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나는 행복했고 불행했다.

400여 일간의 세계여행을 멈추고 쿠바살이를 시작하게 된 이유

by 채송화
이웃집 아주머니를 따라 리마네 집 입구에 들어선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들의 환한 웃음 뒤에 가려져 있던 가난이라는 그림자를 예고도 없이 맞닥뜨렸던 것이다.

이토록 낡고 누추한 집은 처음이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리마의 자취방은 감옥이라는 말이 어울려 보였다. 순간 나는 이들의 삶 앞에 한국에서의 내 삶을 빗대어 부모님께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는지 이내 스스로를 꾸짖었다. 그들이 가지지 못 했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며, 내가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더 행복한 건 아니었으니 그런 오만한 생각 자체가 그들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내 행복의 잣대는 내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지 어느 누구와도 비교하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은 당연한 거였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몰랐다. 핸드폰 액정이 망가졌다며 짜증 섞인 탄식을 내지르던 건 나였고, 핸드폰이 없으니 친구와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음에 웃을 수 있는 건 그들이었다. 여행 중 돈 아낀답시고 마트에서 재료를 사다 배불리 먹고 남은 건 버리며 외식 좀 하고 싶다고 투덜거리던 건 나였고, 변변치 않은 살림에도 낯선 동양인 둘까지 먹이겠다며 식재료 중 그나마 좋아 보이는 통조림 미트볼과 굳어버려 푸석한 식감의 빵을 내어주곤 뿌듯해하던 건 그들이었다. 온갖 기계란 기계는 두세 개씩 가지고 있음에도 새로운 뭔가가 나오면 또 나만 없다며 징징거리던 건 나였고, 컬러인지 흑백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지직거리는 텔레비전 화면이 보여주는 옛 영화 타이타닉에도 여전히 감명받을 수 있는 건 그들이었다.


결핍된 건 내 마음이고, 풍요로운 건 그들의 마음이다. 그 안에서 어색한 웃음을 짓는 건 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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