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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Sep 12. 2024

첫 번째 하늘, 첫 번째 걸음

100일의 첫날, 이제 시작이다.

약속한 첫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100일 동안 매일 하늘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하늘 사진 찍기는 단순한 사진 촬영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다른 하늘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그때 알게 되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남겨보기로 합니다.


챌린지를 시작하는 마음은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그런 것 같습니다.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매일 같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을까? 다른 느낌을 찾을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빠뜨리지 않고 100일 동안 꾸준히 할 수 있을까? 나 같은 집순이가 매일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바쁘고 지친 날에도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있을까?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이런 것 마저도 긴 여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걱정하지 말기로 합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매일 하늘을 보고 기록을 남기는 일입니다. 이 도전은 나에게 따로 시간을 들여 나를 돌보는 소중한 습관이 될 것입니다.


매일 다니는 길과 매일 나와 함께 하던 하늘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보기 시작하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왠지 하늘도 더 맑고 푸르고, 어제와는 또 다른 빛깔입니다. 마치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두근거립니다. 첫날의 기분은 이렇게 맑게 시작하지만, 때로는 흐린 날, 비 오는 날도 있겠지요. 구름이 많아도, 바람이 불어도, 그 모든 순간들을 일상 속에서 찾아낼 작은 아름다움으로 기록해 나가려고 합니다.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마음은 뿌듯하고, 앞으로의 99일이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1일의 사진을 조금 멋있게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사진을 얼마든지 찍을 수 있지만, 책상 깊숙이 있는 DSLR 카메라를 일부러 꺼내어 들고 집 근처 산책로에 나갔습니다. 오래간만에 손에 카메라를 들고 길을 걸으니, 사진작가가 된 것 마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첫날 꽤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DSLR과 스마트 폰을 모두 사용합니다.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매일 걷는 집 근처의 그 길과 매일 그곳에 있던 하늘을 그렇게 자세히 본 날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서울 9월의 하늘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보이는 멋진 하늘색을 사진에 담을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근사했습니다. 왜 그동안은 이걸 모르고 살았나 싶었고, 지나간 봄날 하늘을 남겨 놓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그중에 딱 한 장을 선택했습니다. 잠시 필터를 넣어볼까 편집을 할까 고민도 했지만, 나름의 한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100일 동안 편집 없이 원본 그대로를 저장한다. 첫날의 풍경과 내 기분을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너무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모든 일의 첫날은 이런 기분이 들까요? 멋진 사진과 함께 꽤 오래 걸어서 운동도 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챌린지 첫날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왜 100일 동안 하늘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일상 속 작은 변화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일을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하늘처럼 나도 매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바쁘게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멈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여 하늘 일기가 될 것입니다. 나중에 이 기록들을 되돌아볼 때, 오늘의 이 다짐과 첫걸음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되기를 꿈꿔봅니다.


오늘은 이렇게 첫 하늘을 찍으며 새로운 시간을 시작했습니다. 하늘은 매일 달라지고, 그 아래에서 나 또한 매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갑니다. 100일 동안 어떤 하늘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그 모든 날들을 천천히 기록해 나갈 생각입니다. 오늘의 하늘처럼 맑은 마음으로, 때로는 구름이 낀 마음으로, 그리고 가끔은 비가 오는 마음으로도 내 머리 위의 하늘을 계속해서 담아낼 것입니다. 이 작은 도전이 큰 의미로 다가오기를, 그리고 그 기록들이 언젠가 따뜻하게 감싸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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