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는 당신의 형상을 닮았다

남편의 아름다움

by 이기자

"나는 내가 세상의 강한 쪽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포에 질렸단다."


얼마 전에 읽은 앤 카슨의 글이 떠오른다. 최순실과 정유라의 이름을 거론하며 자신이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 행동하는 이들을 지켜본다. 그런 사람은 많다. TV에도 있고 신문에도 있고 인터넷 댓글에도 있고 SNS에도 있고 내 주위에도 있다. 나는 그들이 평소에 자신이 가진 작은 기득권을 얼마나 잔인하고 무심하게 휘둘러 왔는지 기억한다. 나는 최순실이나 정유라 같은 이름보다 그 낯익은 이름들이 더 무섭다. 나의 손에 난 상처는 최순실이 아니라 당신의 형상을 닮았다.


남편의 아름다움

앤 카슨


x9788984319530.jpg


작가의 이전글더러움이 위험해 보이지 않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