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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Jan 17. 2024

새해 다이어트 시작

내 몸과 마음에 붙어 있는 군살들을 정리하기 프로젝트

몸이 무거워졌다. 단순히 피곤해서라고, 일이 많아서라고만 생각하기에는 확실히 몸이 무거워졌다. 옷도 두꺼워지고 늘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으니 잘 느끼지 못했으나, 이 정도로 몸이 무거워졌다면 확실했다. 살이 찐 것 같았다. 현실을 직면해야 할 시간이 되었군. 하고 몸무게를 재러 오랜만에 체중계 위로 올라가 보니 역시나 2킬로나 늘었다. 마지막으로 잰 게 가을이었으니 12월 한 달 동안 오롯이 2킬로를 찌워낸 것이다.


여름에 발목의 인대를 다쳐 좋아하던 등산도 걷기도 내려놓았다. 피트니스 앱을 켜보니 가늘게 하던 운동마저 찬 바람이 불자 끊어버렸다는 게 느껴졌다. 2-3일에 한 번은 나가 운동했던 간헐적 운동의 주자였는데, 11월에는 2번 (그것도 11월 초다.) 12월에는 딱 한 번 운동 기록이 있었다. 그리고 12월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있었는데 모두 3일을 연달아 쉴 수 있어서 얼마나 편한 마음으로 먹고 마셨는지. 더 길게 쓸 필요도 없이 2킬로가 충분히 이해되는 나의 지난 나날이었다. 아니 이 정도면 선방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나 초라했던 지난 겨울의 운동기록



그러나 급하게 찐 이 살들을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오롯한 나의 무게로 정착하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으니 빨리 빼야 했다. 급하게 야채샐러드의 재료들을 주문했고 닭가슴살 소시지와 계란 등의 단백질 대체제들도 함께 주문했다. 그리고 몸무게를 직면한 그날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날이 좀 춥긴 했는데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갑자기 운동을 하고 부산을 떠는 나에게 아들이 묻는다.

“엄마 왜 갑자기 운동해?”

갑자기라….. 그래 요즘 좀 뜸하긴 했지만 아들의 눈에도 갑자기 운동 채비를 하는 엄마가 의아했겠다. 살이 좀 쪄서 그렇다고 그러자 아들이 좀 찌면 어떠냐고 시큰둥해한다.

“야 이렇게 지다 보면 금방 60킬로 넘고 70킬로 되고 하는 거야. 너는 엄마가 많이 많이 뚱뚱해져도 괜찮아? “라고 묻는 내게 아들이 엄마가 몇 킬로인 게 무슨 상관이냐며 시큰둥해하길래, 옳거니, 너도 운동 좀 해라 하며 함께 끌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아들로 치면 나보다 키는 10센티 이상 크고 몸무게는 10킬로 이하로 덜 나가는 스키니함 그 자체지만 최근 들어 체력의 한계를 느껴 운동을 좀 해야 하나 하던 중이었다.


집 근처 천변 길의 산책로를 걷고 뛰다 보니 문득 상쾌해지기도 한다. 공복 운동이랍시고 주말엔 아침 식사 전에 뒷산을 올라갔다 오기도 하고, 저녁이면 몸이 늘어지기 전에 식사 후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서기를 일주일. 몸무게의 숫자가 1.5킬로 줄어들었다. 사실 몸무게의 변화가 크지 않아서 살이 찐 것도 살이 빠진 것도 나만 아는 것이었지만 일주일보다 조금의 활기가 더해지고 에너지가 생겨난 것은 성실한 운동이 주는 기쁨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기쁨은 늦은 밤 먹는 한 잔의 와인이나,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나의 소울푸드인 떡볶이, 시원한 맥주나 하이볼 같은 것들로 누려왔던 나에게 삶의 재미가 다소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몸무게가 거의 돌아온 것을 확인하니 다시 예전의 재미를 찾고 싶어 진다. 이제 나는 영원히 마른 몸은 될 수 없는 유전자로 변형된 것 같다.

행복했다. 맛있는 음식들의 위로를 받던 돼지력 낭낭했던 시절.



일 년을 마무리하고 2년간 가르친 아이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던 때였다. 어느 때보다도 예쁜 아이들이었기에 마음이 많이 축났나 보다. 마지막 날 교실에서 아이들과 교실 졸업식을 하고 빈 교실을 정리하며 내일 졸업식을 끝으로 이제 영원히 못 볼 수도 있는 아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허했다. 지난겨울 운동도 내려놓고 자꾸만 쉽게 음식들로 재미를 채우려 했던 나의 빈 마음이 무엇인지 직면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과의 이별. 그게 참 헛헛했구나. 싶으니 그 마음을 채우려 했던 나의 지난 게으름과 폭식을 용서해주고 싶다.


어제는 글쓰기 모임이었다. 모임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다 보면 언제나 기운을 받아오는 나의 소중한 시간인데, 어제는 졸업식을 마치고 갔던 터라 털어놓을 이야기들이 많았다. 나를 힘들게 했던 시간들, 아쉬웠던 시간들, 행복했던 시간들을 슬며시 털어놓고 따스한 공감과 위로와 칭찬을 받고 나니, 마음의 군살마저 덜어진 느낌이다.

구운 브리치즈에 견과류에서 달콤한 꿀이라니,,, 와인을 부르는 안주들이었다아



그런데 마음의 군살을 덜어내려, 와인과 치즈구이를 먹어댔으니 모르긴 몰라도 몸무게의 숫자는 다시 바뀌었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의 무게를 둘 다 줄이기는 이렇게 힘든 일인 것인가. 고뇌하며 운동복을 입는다. 열심히 써내려 왔지만 아무래도 나의 다이어트는 성공했다로 마무리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으니까.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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