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2 방송
TBS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매주 일요일 자정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대본을 브런치에도 함께 올리고 있습니다.
2일 방송에서는 올해 노벨문학상 누가 받을까를 주제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필립 로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와 필립 로스의 <굿바이, 콜럼버스>를 언급했고요.
브런치에 올리는 대본은 사전에 준비한 내용으로 실제 방송 내용이랑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래드브록스 순위는 녹음일 기준이라 최근 시점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며칠 사이에 아도니스가 급부상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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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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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종현
오늘은 ‘노벨문학상 누가 받을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컨셉인데요. 1년에 딱 한 번 밖에 없는 세계 문학계 최대 행사인 만큼 저희도 숟가락을 한 번 얹어보자는 생각에서 준비해봤습니다.
DJ
노벨문학상 누가 받을까? 그러고 보니 노벨상 시즌이 벌써 돌아왔군요. 노벨문학상 발표가 다음주 인거죠?
종현
노벨상은 10월 첫주에 순서대로 발표하는데 문학상은 발표일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보통 10월 첫 주의 목요일에 발표하는 게 관례이니까 올해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DJ
매년 이맘 때면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 기사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올해는 어떤가요?
종현
노벨문학상은 후보가 공개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고은 시인이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게 해외 도박사이트의 수상 가능성 전망 때문입니다. 래드브록스 같은 해외 도박사이트가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군의 가능성을 배당률을 통해 보여주거든요. 올해도 고은 시인이 포함돼 있기는 합니다만 순위권 밖이라 전망은 좀 어두운 편입니다.
DJ
그렇군요. 그렇다면 올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는 누구입니까?
종현
여러 도박사이트에서 가장 유력하게 뽑은 후보는 일본의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의 소설가인 필립 로스나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 이름이 나옵니다. 오늘은 이 중에서도 하루키와 필립 로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DJ
책밤지기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하루키와 필립 로스의 2파전으로 보시는 거군요. 그러면 노래 한 곡 듣고 본격적으로 올해 노벨문학상 누가 받을까, 이야기 나눠볼게요.
종현
빌리 조엘의 we didn’t start the fire 선곡했습니다.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신나는 노래인데요. 노벨상을 만든 목적에 어쩐지 부합하지 않나 생각해서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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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Billy Joel - We Didn't Start the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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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한 주 앞으로 다가온 노벨문학상. 올해는 누가 받을지 이야기해보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가 무라카미 하루키라고요?
종현
래드브록스라는 도박사이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잘 맞추기로 유명해요. 여기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일순위에 올려놨습니다. 다른 도박사이트에서도 하루키를 일순위에 놓고 있는데요. 특히나 래드브록스에서는 그동안 하루키를 한 번도 일순위에 놓은 적이 없었다고 하거든요. 올해 처음으로 일순위에 올린 거니까요. 아무래도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할 수 있겠죠.
DJ
그런데 얼핏 드는 생각은 왜 도박사이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도박사이트의 수상자 예측이 권위도 있다는 거잖아요?
종현
노벨문학상은 스웨덴의 한림원에서 선정하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후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습니다. 6명의 선정위원이 매년 초에 전 세계에서 200명을 추천받고 이 가운데 5명의 최종 후보를 내부적으로 뽑아서 그중에 선정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후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으니까 일반인들은 예측도 쉽지 않죠. 그렇지만 결국에는 돈 아니겠습니까?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놓고 도박사들이 예측을 하다보니 도박사이트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해서 유력 수상 후보를 발표하는 겁니다. 래드브록스는 세계 최대 도박사이트인데요. 여기는 1년 내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작업을 하는 직원도 있고요. 굉장히 치밀하게 배당률을 산정한다고 합니다.
DJ
실제로 맞춘 경우도 있는 거죠?
종현
래드브록스는 2006년에 오르한 파묵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정확히 맞췄고요. 중국 작가인 모옌이 노벨상을 받을 때도 수상 가능성을 2위로 예측했거든요. 제법 정확하게 예측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DJ
그렇군요. 여기서 하루키를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 1위에 올렸다는 거죠.
종현
도박사이트의 예측 말고도 여러 가지 기준을 보더라도 하루키의 수상가능성이 큽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다른 문학상의 수상 여부가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카프카상이나 예루살렘상을 받은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도 크다고 보죠. 하루키가 이미 몇 년 전에 두 상을 다 받았거든요. 이런 이유도 큰 거겠죠.
DJ
하루키의 수상 가능성이 크지만 또 못 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하루키에게 불리한 점은 없을까요?
종현
모옌이 받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아시아 대륙에서 수상자가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하루키가 다시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의견도 있죠. 처음에 언급했던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의 경우에는 최근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수상자가 없었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응구기는 얼마 전에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기도 했더라고요. 국내에도 여러 책이 번역돼 있습니다.
DJ
그렇군요.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아마도 이 책 덕분일 거다. 하는 책이 있을까요?
종현
하루키의 소설이나 에세이는 워낙에 유명하잖아요. 반면에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인데요. <언더그라운드>라는 책이 있습니다. 도쿄에서 있었던 옴진리교 사린 테러 사건의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일종의 르포입니다. 일본인들에게는 굉장히 큰 심리적인 타격을 준 테러였죠. 하루키도 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세계관에 변화가 찾아왔다고 고백하거든요. 하루키의 책이 지나치게 대중적이다라는 평가도 있고, 사회참여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죠.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 하루키가 작가로서의 책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하루키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이 책이 정말로 큰 기여를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DJ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두 번째 수상 후보 필립 로스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하루키의 소설에 나온 적이 있던 펫 샵 보이즈의 젤러시 들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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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Pet Shop Boys - Jealou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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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올해의 노벨문학상은 누가 받을지 이야기해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수상 후보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야기했고, 두 번째로는 필립 로스를 꼽으셨어요.
종현
필립 로스는 미국의 소설가죠. 무라카미 하루키를 일순위로 꼽은 래드브록스에서는 필립 로스를 삼순위로 꼽았고요. 다른 도박사이트에서는 이순위로 꼽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필립 로스가 이번에는 받을 때가 되지도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거든요. 그래서 케냐 작가인 응구기 대신에 필립 로스를 꼽았습니다.
DJ
필립 로스는 미국에서는 전설로 꼽힐 정도의 대작가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종현
필립 로스의 소설이 다루는 배경이나 인물이 아무래도 한국 독자에게는 생경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필립 로스의 소설은 항상 미국의 현주소를 배경으로 삼거든요. 그리고 유대계 미국인이 주인공으로 자주 나오는데요. 한국 독자들은 배경이나 유대계 미국인의 생활습관을 바로바로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죠.
DJ
그럼에도 필립 로스의 소설이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건 이유가 있겠죠?
종현
현대인의 고민을 굉장히 예리하게 성찰한다고 할까요. 계층이나 계급, 사랑, 종교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이런 주제들은 미국이나 한국을 가리지 않죠. 유대계 미국인이라는 조금 독특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배경도 필립 로스의 유려한 문장 덕분에 금세 독자들에게 녹아듭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정리하면 진입장벽이 분명 있지만, 장벽을 넘어서면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고 해야겠네요.
DJ
찾아보니 필립 로스가 1933년생이네요. 작가로서 데뷔를 한 게 1959년이고요. 정말로 전설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데요. 아직 필립 로스를 읽지 않은 독자에게 한 권을 추천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시겠어요?
종현
필립 로스의 데뷔작인 <굿바이 콜럼버스>가 좋을 것 같아요. 1959년에 나온 책이니까 거의 60년이나 된 책인데요. 그렇지만 읽어보면 그런 시간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으실 겁니다. 단편집이어서 읽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요. 필립 로스의 소설이 다소 어렵고 난해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 책은 데뷔작이어서 그런지 난해한 부분도 다른 책보다는 적거든요. 거장의 데뷔작을 읽는다는 것도 나름의 묘미가 있죠.
DJ
그런데 이런 거장이 막상 아직까지도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게 또 놀랍기도 해요.
종현
그렇죠. 사실 나이가 워낙 많다 보니까요.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오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필립 로스가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DJ
노벨문학상 누가 받을까. 유력 수상 후보인 하루키와 필립 로스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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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Marvin Gaye - What's Going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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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마빈 게이의 왓츠 고잉 온 듣고 왔습니다. 특별히 선곡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종현
필립 로스가 미국을 배경으로 꾸준히 많은 책을 써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세계적인 작가기는 하지만 굉장히 미국적인 면모도 있는 건데요. 마빈 게이의 음악이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해서 골라봤습니다.
DJ
노벨문학상을 누가 받을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해봤지만, 사실 누가 받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종현
맞습니다. 노벨문학상이 세계 최고의 문학상으로 불리지만 사실 여러 논란이 많기도 하거든요.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공개되지 않다보니 심사위원 개인의 선호도가 지나치게 많이 반영된다는 지적도 있고요. 작가의 정치적인 입장도 굉장히 많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예컨대 1965년 노벨문학상 후보가 굉장했어요. 파블로 네루다, 보르헤스, 나보코프 같은 사람이 한꺼번에 최종 후보에 올랐던 사실이 나중에 공개 됐거든요. 그런데 막상 수상자는 미하일 숄로호프였죠. 숄로호프도 대단한 작가였지만 사실 다른 후보들에 비하면 이름값이 떨어지기는 했죠. 보르헤스 같은 경우는 칠레의 지도자였던 피노체트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게 문제가 돼서 노벨문학상을 못 받았다는 게 거의 정설입니다. 정치적인 입장이 노벨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거죠. 네루다만 해도 6년 뒤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보르헤스 같은 대문호가 결국 받지 못했다는 건 문제가 좀 있죠.
DJ
꼭 정치적인 입장만이 아니더라도 노벨문학상을 못 받은 대문호들이 많죠.
종현
이름만 들으면 당연히 받았어야 할 사람인데 못 받은 사람이 많아요. 톨스토이가 그렇고요. 체호프나 카프카도 노벨문학상을 못 받았죠. 버지니아 울프, 조셉 콘래드, 생텍쥐베리, 릴케... 뭐 이런 리스트는 끝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텐데요. 결국에는 노벨문학상을 받든 못 받든 대문호는 대문호라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것도 재미에서 그쳐야지 큰 의미는 없다는 겁니다.
DJ
노벨문학상에 대한 재밌는 얘기가 더 없을까요?
종현
많이 모르는 이야기인데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1953년 노벨문학상이었죠. 처칠의 회고록인 <2차 세계대전>이 받았는데요. 당시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노벨문학상과 정치를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고요. 사실 처칠이 생전에 72권이나 되는 많은 책을 쓴 작가였다고 하니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이 아닌 것도 같고요. 그렇지만 헤밍웨이가 그 해 유력 후보였다고 하니까요. 에이 이게 뭐야 싶기는 하죠. 처칠의 <2차 세계대전>은 최근에 국내에 번역본이 나왔다고 하네요.
DJ
노벨문학상 누가 받을까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누가 받을지도 궁금하지만, 노벨문학상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네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를 도박사이트가 추리는 것도 재밌고, 처칠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종현
찾아보면 재밌는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보니 이런저런 비화들이 많겠죠. 외국 언론을 통해 이따금 노벨 아카이브에 있는 기록들이 공개되니까 촉각을 곤두세우면 재밌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DJ
책밤지기는 오늘 소개해준 노벨문학상 후보 중에 필립 로스의 손을 들어주시는 거죠?
종현
하루키가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필립 로스가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필립 로스는 나이가 워낙 많으니까요. 하루키야 필립 로스에 비하면 아직 젊은데다 마라톤으로 다져진 몸이니 몇 년 늦게 받는다고 문제 될 거야 없겠죠. 황진하 아나운서는 어느 쪽의 수상을 예상하시나요?
DJ
저는 오늘 소개해주신 후보 중에는 없다에 걸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노벨문학상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할게요. 마지막 노래는 어떤 건가요?
종현
10월의 스웨덴 스톡홀름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로 골랐습니다. 스웨덴 밴드인 피터 비욘 앤 존의 young folk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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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Peter Bjorn And John - Young Fo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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