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뉴노멀의 시작 (2)
* 본 고는 2020년 5월에 발행한 스페셜 리포트 <코로나19, 뉴노멀의 시작> 제 2호 [코로나 임팩트 : 변화의 방향]의 내용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 2020년 5월 25일 대홍기획 블로그에 게재된 바 있으며, 이를 약간 다듬은 것입니다. https://blog.daehong.com/171?category=733885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그러한 크고 작은 변화들은 코로나19가 가져 온 경제적, 사회적 임팩트의 소산들이다. 따라서 변화의 작은 양상들을 포착하는 것은 물론, 그 기저에 흐르고 있는 근원적인 동기와 이를 반영한 큰 흐름들을 아는 것은 앞으로 기업과 브랜드의 비즈니스를 영위한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적 충격은 흔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와 비교되곤 한다. 우리가 최근 20년 내 겪은 가장 심각한 경제적 위기이자 세계적 위기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금융위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생존이 달린 위기라는 점이다. 양적 완화로 극복할 수 있었던 금융위기와 달리, 코로나19는 재정적 문제는 물론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또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바뀌고 있는 고객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은, 산업과 소비생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이 변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근원으로부터 접근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고객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근원 동기는 무엇일까?
변화의 근원
- 코로나19, 고객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근원 동기는 무엇인가?
우리가 이전과 같은 생활 양식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바이러스의 확산과 전파를 막기 위해 "격리, 폐쇄, 고립"이 필요하다는 점으로부터 기인한다.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 공동체 활동은 이동하고 모이고 접촉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마치 숨쉬듯이 자연스러운 행동들,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활동들이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적인 것이 되었다. 이것이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었다. 고객들의 생각과 행동의 근간에는 2개의 근원동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근원동기 1. 필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분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소비 혹은 소비욕구가 증가한 영역과 감소한 영역에 대한 응답 결과(각주1)를 보면 소비자들이 현재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확연히 구분된다. 현재 소비 혹은 소비 욕구가 증가하는 업종들은 먹는 것, 온라인으로 즐기는 것, 집 안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것과 연관이 있다.
결국 소비자는 구매에 앞서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생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최소한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생활방역이 오래 지속될 수록, 이와 같은 자문자답의 습관은 소비자의 태도 뿐 아니라 인식 속에 깊이 각인될 것이다.
근원동기 2. 비 대면 동기 강화
이미 메가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던 비 대면, 일명 언택트 트렌드는 코로나 發 위기로 절박한 동기가 추가되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9년 동월 대비 카테고리 별로 50~75%가량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다.
고객을 온라인쇼핑으로 이끈 것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필요와 편의였다. 코로나19는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를 추가했다. 바로 불안과 공포다. 어떤 행동을 강화하는 데 이보다 더 강력한 동기는 없다. 불안과 공포는 이미 움직이고 있던 비 대면 트렌드를 단숨에 메가 트렌드로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19는 여러 학자들이 경고하는 바와 같이 인류사의 특이점이 되고 있으며, 중세 시대 페스트에 버금가는 전대미문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의 인구는 14세기 전반에 7000만명 정도였다가, 페스트로 인해 약 2000만 내지 2500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페스트는 기도를 해도, 교회에 모여도 피해가지 않았고, 이는 교회에 대한 불신을 일으켰다. 농노의 노동으로 돌아가던 장원은 인구가 줄어 일할 사람이 없으니 몰락하기 시작했다. 신 중심의 중세의 암흑 시대 아래서 인본주의가 잉태되었으며, 마침내 르네상스가 태동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어떤 변화를 잉태하고 있는 것일까?
변화의 방향
- 코로나19, 향후 지속될 변화의 방향은 무엇인가?
AFTER CORONA TREND Top 7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의 근간에는 필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구매 심리, 그리고 비 대면 동기의 강화, 2개의 근원 동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한 변화의 양상을 조망해 보고, 그 중 큰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되는 7개의 핵심 트렌드를 선별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After Corona Trends Top7을 살펴보자.
1. HMR for Home Dining
HMR(Home Meal Replacement)은‘간편한 식사‘를 넘어 ‘제대로 된 식사’로 진화한다
HMR, 밀 키트의 성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HMR은 4인가족을 위한 제대로 된’ 식사를 목표로 해야 한다. HMR의 성장이 예견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유망한 식품 트렌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성장은 점진적이었다. 기업이 생각한 타겟과 주 이용 고객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촉발된 재택과 집콕 속에 자의반 타의반 집밥이 필수가 되었고, 누구나 하루 N끼를 직접 차려 먹거나 먹여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래서 앞으로 HMR의 방점은 ‘제대로 된’ 식사에 찍혀야 한다. 즉, HMR은 더 이상 1인가구나 영 타겟을 위한 ‘간편한 대용식’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프리미엄 재료를 사용하여,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때우는 수준을 넘어 훌륭한 식탁을 손쉽게 차리기 위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Multi-Home
집은 휴식과 일과 여가를 보내는 멀티기능 공간으로 진화한다.
집의 기능을 보완해 주는 상품과 서비스가 각광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들은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 바로 우리들의 집이 ‘근무’에 아주 최적화되어 있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특히 사무 공간을 구분해 두지 않은 1인 가구라든가,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인 경우 업무 능률 저하의 문제는 더 커진다.
2018년 소개된 네덜란드 가구 디자이너 제프리 파스칼의 재택근무자를 위한 사무용 가구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그의 가구는 재택 근무자를 위해 사무환경이 어떻게 조성돼야 하는가에 대한 독특하고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피트니스 시장의 넷플릭스”라 불리는 펠로톤 社는 홈트레이닝 기구와 운동지도 스트리밍 콘텐츠 서비스를 묶어 월 $12.99에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집이 멀티기능 공간으로 진화해야 할 필요에 직면하면서 집의 기능을 보완해 주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3. Robots, assemble
로봇 도입을 지연시켰던 심리적, 법률적, 기술적 규제들이 풀리고로봇 경제가 본격적으로 실현된다
로봇의 도입, 자율주행차 등은 상용화를 검토하며 지속 논의돼 오고 있던 기술들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비 대면 동기 강화 국면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될 계기를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이 오픈한 미래식당 ‘메리고키친’에서는 자율주행형 서빙 로봇 ‘딜리’가 음식을 서빙한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7월, 푸드테크 기술이 접목된 미래식당 ‘메리고키친’을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QR코드로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의민족 앱으로 결제를 하면 자율주행 로봇(PuduBot, vd company)이 음식을 서빙한다. 이제는 서빙로봇 ‘dilly’의 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중국 이커머스 거대기업들이 자율주행 무인배달차량과 로봇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온디맨드 배송 서비스 플랫폼인 중국 메이투안디엔핑(Meituan Dianping)은, 최근 베이징에 자율주행하는 무인 배달 차량을 도입했다. JD.com은 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Wuhan)시에 자율주행 배송차량을 투입했으며,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 Ele.me는 격리된 호텔 객실로 식사를 보내기 위해 배달로봇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4. Untact to Ontact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는 계속된다.대면하지 않고도 잘 연결되고 잘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해진다.
이제 ‘언택트(untact)’ 하는 가운데, ‘컨택트(contact)’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온라인을 통한 컨택트, 즉 ‘온택트(Ontact)’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기아자동차는 4세대 쏘렌토를 유튜브 론칭 토크쇼를 통해 소개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고관여 제품이다. 직접 제품을 살펴보고 체험한 뒤 구매하는 경향이 강한 고관여 제품이면서도 고객 편의와 비대면 기조에 발맞춰 신차를 온라인 토크쇼로 소개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실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은 3월 초 온라인 전시관을 열어 그동안 열린 주요 전시를 VR과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박물관과 미술관의 휴관이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전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미술품도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5. Mental Caring
격리, 폐쇄, 고립의 기억,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한 불안을다스리기 위한 정신적 케어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는 알게 모르게, 크고작은 심리적 상흔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지난 4월 중순 서울시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 가량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답답함,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불안, 무기력증, 우울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멘탈 케어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외에서 온라인을 통한 비 대면 심리 상담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아토머스가 제공하는 ‘마인드카페’는, 온라인으로 공인 자격 심리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익명 보장 모바일 마음 치유 서비스다. 또한 미국에서는 챗봇의 고독 검진을 통해 고립과 고독을 파악하고, 사용자의 정신 건강 상태를 체크하여 언제 도움을 줘야 하는지 그 시점을 콜센터 직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인 픽스 헬스(Pyx Health)가 등장했다.
6. Local-Centric
좀 더 믿을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로컬 기반 비즈니스가 각광받는다. 키워드는 신뢰와 안전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의 배경은 Globalization, 즉 세계화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각 국가 간 물자의 흐름과 사람의 이동, 이해관계 등이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리고 그러한 연결과 흐름은 감염병으로 인한 생존 위협의 근본 원인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또한 국내 관점에서 보면, 수입제품, 특히 서구권에서 온 제품이나 서비스가 보다 선진적으로 여겨졌던 과거를 뒤로 하고 국내 기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더욱 상승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불특정이 아닌 내가 사는 지역 기반으로, 내가 아는 범위 내에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더욱 안전하고 신뢰할 만 하다고 믿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15년 ‘판교장터’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던 지역 기반 중고거래 장터 당근마켓이 대표적 사례다.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인 ‘당근마켓’은 최근 3년간 월간 순 방문자 수가 채 100만이 되지 않았으나2018년 중반부터 가파른 J커브를 그리기 시작하더니 코로나 發 위기를 타고 2020년 4월 700만 MAU를 달성했다. 고객들이 당근마켓으로부터 얻는 밸류는 중고 거래 장터가 아니다. 신뢰 기반 지역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7. Korea Premium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로 이행,국제무대에서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가 각광받는다.
K-방역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와 높은 의료 수준, 모범적인 시민의식은 전 세계적으로 본받을 만한 대상으로 호평 고 있다. 그러한 영향으로, 식료품 사재기와 의료기기 품귀현상을 겪는 나라들의 한국 제품 선호가 높아 수출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KOTRA에 따르면 간편식, 화장지 등 생필품은 물론 열화상 카메라 등 수출 상담 및 실행 건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아 계약이 신속하게 성사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요즘 가장 핫한 책 중 하나인 <디커플링>의 저자, 탈레스 S. 테이셰이라는 코로나19 대응 국면을 통해 한국 기업이 투명하고 안전하며 건강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으며 향후 ‘놀라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코로나 이후 도래할 뉴노멀의 세상에서 동서양 지위의 역전, 한국의 약진을 점쳐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가 초래한 일상과 소비의 변화 상 기저에 숨은 근원동기와 이로 인해 발현될 소비 욕구를 바탕으로 선별한 After Corona Trends Top7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처음 코로나 트렌드 리포트를 준비하던 시점부터 우리가 주목한 것은 결국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변치 않기에, 홈트레이닝이 대세로 떠올랐고, ‘피트니스 계의 넷플릭스’, 펠로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좋은 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비즈니스모델의 변화, 새로운 비즈니스의 계획에 있어서 본질적 욕구와 변화의 트렌드가 어떻게 교차되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코로나 트렌드리포트 3부작의 마지막 3호, <Post Corona : 본질과 트렌드의 교차점>에서는 변치 않는 본질과 변화의 트렌드가 만나는 지점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