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나에게

그런 존재

by 엄채영


무언가 쓴다는 건

내 마음을 붙잡아두는 일


흔들리고 벗겨지고 사라져버릴

내 마음을 남겨두는 일


삶은 날씨같아

때로 매서운 폭풍이 휘몰아치지만


파도에 바람에

송두리째 날라가버릴지라도


한 켠에 가느다란 줄하나

내 맘을 붙잡아두는 일


하늘로 훨훨

날라갔다가도


끝을 모를 긴 끈이

다시 땅위로 나를 이끄는 일


때로 깊은 바닷물

저 밑까지 가라앉다가도


구명튜브처럼 물위에 둥둥 떠

다시 물위로 안전하게 올라오게 하는 일


글이 나에게

해주는 일


글은 나에게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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