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찌라시, 인스타그램 강남패치의 SNS 신상털기, 사이버 명예훼손
카톡. 카톡. 메신저 알림음에 열어본 휴대전화 액정에는 친구가 보내온 장문의 메시지 하나가
나를 보아 달라고 맨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눌러보면,
1. 인기걸그룹멤버 A양과 인기탤런트 B군이 그렇고 그런 사이더라
2. 착한 이미지로 소문난 인기아이돌 C군이 유흥업소 매니아라더라.
마지막엔 A양과 B군은 누구, C군은 누구라더라.
'카더라 통신'의 속칭 찌라시가 펼쳐집니다.
내용을 읽어보기도 전에 단체 채팅방에 올리고 봅니다.
그렇게 소문은 퍼지고,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입방아를 찧습니다.
찌라시는 하루 이틀 돌고나면 사라집니다. 우리도 금방 잊죠. 재밌었습니다.
동료들과 담배 한대 피는 동안, 커피한잔 마시는 동안 A,B,C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 봅니다.
그리고 얘기는 모두 사실인 것으로 정착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A양과 B군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C군은 이미지대로 유흥업소에 출입하지 않는 성실한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믿지 않습니다.
A,B,C는 모두 그런 사람이니까요. 다들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잠깐이지만 재밌었고, 모두가 찌라시가 진짜라고 확신하므로 진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A, B, C는 평생 그 짐을 안고 살아갑니다.
찌라시는 그런 겁니다. 받아보는 사람에게는 순간의 재미를 안겨주는 가십에 불과하지만 그 주인공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꼬리표가 됩니다.
최근 인스타그램 SNS에는 평소 SNS상에서 화려한 일상 사진을 뽐내며 활발히 활동하던 일반인들의 신상을 터는 계정이 등장했습니다. 유명 신문사인 '디스패치'의 이름을 패러디 한 '강남패치', 일반인들의 신상을 털고 그들의 민낯을 낱낱히 밝히는 폭로전문계정입니다.
해당 계정에 실체가 폭로된 일반인들의 일상이 실제인지 아닌지 진실은 더 이상 중요치 않아졌습니다.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개인의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댓글을 보니 욕을 포함하여 온갖 인신공격성 글들이 도배됩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이버 폭력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민낯과 사생활이 공개된 일반인들은 비록 연예인 만큼은 아니라도 평생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바라보고 지켜보는 누군가에게는 순간의 재미일 수 있지만, 얼굴과 함께 진짜건 아니건 부정적인 형태로 사생활이 강제로 공개된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법률 이슈를 살피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 조금은 자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먼저 생각해 봅니다.
올 초인 2월 24일, 야구선수 장성우氏는 치어리더인 박기량氏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한편, 이후 검찰의 항소로 열린 2심 공판에서 검찰은 장성우氏에게 징역 8월을 구형했고, 이에 대한 선고는 다가오는 7월 7일에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이목이 집중되는 이슈입니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징역을 살까요?
검찰은 왜 벌금형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까지 하여 징역 8월의 강한 형량을 구형한 것일까요?
그만큼 타인의 명예란 인격요소로 지켜져야 할 중대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달한 얘기가 거짓말이라면, 그 대상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치욕과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에 대한 모든 얘기는 진실이 아니라고 일일히 하지 않아도 될 해명을 하며 살아가야 할 수도 있고,
때론 해명을 믿지 않는 누군가에게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하려는 비난의 눈총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가 순간의 재미를 위해 혹은 허세를 부리기 위해 지어낸 얘기에 대한 대가라 하기엔 당사자에겐 가혹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명예훼손은 인격살인이라고도 불리우며, 강력한 처벌로 때론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성도 있습니다. 요즘과 같이 온라인과 모바일의 급발전으로 말과 글의 전달이 빠른 시대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댓글에 무심코 쓰는 한 마디 한 마디의 파급력이 글쓴이가 생각한 것 이상의 무서운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의 명예훼손은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의 적용대상이며, 사람을 '비방할 목적'만 인정된다면,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이건 '허위 사실'이건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적시한 사실이
작성자가 작성 당시 '진실하다고 믿었던 사실(진실한 사실)'이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이
작성자가 작성 당시 '실제로도 허위이고 허위라고 알고 있었던 사실(허위 사실)'이라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이
각 내려질 수 있는 것입니다.
'형법'에 규정된 처벌수위보다도 가중된 처벌수위입니다.
그만큼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한 언어의 파급력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로 무서운 처벌 수위입니다. 고작 말 한마디에 최대 7년간 징역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말입니다.
고소가 무서워서, 처벌이 무서워서, 순간의 재미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순간의 재미가 누군가에겐 평생의 고통으로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그 재미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