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보라 Dec 31. 2023

잠수 타지 않고 손을 내민 나 자신을 칭찬합니다.

대단했던 2023년을 보내며 알게 된 일.

2023년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어요. 물론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건 예상에서 많이 벗어난 일이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몸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이어진 대형병원의 진단과 수술이 이어졌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내 인생은 어디로 갈 것인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머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환자복을 입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팔에 주사가 꽂혀 있었고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슬퍼할 틈도 없이, 너무 낯선 환경과 더욱 낯선 내 모습에 울음도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의 저라면 아마도 잠수를 탔을 것 같습니다. 사라지기위해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감당하려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름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이번 일은 좀 큰일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운영 중이던 북클럽 회원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데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이 시간을 지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우리 북클럽 분들은 흔쾌히 제 옆에서 있어주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혼자 남겨지지 않기 위해서 몇몇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고 말을 했습니다. 이런 일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인정하는 것 같았거든요. 어제까지와는 다른 나를 내 입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나는 아픈 환자가 되는 것(?) 같아서 어려웠지만 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제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내 사람들에게 나의 일을 알리고 부탁을 한 점입니다. 살면서 굉장한 벽을 만나 숨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들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한 발자국만 내딛고 손잡아 달라고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나를 배려하느라 그저 지켜보면서 내 주위를 빙빙 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내 손을 잡아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용기를 내어야 합니다. 이건 진실입니다. 그래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사람이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어떤 일을 이겨내기 위한 힘도 사람이 줍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터널에 들어온 그날.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원망도 후회도 앞으로의 그 어떤 일도 생각할 수 없었던 그런 밤이 있습니다. 그때 숨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세요. 당신이 손을 내밀면 기꺼이 그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기도로 저는 지금 그 때 그렇게 바라던 오늘의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저에게 전화를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집밖으로 끌어내서 시시한 이야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잘 지나갈 거라고 그리고 항상 옆에 있을 거라는 그런 눈빛과 따스한 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끝난 것 같고 그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들이 생각나고, 해보지 못한 일들이 후회로 밀려왔습니다. 그때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잘 치료하고 하면 되지. 걱정하지 마라. 괜찮을 거다.' 그 말은 제 마음에 깊이 들어왔고, 지금은 그때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했습니다.


터널에서 나오려면 일어나서 한 발씩 걸어야 합니다. 도와달라고 말해야 합니다. 내 옆에 있어달라고 손잡아달라고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러면 기꺼이 도와주고 곁을 내어 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아프기 전으로 갈 수만 있다면 꿈에서라도 가고 싶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 때문에 제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것입니다. 2023년은 저에게 힘겨움을 주었지만 귀한 것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늘의 소중함.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귀중 함입니다. 


2024년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저는 이 귀한 깨달음을 마음에 넣고 내 시간과 나의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할 생각입니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2023년은 어떠했나요? 그리고 2024년은 어떤 기대감이 드나요? 궁금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