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자기만의 방》

by 위대한 주니안

민음사 고전 월드컵 쇼츠를 봤다. 웬만큼 다 읽어본 책들이라 한 고비 한 고비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하고 격하게 공감하며 지켜보았다. 그 와중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달과 6펜스를 가볍게 뛰어넘은 책이 있었는데, 바로 《자기만의 방》이었다. 아직 버지니아 울프의 세계까지는 닿지 못했던 나. ‘달과 6펜스’를 고민 없이 뛰어넘을 책이라니, 어떤 책일까 궁금해 이번 주의 책으로 선정해 보았다. 역시나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서두가 저렇게 긴 것일까, 읽는 내내 의구심을 안은 채 글을 따라갔다.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된 버지니아 울프는 강의 준비 과정에서의 사유를 허구적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화자는 대학의 길을 걷거나,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조차 여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하며 남성 중심의 학문 세계에서 배제된 여성의 현실을 경험한다. 남성 중심의 옥스브리지에서의 오찬과 여성 칼리지 퍼넘에서의 만찬을 비교하며 ‘여성의 경제적 빈곤’을 드러내고, 왜 여성은 가난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 가난이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지위와 경제적 기반이 없었던 여성들은 늘 ‘공동의 거실’에 머물러야 했기에 집중이 필요한 시나 희곡을 쓰기 어려웠던 것도 그 이유였다. 울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거의 동일한 천재성을 가진 가상의 여동생이 있었다면 과연 셰익스피어처럼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며, 여성이 처한 한계를 보여준다. 그런 여성들에게는 작가로서 이어지는 전통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창작 활동의 한계로 이어졌다. 결국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정한 경제력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글쓰기를 촉구한다.


사실 이 책은 나에게는 좀 어려웠다. 그 시대 여성의 지위와 현실을 머리로만 어설프게 받아들인 채, 언급된 여러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울프의 주장을 이해하려다 보니 글을 온전히 공감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그래도 계속 써라’라는 용기다.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쓰기를 권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속에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길 바란다.”


이제는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도 있고 경제력도 있는 시대이다. 자신의 재능을 감추며 여러 제약 속에서도 글을 써왔던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라도, 나는 더 이상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삶에 관심을 갖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솜씨가 없다며 매번 노트북을 열기까지 저항이 심한 나에게 던지는 울프의 일갈로 이번 독서 후기를 마친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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