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D-92
오늘 아침 산책은 햇살이 따스했어요.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지나왔는데, 이렇게 확 바뀔 수가 있을까? 중간이 없네요. 조금 여운이 없달까? 서운했습니다.
연휴 한가운데이고, 일요일 아침이어서 인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사를 바친 풋살장 2개에 사람이 꽉 차 있네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갑자기 운동선수들이 특히 개인운동이 아니라, 단체 운동. 축구나 야구 예능이 이렇게 인기를 끌까요?
남자들의 전유물인 것 같았던 축구가 이제는 여자들도 멋지게 즐기게 되었습니다. 발톱이 빠지고 몸에 멍이 든 언니들이 근사해 보이는 건 달라진 시선입니다. 예능 <뭉쳐야 찬다>로 시작된 축구예능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저 축구 잘하는 이기고지는 것뿐 아니라, 각각 선수들의 이야기로 시선이 바뀌고 있어요. 어릴 적 축구 선수가 꿈이었던 남학생들이 어려가지 이유로 그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운동선수가 됩니다. 그리고 다시 접어놓았던 꿈을 드러내며 축구장에서 공을 차게 됩니다. 뭉찬의 어떤 선수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개인 종목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끈끈한 동료애를 느껴보고 싶다.' 이렇듯, 단체 종목에는 이런저런 스토리가 많이 생겨납니다. 땀 흘리며 같은 욕망을 향해 달리는 순수열정 자체라고 할까요.
저는 요즈음 <최강 야구>에 빠져 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영상 하나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고척 돔 야구장을 가득 채운 반짝반짝 스마트 폰 라이트와 함께 같이 부르는 노래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영상입니다. 그리고 TV화면에 그저 우리네의 아빠, 오빠, 언니, 친구들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중년 아저씨의 눈에 살짝 눈물이 보입니다. 분명 응원하는 팀이 있고, 이기고 지는 승패가 있는 스포츠 경기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현재 최고의 선수들이 나오는 프로야구도 아니고, 은퇴 선수들이 하는 예능에서 이런 장면이 연출됩니다. 호기심이 상승합니다. 티켓오픈 5분 만에 고척 스카이 돔을 가득 채운 힘과 그들로 하여금 저런 표정을 짓게 하는 TV프로그램. '이건 뭐지? 이유를 알고 싶다.' 이 마음하나로 한편씩 한편씩 보다가 그 속으로 빠져 버렸습니다.
두산 팬이었던 예전의 기억. 박철순 선수의 은퇴식을 직관했던 잠실의 추억.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알아보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 무엇인가? 단장으로 불리는 장 PD는 강철부대를 탄생시킨 사람으로, 역시 대중이 어떤 포인트에 마음이 요동치게 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네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야구에 대한 사랑이 100명이 넘는 PD, 작가, 카메라, 오디오 등 모든 제작진에게서 매 회차 느껴집니다.
그러던 중, 아마추어 선수 한 사람의 만화 같은 등장에 예능을 보면서 펑펑 울어버렸네요. (창피해서..) '선성권'이 분은 유튜브에서 150을 던지는 아마추어 야구인입니다. 정식으로 야구를 배운 적이 없는 이 남자가 고척 돔 경기장 마운드에 오릅니다. 정말 슬램덩크나 야구 영화를 보는 줄 알았습니다. 카메라 웍이나 음악, 관중, 선수들, 자막 모두 대단했습니다. 화면에 잡힌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한 명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잘해라!' 이렇게 모두 한마음일 수가 있을까요? 다 같이 소리 지르고 손뼉 치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왜 그럴까요?
혹, 어릴 적 야구 선수가 되어보려 했던 사람들은 더더욱이, 야구를 하지만 프로선수까지 못 가고 그만했다면, 다른 운동을 했던 사람, 나도 그 어떤 꿈이 있었던 사람 등등 모두 자기 자신의 못다 이룬 꿈에 대입을 했을까요? 나는 포기했지만 너는 용기 있게 선택했으니 잘해보라는.. 만화나 영화 같은 엔딩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실재 경기는 몇 명 아웃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모두 잘했다고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울컥하는 마음은 어떤 포인트일까요? TV예능에서 자주 보여주는 악마의 편집을 했어요. 잘~. 선수들이 그렇게 소리를 많이 지르는 것도, 관객의 리얼한 표정도 너무 잘 보여주면서 저를 울게 만들었습니다. 한마음으로 주인공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두 손 모으고 진심으로 말이죠.
승패가 있는 스포츠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감동을 느끼고 싶고, 응원을 하고 싶어 한다. 아마도 단체 스포츠 예능이 많아지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만난 풋살 구장에서 열심히 공 하나를 놓고 하하 호호 땀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한 것입니다.
오늘은 조금 와이드 하게 찍어봅니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좋고 햇살은 따뜻한 연휴의 한가운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