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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도 만학도에 끼워주나요?

간호사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영어영문과에 편입을 하다

by 동그리미

올해 1월, 예전 한국 나이로 35살을 맞이한 나는 2025학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3학년 편입이라는 결심을 하였다. 조금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간혹 해외 간호사를 준비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경우는 왕왕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간호사의 길에서 이탈하기 위해 영어를 선택하였다. 이것은 나에게 필연적인 선택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위해 공부하고, 수많은 시험을 거쳐, 그 역할을 수행하기까지 걸린 시간, 11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 동안 규모가 큰 병원, 중간 크기의 병원, 작은 병원을 모두 겪어 보고 난 후에 내린 나의 결론은 ‘이 직업, 나랑 정말 맞지 않는구나!’이었다.

이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파트타임 근무도 해보고,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따기, 온라인으로 화성학(음악) 강의 듣기, 1:1 플라워 클래스 듣기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선택한 영어영문학과는 또 다른 시도 중 하나인 것이다.


왜 하필 영어영문학과인 것일까? 사실 애초에 나는 ‘영어’라는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대학시절 교양 과목인 영어 1, 2 과목 수업 시간에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 성적은 모두 A+를 받았으며(참고로 같은 학기의 전공과목 인체 해부생리학은 D+를 받은 기억이 난다. 하하...), 우연히 마주친 외국인들에게 적극 나서서 길 설명해 주기를 즐겨하고, 최근에는 외국인 유튜버의 뉴욕 생활 브이로그를 자막 없이 보는 것에 도전 중이다. 한 마디로 나는 영어를 정말 좋아한다!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뛰어들기를 시도해 보고자 마음먹었고, 내가 좋아하는 영어를 학문적으로 공부해 볼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을까 알아보던 찰나에, 방송통신대학교가 정말 우연히 내 마음에 폴짝 뛰어 들어왔다. 이런 것이 운명이라는 걸까?





그리하여 올해 3월, 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영어영문학과로 편입학을 하게 되었다. 막상 학교에 들어와 보니, 나의 나이 35살은 매우 파릇파릇한 축에 속하였다. 출석수업과 온라인 화상수업에 출석하였을 때, 내 또래의 사람들보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의 비율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학도‘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나의 친구들의 방향성과 비교하였을 때 나의 발걸음은 확연하게 느린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대학원 진학은 기본, 거듭된 진급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심지어 어떤 친구는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벌써 수간호사 준비 과정까지 밟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사회라는 전쟁터 속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는 달리, 나 홀로 귀 막고 눈을 감은 채 잠잠히 명상을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새 출발 한다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리 어렵기만 한 선택 또한 아니었다! 그만큼 영어에 대하여 진심 가득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선택을 믿었고, 고등학생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에 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으며, 무사히 한 학기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과제와 기말고사의 점수를 알 수 있는 기간이 다가왔으며, 큰 이변이 없다면 3개의 A+과 각각 A와 B+가 적힌 성적표를 받을 예정이다.(심지어 한 과목은 100점 만점에 100점인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정도면 꽤나 성공적인 출발이지 아니한가?




학기 중에도 시간적 여유는 분명 있었으나, 심적 여유가 부족하여 내 마음을 돌아본다거나 글로 정리하는 것에 분명 소홀하였다. 그리고 지금, 돌고 돌아 또다시 한 글자 한 글자 더듬더듬 써 내려가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내 마음과 몸을 살뜰히 돌보는 알찬 여름 방학을 보내고자 한다. 다시금 2학기라는 출발선상에 서게 되는 충만한 가을을 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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