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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May 13. 2024

나는 혼자가 두렵다.

나는 혼자가 두렵다.



7년 전, 20살부터 6년 동안 사귀던 전 남자친구와 갑작스레 헤어지게 되었을 때 내 세계 하나가 무너졌다. 당시 내가 받은 충격은 “나는 혼자가 두렵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남자친구를 잃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내가 혼자가 되었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에 대한 분통함과 두려움이 들었다. 그이는 빠지고 그냥 온전히 혼자 있게 되어버린 게 억울해하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세상에 오직 나만 있는 것 같은. ‘정말 혼자가 되었구나.’가 너무 무서웠다. 왜냐하면 난 남자친구하고만 관계를 하고 모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 관계에만 올인.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그가 툭하고 떨어지니 정말 난 혼자가 되어버렸고-난 참 극단적으로 관계를 해왔다.


그리고 나는 이 갑작스러운 이별을 시작으로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것을 이 정도로 두려워하는 것이 내겐 너무 충격적이었고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학교에 입학해서 사람들 앞에서 입학 동기를 얘기할 때마다, "남자친구랑 헤어진 게 너무 충격적이어서요."라고 말하는 게 부끄러웠다. 다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내겐 고작 이 정도가 대학원에 이끌 정도의 동기였기 때문이다. 근데 어제 알았다. 그냥 그게 나라는 것을. 나의 가장 본질적인 나. 내겐 가장 근본적인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어제 작업을 하면서 문득 알게 된 것은 나는 누구보다 나, 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 지금의 남편과 친해진 데도 긴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이전에 혼자임이 편하고 좋은 사람, 좋은 말론 나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 꼬집자면 경계가 철벽통인 사람, 내 세계가 강한 사람. 그래서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난 나 이외의 사실 남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그래서 어제 작업을 하는 데 문득 참 낯선 것이다. 아직 잘 모르는 누군가를, 나 이외의 타인을 접촉하고  날 만지는 것도 어색한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제 이 작업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장면은 학창 시절이었다.

난 학창 시절에 친구들끼리 화장실을 갈 때 다 함께 팔짱을 끼고 가거나 같이 가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안 가고 싶은데 왜 같이 가야지?' 그게 나란 사람이었다. 날 만지는 것도 싫었다. 우리 아직 안 친한데 왜? ‘친구’라는 이유로? 친구는 뭔데- 이렇게 까탈스럽고 지독하게 ‘내’가 강한 사람이 나였다. 근데 이 장면이 어제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어젠 7년 전 대학원에 입학 전 내가 들고 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았다. ‘그냥 그게 나구나.’ 다시 원점, 시작점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혼자가 두려워"의 같은 말은 "나는 혼자다"였고. 누구보다 혼자임을 생경하게 살고 느끼는 사람이 나란 사람이었고, 내가 강하고 독립적이니 나를 제외한 모든 것 <나-타인-세상>에서 내가 혼자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겐 공포였던 것이다. 내가 혼자 있기에, 혼자 있는 것이 공포스러운 것이다. 말로 표현이 어색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공포감을 느낄 이유가 없으니까. 이번 작업에서 밤이 너무 나여서 그동안 밤을 무서워했던 것처럼, 너무 혼자인 게 나여서 머리는 혼자인 나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냥 이게 난데.

근데 이젠 다시 질문이 생긴다. 왜냐면 내가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그럼 혼자가 좋으면, 그게 나면 그렇게 살면 되는데 또 그것도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것'의 그림자라면 그림자는 나는 혼자-인 사람이기 때문에 외로움이 짙다는 것이었다. 나 이외의 모든 것에서 분리되니. 나만 있다. 그래서 외롭다. 그러니 모순적인 것이다. 내가 그냥 나로 있으면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을 내가 만들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난 지금껏 외롭다고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었다.

난 그래서 그동안 지독한 외로움의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냥 나로 있으면 외로운 거구나. 혼자 있음과 동시에 공존하는 건, 혼자 있음으로 인한 외로움이라는 것. 자유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외로움도 주는구나. 낮과 밤처럼 동전의 앞뒤구나. 그 외로움에 허덕여 지냈는데. 허탈한 것이다.

나는 혼자가 편하고 좋기에, 그러면서 동전의 앞뒤처럼 따라오는 이 외로움에 난 그동안 술을 잡고 밤을 채우고 한 연인에게 올인하는 방식으로 이 이유 모르는 외로움을 채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정말 모순적인 사람이다. 나는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좋은데 그래서 외롭다. 이 모순의 굴레 바퀴에서 이런 나를 가지고 어떻게 이곳을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이 든다.

날 포기하지 않고 혼자로서 어떻게 외롭지 않게 살아갈까. 그 밸런스가 뭘까. 혼자인 것도 좋은데 외로운 것도 싫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방법은 내가 흐르면 된다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세상에 흐르면 외로움이 낄 자리가 없는 거구나! 이번 작업에서 껍질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벗기던 게 뭔지 알았다. 이런 나를 허무는 것. 그게 내가 살 길이구나. 근데 난 한 번도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방법을 모른다.

한 연인에게, 날 혼자 있게 두는 아주 소수의 사람에게만 마음을 열며 살아왔다. 역설적인 건 날 홀로 두는 사람들에게 왜 나에게 올인하지 않냐고 집착하며. 내가 혼자 있게 두는 사람들만 선택했으면서 왜 올인하지 않아?-라고 그들에게 올인하는 이 아이러니를! 그리고 편한 관계만 지향했던 나, 이것도 얼마나 오만방자하고 타인과 세상을 왕따시켰 던 건지! 그래서 난 그냥 방법을 모른다. 난 바보처럼 살았군요. 그러면서 왜 외롭다고 했던 건지 내가 참 귀엽다. 진짜 십 년 뒤에 독거사 할 뻔했다.

눈물이 나는 건! 난 이 시작점을 엄청 그리워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 모두에게 외친 "안녕하세요!!!!"도 정말 안녕하세요. '저 그동안 많이 외로웠어요. 모두 안녕하세요!! 같이 놀아요!!'의 말이었다. 가슴이 매우 오픈되어 있을 땐 나는 자연스럽지만 그 외의 순간들에 다시 나로 돌아와 표정 관리와 어색함을 들키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강한 사람이 나라는 사람이었다. 방법을 모른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지독한 나! 근데 이런 나를 모두에게 공표했다. 모두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어색하게 매일매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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