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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kaya Lee Mar 03. 2016

나는 그날의, 대나무 숲보다도 더

도시를 걷다 #12 - Kyoto





교토 시내에 즐비한

많고 많은 카페와 밥집들을 무수히도 탐했다.

말차맛 초콜릿과 빙수, 메뉴판 사진과 정말 '똑'같이도 나오는 비현실적인 크레페, 오하기 떡,

달게 조린 팥소가 든 모나카... 등 달짝지근해진 입맛에

담박한 맛이 어느 정도 필요할 즈음







아라시야마嵐山에 간다.



그곳으로 가는 '작은 꼬마 전차가 있다'는

정보를 접했을 때부터

다른 방법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반짝반짝 잘 닦아둔 구두처럼

빛이 나는 

보랏빛 열차가


스윽 하고 역으로 들어온다.

그때 그 시절 동경하게 하는

란덴 전차를 타고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선선한 곳으로 향하는 

이 순간의 햇살은 마냥 눈이 부시다.












원래는 무엇보다도,

그 유명하다는 대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가

달이 강을 건넌다...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다리를 건너

강변을 슬슬 거닐다가

역시나 또 그 맛과 정취가 제법이라는

이름난 소바집에서 야채 그득 소바 한 그릇을

꼭 맛보는 것이

이 여정의 목적이었건마는,











참으로  쓸모없는 조바심.



너무나 많은, 다양한 먹거리들이

길을 따라 줄지어 있었고

교토 시내만큼이나 정돈되고 깔끔한,

관광객들 특유의 하이톤으로

북적이는 거리.


한가한 곳으로 구경 나온 취지를

도리어 무색게 할 정도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강바람과 나무 냄새와 푸른 하늘 공기가

콧속으로 끊임없이 밀려들어서

다 괜찮다.












익숙한 이 맛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정답은 바로 고구마.



따끈따끈 파삭한 겉껍질이 

입속에서 기분 좋게 바스러지는 순간

달지 않은 노란색 고구마 앙금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이때를 놓칠세라

절로 목구멍 너머로 넘어간다.



























































그래도 대나무 숲에서

댓잎 스치는 소리는 한껏

듣고 가야 하지 않겠나.






















흥취 겸비한 인력거도 한 번쯤은

타볼만 하겠지만야




마냥 걷는다.



우수수수----

스스스----

귓가에 잎새들 물결치는 소리가

이렇게나 선명한 것을

인력거 바퀴 소리에

행여나 조금이라도 묻혀갈세라.












































그리고 나서야,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목욕탕 카페로 향했다. 드디어.







































옛것들을 고치고 단장한 모습이

한껏 정겹고 예뻐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아니면 욕심이려나.



부수고 없애는 것은

참 쉽기도 쉽더라.

가꾸고 간직하고 지긋이 지켜주는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이렇게나 공교롭고 힘든 일이

되어버렸나.












점심 메뉴 샌드위치는 속이 유달리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뭐가 이렇게나 맛있는 거지... 보기에는 별반 특별해 보이지도 않았던 빵이

한 입 베어 물자 솜뭉치마냥 폭신한 것이, 슴슴한 것이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맛있는 '맨 빵'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게다가 '뜨끈'하지는 않게, 두 손에 사악 감기는 아주 적절하고 포근한 온기.

곁들여 나온 단호박 페이스트는 주방으로 찾아가 레시피를 묻고 싶을 정도로

감미로운 맛이었다.


'중심'에서 벗어나

아주 조금이라도 중심에서 벗어나 시선을 돌리고 발걸음을 그리로 향하면

가끔 행운처럼 남모르게 얻게 되는

그런 묘미가 여행에는, 길 위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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