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022년 봄이었던 거 같다. 스더를 연남동에서 보기로 하고, 일부러 약속시간보다 두 시간 정도 먼저 도착해 연남동에 있던 독립서점 세 군데를 방문했다. 이층에 있던 작은 서점은 책과 와인을 동시에 큐레이팅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장을 넘기다 제목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작가가 내가 감명 깊게 추억하던 한 독립서점의 점장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향수에 빠져 모국에 방문할 때마다 한글로 쓰인 책들을 사기 위해 꾸준히 독립서점들을 방문했다. 그중 하나가 부쿠(buku)였다. 5월에 비가 내리던 날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 구불구불 올라갔던 성북동에 위치한 서점. 부쿠는 여느 서점과는 다른 신성한 충격?을 선사했다. Fresh book이라며 우유 냉장고에 우유 대신 전시되어 있던 신간들은 신박한 이질감을 선사했다. 책마다 서점 직원들의 노트가 남겨져 있던 것들은, 항상 남의 시선이 궁금한 나에게 흥미로웠다.
내가 추억하던 부쿠에 대한 글을 다른 독립서점에서 만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사람이 살기 싫으면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끄집어내어서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게 되는 것일까."
"그는 엄마가 해 온 것처럼 내 성장의 어느 부분을 담당했다. 20대의 나에게는 엄마가 둘이었다"
- 여기서 작가가 지칭하는 비생물학점 엄마는, 공지영 작가님이다.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녀에게도 그랬듯이 나 또한 20대 초, 공지영 작가에게 빠져있었다. 처음으로 에세이란 분야에 집착하게 만들어준 작가이다. 대학교 1학년 도서관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접해고, 그 이후 매주 나는 열람실이 아닌 도서관을 방문했다.
"책 500부로 보이지 않는 소통을 하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 생각해보지 않았던, 어쩌면 소름 끼치게 멋진 영향력이다. 모든 사람들은 매 순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며 산다. 내 생각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서술한 공간에서, 그것의 영향력을 궁금하게 한다. 나의 작디작은 독서노트들도 남들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그렇게 에세이를 찾기 시작한다. 대화를 찾아서"
- 나에게 에세이란. 내가 언어로서 정리하지 못한 감정과 생각들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비슷한 감정이나 경험을 느낀 사람들이 그것을 언어로서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연결되어 있는 얇은 끈이다.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왔을 때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여 지속적으로 찾게 된 장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