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by 위대한 주니안

요한 볼프강 폰 괴테라는 이름만 알고 사전지식 없이, 그저 유명하다는 이유와 제목에 이끌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게 되었다. 짙은 사랑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베르테르가 약혼자가 있는 샤를로테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행복과 희열, 그리고 사랑을 가질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처절한 아픔 등 감정의 굴곡을 절절하고 세밀하게 전달한다. 중간에 큰 결심을 하고 떠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사랑은 더 깊어지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슬픔은 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책의 대부분은 베르테르의 감정 묘사와 그의 관점으로 쓰여 있다. 화려한 언변으로 전달되는 로테에 대한 마음을 엿볼 때면, 여자로서 저런 강렬한 사랑의 눈빛을 한 번쯤 받아보고 싶다는 부러움도 들었다. 그리고 내가여자라서 인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샤를로테의 마음을 자꾸 읽게 되었다. 엄마의 유언으로 어쩔 수 없이 약혼을 유지해야 했던 샤를로테.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했지만 동시에 베르테르의 인격을 좋아했고, 그의 불같은 사랑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을 드러낼 수 있었던 베르테르는 인간으로서 아쉬움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신의 마음을 끝내 표현할 수 없었던 샤를로테. 베르테르를 가질 수 없지만 결코 잃고 싶지도 않았던 그 마음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영혼의 친구로라도 함께하고 싶었던 남자가 눈앞에서 자살을 했고, 그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샤를로테가 나는 더욱 안쓰러웠다.


이 책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베르테르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괴테의 인생 철학과 통찰이 돋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의 자유 시간이 생기면 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다.”

우리의 모든 노력과 ‘열심히 사는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자유와 행복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여기거나 도태될까 봐 불안해한다. 그래서 다시 바쁘게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남들보다 조금 뒤처져 살면 안 되는 걸까? 남의 기준과 시선을 따라가며 비교 속에서 살아가는 한, 진정한 행복은 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모순이 현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괴테의 시대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연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이문장은 삶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게 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내가 늘 마음에 새기는 말인 ‘새옹지마’와 ‘일희일비하지 말자’와도 닿아 있다. 행복이라 여겼던 것이 불행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불행이라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행복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결혼 전, 데이트 비용을 아끼던 남자친구(지금의 남편)가 못마땅했던 적이 있었다. 메뉴를 고르며 계산하던 눈빛, 밥을 먹고 카페에 가기까지 망설이던 발걸음이 나를 서운하게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결혼 후 알뜰한 소비로 이어졌고, 지금은 오히려 큰 장점으로 느껴진다.

“우리에게 모자라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우리는 느낀다. 그런데 우리에게 부족한 바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부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사람은 어떤 이상적인 삶의 즐거움마저도 부여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완벽하게 이룩된 사람이란 사실은 우리 스스로의 창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행복과 불행은 사물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달려 있다. SNS를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는 때로 실제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이상적인 이미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인간의 마음도, 행복해지는 방식도 시대를 넘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