히 지켜보면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죠.
DJ
줄거리만 들었는데도 왠지 먹먹해지는 느낌의 소설 같네요.
종현
맞습니다. 길지 않은 소설인데도 읽으면서 여러 번 멈추게 돼요. 김훈 작가가 치밀한 묘사로 유명하잖아요.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런 묘사 덕분에 보리와 보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이 참 가슴 아프게 다가오거든요.
DJ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종현
개는 사람보다 후각이나 청각이 수백 배 발달해 있잖아요. 굉장히 민감한 동물이죠. 김훈 작가도 개의 이런 특징을 잘 살려서 보리의 삶을 묘사합니다.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동물이니 묘사도 그만큼 더 치밀하고 풍성하게 하려고 노력한 거죠.
예를 들면 보리가 새로운 주인이 된 둘째 아들을 묘사하는 장면이 있어요. 냄새로 둘째 아들을 설명하는데요.
“배에서 내릴 때 주인님의 몸에서는 경유 냄새가 났다. 주인님의 배에서 나는 냄새와 같았다. 그래서 나는 주인님의 몸과 주인님의 배가 한가지라는 걸 알았다. 주인님은 배 안에서 늘 엔진을 주무르고 있었으므로 경유가 타는 냄새가 몸에 젖어든 것이었다. 주인님의 몸에서 나는 경유냄새는 고단하고도 힘찬 냄새였는데, 어딘지 쓸쓸한 슬픔도 느껴지는 냄새였다.”
이렇게 말합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던 주인할머니가 둘째 아들집으로 내려 왔을 때도 냄새로 묘사를 해요. 할머니 치마에서 매캐한 석유냄새인지 본드냄새 같은 것이 났는데 새로 지은 아파트 냄새였다는 거죠. 보리는 그 냄새를 맡고는 “할머니가 작은아들네로 온 까닭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DJ
정말로 개들을 보면 어딜가나 냄새를 맡으려고 항상 코를 들이밀잖아요. 그런 부분을 정말 잘 묘사한 거 같네요. 김훈 작가가 쓴 진돗개 보리의 일생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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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언젠가 너로 인해 - 가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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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 들었습니다. 가사가 참 좋네요. 반려견에 대한 노래인거죠?
종현
네. 반려견일 수도 있고 반려묘일 수도 있는데요. 가사가 참 좋아서 반려동물 기르는 분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가사를 보면요 ‘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 이런 내용이 있는데요. 보통 개의 1년이 사람으로 치면 7년이라고 하잖아요. 지금은 함께여도 언젠가는 반려견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가사가 반려동물 기르는 분들의 마음을 울리는 거죠.
DJ
가사만으로도 슬프네요. 보리는 가사와는 조금 달라요. 주인을 먼저 떠나보냈잖아요.
종현
둘째아들이 배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면 보리는 미리 나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주인이 던져주는 밧줄을 물어서 쇠말뚝에 겁니다. 주인이 모는 배가 워낙 작아서 다른 일꾼이 없다보니까 보리가 그런 일까지도 하는 거죠. 자신이 이런 일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리 스스로도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생선을 손질 할 때 갈매기들이 달려들면 보리가 짖으면서 덤벼들어서 갈매기를 쫓아내기도 하고요. 주인을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바쁘게 하는 거죠.
DJ
보리는 목줄을 매지 않았나 봐요.
종현
보리는 워낙 영특해서 사람이나 다른 개를 물지도 않고요. 의심스러운 사람이 나타날 때만 짖고 하다보니까 목줄을 매지 않습니다. 주인집 딸이 초등학교를 갈 때는 보리가 앞장서서 뱀을 쫓아내기도 하고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보니까 보리가 다른 동네도 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죠. 그러다 옆 동네에 사는 흰순이라는 개를 만나요.
DJ
사랑에 빠진 건가요?
종현
맞습니다. 흰순이를 보고는 세상에 저런 개가 있을 수 있다니 하고는 보리가 충격을 받아요. 한 눈에 반한 거죠. 보리는 흰순이 냄새도 맡는데요. 이 장면의 묘사도 아주 인상적이에요.
“흰순이는 농사짓는 동네의 개였다. 앞다리에서 배추밭 냄새가 났고 등에는 닭똥 냄새가 묻어 있었다. 나는 흰순이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가까이 다가가서 흰순이의 입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비리고 향기로운 냄새였다. 피가 거꾸로 돌듯이 정신이 아득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개들도 사랑을 하고 새끼를 낳잖아요. 개가 정말 사랑에 빠질 때 어떻게 느낄 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저런 식으로 느끼지 않을까. 아니, 저렇게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DJ
앞에서 소개해주신 벅도 그렇고 보리도 그렇고. 어쩌면 개들이 우리 인간보다 더 많은 걸 느끼고 더 민감한 거 같아요.
종현
사고를 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한테 개만도 못하다고들 하잖아요. 정말 그 말이 맞죠. 보리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요. 바다에 나갔던 둘째 아들이 파도에 휩쓸려서 죽거든요. 장례식을 치르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빼기에 묻어요. 그런데 보리는 주인이 죽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합니다. 죽은 사람을 땅에 묻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죠. 그래서 무덤을 파헤쳐요. 그걸 주인할머니가 발견하고 보리를 마구 때립니다. 보리는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와서 할머니 발치에 엎드려요. 할머니가 그런 보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해요.
“무덤을 파도 살아나지는 못해. 그게 죽은 거야.”
아들을 잃은 할머니를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건 보리뿐이죠. 그게 다른 동물들과 개가 다른 점이기도 할테고요.
DJ
마지막 곡 소개해주세요.
종현
벤 폴즈의 도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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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ben folds -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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