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로해줄 소설 속 빵집

김연수와 레이먼드 카버

by 이기자

TBS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9일 방송에서는 당신을 위로해줄 소설 속 빵집이라는 주제로

김연수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 실린 '뉴욕제과점'과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실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두 편의 단편소설을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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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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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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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종현

늦은 밤에 조금 고통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겠는데요. 오늘은 빵집에 대한 소설을 두 권 골라봤습니다.


DJ

빵집이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집 같은 건가요?


종현

맛있는 빵도 있고, 전국 5대 빵집 이런 것들도 있잖아요. 제가 예전에 대전에 살 때는 서울 올라올 때마다 대전의 유명 빵집에서 친구들 선물로 빵을 잔뜩 사들고 오기도 했거든요. 빵집하면 저마다 추억이 있을테고 이야깃거리도 많을 텐데요. 오늘 이야기할 빵집은 단순히 먹거리를 파는 곳이 아닙니다.


DJ

빵이라면 냠냠하면서 먹는 게 제일 먼저 생각나는데요. 단순히 먹거리를 파는 곳이 아니라고 하시니까 어떤 빵집일지 궁금해지네요. 먼저 소개해주실 빵집은 어떤 곳인가요?


종현

첫 번째 소개해드릴 책은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입니다. 동인문학상을 받은 김연수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인데요.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소설 중에서도 오늘 이야기할 건 <뉴욕제과점>이라는 단편입니다.


DJ

제목이 뉴욕제과점. 빵집 이야기군요.


종현

맞습니다. 뉴욕제과점은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김연수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김연수 작가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거든요. 이 뉴욕제과점은 경북 김천의 역전에 있었던 빵집이고요. 김천에서 1980년대를 보냈던 분들이 방송을 들으시면 아마 그 빵집! 하고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DJ

김연수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니까 어떤 내용일지 더 기대되네요. 노래 한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어떤 노래 들을까요?


종현

김연수 작가가 좋아하는 뮤지션인데요. 강아솔의 그대에게 골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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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강아솔 - 그대에게

https://youtu.be/i-XwbvBho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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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당신을 위로해줄 소설 속 빵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김연수 작가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 실린 <뉴욕제과점>을 소개해주고 계세요.


종현

뉴욕제과점은 김연수 작가의 어머니가 직접 운영하신 빵집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김연수 작가는 빵집 아들이었던 거죠. 그것도 사랑받고 자라는 막내아들. 빵집 아들, 막내 아들. 이런 말들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빵은 배터지게 먹었겠네. 그런 생각들이죠. 실제로 소설 속에 김연수 작가는 매일 빵을 실컷 먹었다고 고백합니다. 단팥빵, 크림빵, 곰보빵, 우유식빵 같은 것들이죠.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빵집이 힘들 때는 빵 부스러기만 먹을 수 있었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연수 작가는 자기 빵집의 빵을 몰래 훔쳐 먹은 적도 있다고 하니까요. 그렇게 한 푼이라도 더 악착같이 벌어야 하던 시절도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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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빵집 막내 아들이 자기 집 빵을 훔쳐 먹었다고 하니까 뭔가 유쾌하고 재밌는데요.


종현

그렇죠. 이런 작은 에피소드는 유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사실 이 소설은 사라져 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 잊어버린 기억을 복원하려는 간절함 같은 것들이 주를 이룹니다. 뉴욕제과점은 김연수 작가가 직접 나고 자란 배경이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든요.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고, 어머니가 자궁암 수술을 받으면서 더 이상 빵집도 예전 같지 않게 된 거죠.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대목 때면 십 분에 케이크가 하나씩 팔렸는데 더 이상 그렇지도 않고요. 그때의 풍경을 김연수 작가가 이렇게 묘사해요.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팔지 못해서 상한 빵들을 검은색 봉투에 넣어 쓰레기와 함께 내다버리고는 했다. 예전에는 막내아들에게도 빵을 주지 않던 분이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은 매우 처참했다”

마침내 1995년 8월에 뉴욕제과점은 문을 닫습니다.


DJ

더 이상 뉴욕제과점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 거군요.


종현

더 이상 뉴욕제과점은 존재하지 않죠. 뉴욕제과점이 있던 자리에는 24시 국밥집이 생겼다고 해요. 그렇지만 뉴욕제과점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김연수 작가는 그걸 불빛이라고 표현합니다. 추억 속에서 조금씩 밝혀지는 불빛들이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는데 거기에 뉴욕제과점이 아직도, 늘 존재한다고 적어요.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마음 안에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고, 우리가 어려운 와중에도 계속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는 거죠.


DJ

사실은 조금 쓸쓸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희망적인 이야기였네요.


종현

뉴욕제과점은 아마 거의 모든 독자에게 비슷한 경험을 선사할 것 같아요. 잊고 있던 기억, 오래 전에는, 어릴 때는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 지금은 잠깐 잊고 지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윤활유나 불쏘시개 같은 작용을 하는 거죠.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저마다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던 오래된 기억을 슬쩍 들춰보고 다시 기운을 얻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아주 딱인 소설이죠.


DJ

소설에서 인상 깊은 구절이 있으면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종현

“이제는 뉴욕제과점이 내게 만들어준 추억으로 나는 살아가는 셈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뭔가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가 살아갈 세상에 괴로운 일만 남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없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위안이 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


DJ

김연수 작가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 실린 '뉴욕제과점' 이야기해봤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두 번째 책으로 갈까요.


종현

김연수 작가가 좋아하는 또 다른 뮤지션, 시와의 노래로 골라봤습니다. 시와의 짐작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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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시와 – 짐작할 뿐이죠

https://youtu.be/P__vUzjZc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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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을, 소설 속 빵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에 실린 단편소설입니다.


DJ

레이먼드 카버라면 미국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죠. 단편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단편소설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종현

제목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를 드리면요. 앤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나옵니다. 스코티라는 아들이 있는데요.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빵집에 케이크를 주문합니다. 그런데 아들의 생일날 아침에 아들이 자동차 사고를 당해요. 혼수상태에 빠져서 좀처럼 회복을 못 하는 겁니다. 당연히 앤의 생활은 엉망진창이 됐죠. 집과 병원을 오가며 아들을 간호하지만 스코티는 평안한 얼굴을 한 채로 계속 잠들어 있기만 합니다. 그런데 계속 집으로 전화가 오는 겁니다. 전화를 해서는 스코티의 이름만 계속 말하는데 앤은 정신이 없다보니 전화를 대충 받고 끊습니다. 그런데 이 전화가 한동안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는 동안 스코티는 결국 죽어요. 스코티를 떠나보내고 앤과 남편이 상심에 젖어 있는데 다시 전화가 옵니다. 전화를 건 남자는 “스코티는 완전히 잊어버렸소?”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요. 잠시 후 앤은 마침내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린 거죠.


DJ

빵집이었군요. 케이크를 주문했던?


종현

맞습니다. 스코티의 이름으로 케이크를 주문하고는 찾아가지 않으니까 계속 전화를 했던 거예요. 매일 통화를 하고도 제대로 된 소통은 하지 못한 거죠.


DJ

아들을 잃은 엄마의 입장에서는 태연하게 그런 전화를 받고 있을 수가 없겠죠.


종현

맞아요. 뇌의 어떤 부분이 마비된 상태라고 할까요. 늦은 밤중에 앤과 남편이 그 빵집을 찾아갑니다. 빵집 주인은 다음날 판매할 빵을 준비하던 중이었고요. 처음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나옵니다. 앤은 소리를 지르고. 빵집 주인은 아무런 사정을 모르니 영업을 방해하지 말라고 하고요. 그러다 앤이 스코티가 죽었다는 걸 말해요. 그러고는 쓰러져 눈물을 흘리죠. 빵집 주인은 당연히 그런 사정을 몰랐으니 잘못이 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소통은 그런 식으로 이해타산을 맞춰가면서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 순간에 빵집 주인이 쓰러져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앤에게 다가섭니다. 오븐에서 갓 꺼낸 따뜻한 계피 롤빵을 가져와요. 앤은 롤빵을 한 입 먹고는 기운을 차립니다. 빵집 주인은 그런 앤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요. 각자의 생활에 매몰돼 주위를 살피지 못하던 사람들이 롤빵 앞에서 극적으로 소통을 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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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어쩐지 풍경이 그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늦은 밤 빵집에서 롤빵을 먹으며 세 사람이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종현

정말 그렇습니다. 레이먼드 카버는 굉장히 간결한 문체로 유명하거든요. 일상적인 대화체를 책으로 그대로 옮겨와서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제가 줄거리를 소개해드렸는데, 줄거리만으로는 알 수 없는 굉장히 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죠.


DJ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실린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두 번째 책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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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David Choi – Enjoy The View

https://youtu.be/aS-WmAyGC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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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당신을 위로해줄 소설 속 빵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요.

두 번째 책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속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종현

레이먼드 카버가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건데요. 아이를 잃고 나서 삶이 무너질 것처럼 위태위태하던 부부가 빵집에서 위안을 얻게 되는 과정이 일종의 영성체 의식 같은 것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가톨릭에서는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여기잖아요. 영성체 의식을 통해서 하느님과 일체가 될 수 있고 다른 신자들과도 통하게 된다고 보는 거죠. 서로 소통하지 못하던 빵집 주인과 부부가 함께 롤빵을 먹으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과정을 이런 종교적인 의식에 일치시킨 겁니다. 요즘 세상에서 다들 소통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레이먼드 카버만의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거죠.


DJ

단순한 빵집이 아니라 화해와 소통의 공간인 거네요.


종현

앞에서 소개해드렸던 김연수의 뉴욕제과점도 비슷한 구석이 있죠. 김연수의 뉴욕제과점이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기억을 복원해서 우리에게 힘을 준다면, 레이먼드 카버의 빵집은 빵이라는 공통의 음식을 통해서 사람들 사이에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겁니다. 그만큼 빵집이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친근하게 느껴지고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니까 이런 식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DJ

종현 씨도 빵집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가 봐요?


종현

빵집이라기보다는 빵에 대한 추억 같은 거죠. 어릴 때 어머니가 빵을 우유에 적셔 먹으면 맛있다고 했던 적이 있거든요. 아마도 키 크게 하려고 우유를 많이 먹이려고 그러셨던 것 같은데, 한동안 카스테라고 식빵이고 우유에 엄청 찍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안 계시니까 빵을 먹다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나죠.


DJ

마지막 곡 소개해주세요.


종현

DJ AKI의 세컨드 퍼스트 데이트입니다. 모 빵집 브랜드의 CF에 삽입된 곡인데요. CF에서 많이 듣다 보니 노래를 따라서 흥얼거리다 보면 빵 생각이 난다고 할까요.

그럼 마지막 곡 듣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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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 DJ AKI – Second First Date

https://youtu.be/mrIBMra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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