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돛대 위의 망루나 선교에 늘 누군가가 올라가서, 조난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큰 배에는 이제 망루가 없거나, 기껏 망을 본다는 것이 가끔씩 누군가가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나는 많은 점들을 응시하는 것뿐이다. 옛날에는 뗏목이나 소형 보트 따위를 타고 바다에서 표류하더라도 어떤 배가 오면, 구조될 가능성이 꽤 많았다. 손을 흔들고, 고함치고, 가지고 있는 신호탄을 어느 것이나 발사하고, 셔츠를 돛 꼭대기까지 걸어 올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항상 조난자가 없는지 망을 보고 있었다. 근래에는 몇 주 동안 바다에서 표류하면, 마침내 대형 유조선이 오고, 그러고는 그냥 지나가 버린다. 당신이 너무 작기 때문에 레이더에 잡히질 않기 때문이다.
-10과2분의1장으로 쓴 세계역사, 줄리언 반스
모든 것이 과거가 좋았다. 영화 '우리의 20세기(20th Century Women)'는 모든 것이 좋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온 아네트 베닝과 그레타 거윅, 루카스 제이드 주만, 그리고 엘르 패닝이 함께 춤출 수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이었고, 하이에크의 신자유주의 이론에 아직은 물음표가 붙어 있던 그런 시절 말이다.
그레타 거윅은 사춘기의 혼란을 겪는 루카스 제이드 주만에게 급진적 페미니즘 서적을 준다. 루카스 제이드 주만은 또래의 남성들이 모르는 여성의 신체와 감정에 대해 배운다. 어쩌면 이게 열쇠인지도 모른다. 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열쇠.
좋았던 시절이 끝나가던 1980년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 로맹가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인간적 취약성을 옹호하는 데에 나의 모든 힘을 바쳤어요. <여자의 빛>, 그리고 27년 전에 쓴 <태양의 색깔>에서 내가 여성성에 부여한 핵심적 중요성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세상이 들었던 최초의 '여성적' 발언은 그리스도의 입에서 나왔어요. 최초로 남자가 '다른' 목소리에 대해 말했어요. (중략) 나는 종교적 차원은 아니지만 마음속 깊이 예수에게 애착심을 느끼는데 왜냐하면 그는 허약함의 발언 그 자체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목소리에 대해 말하는 것. 유일한 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