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머리언덕은 계절을 초월한 공간 같았다. 봄에도 가을에도 굴업도 개머리언덕은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가 이리저리 춤추는 소리만 가득했다. 해가 지고 별이 뜨자 파도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깎아지르는 듯한 해안 절벽 너머에 펼쳐진 바다는 새파랬다. 서해가 탁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서해의 한 복판에 서본 적이 없을 것이다. 밤하늘에는 반달이 떠 있었다. 하지만 달을 둘러싼 둥그런 월광이 보이지 않는 나머지 반쪽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줬다. 우리는 한쪽 눈만 뜬 채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굴업도에서는 감겨 있던 다른 한쪽 눈을 뜰 수 있다. 밤이 깊어가고 챙겨간 술이 바닥을 보일 때쯤이면 해와 달에 가려져 있던 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별은 누군가가 자신을 보는 게 싫은지 매서운 바람을 어디선가 불러온다. 한밤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텐트 안 침낭 속에 몸을 눕힌다. 새벽 두어시쯤. 잠에서 깨어 텐트 밖으로 나서면 별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밤하늘에 떠있다. 계절이 바뀌어도 밤하늘은 변함없다. 2년 만에 다시 굴업도 백패킹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