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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화 Sep 26. 2023

잃어버린 꿀잠을 찾아서 0905

Day 5. 개들은 얼마나 자주 악몽을 꿀까

[파스칼 키냐르의 꿈에 관한 노트]

꿈이 몽상을 대체했다.  ‘몽상’이라는 말은 라틴어 ‘솜니움 somnium'에서 왔는데, 알지 못할 어떤 이유로 점점 사라졌다. ’꿈‘이라는 말은 방황하는 인간을 뜻하던 로마 말이었다고 한다.


“닭과 소는 매일 밤 25분 동안 꿈꾼다. 인간은 90분, 고양이는 200분 동안 꿈꾼다. 고양이들의 꿈은 해독되었다. 참새나 벌, 낙엽을 쫓는 끈질긴 약탈이다. 혹은 잔가지. 혹은 생쥐를 쫓는...”


그럼 개는? 개들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꾼 꿈:

바닷가로 셋이 여행을 떠나다.

하나는 대학 때 친구, 한 명은 나, 나머지는 하나는??? 누구였을까...

한 곳으로 두 번 여행을 다녀옴.

처음 여행은 순조롭게 다녀왔는데 다시 가야만 상황이 발생.

다시 떠났다.




두 번째 여행에는 돈이 없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편을 구하지 못해 난처해졌다.

나 때문에 이루어진 여행이라 부담이 컸다.


두 친구가 구석에서 소근소근 이야기(분명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착한 택시를 타고 떠나버린다.

나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그때 깨어났다.


생생하게 기억나는 음성은 내가 돌아가는 차편을 못 구해 당황하고 있을 때, 갑자기 둘째 이모부(맥락 없는 급출연)가 다가와 비웃었다.

‘여행 잘도 다니네~ 너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구나~‘


너무나 꼰대스런  말투로 화가 났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함.

(이모부는 이모부들 중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가 상징하는 바는 늘 크다. 어렸을 때 이모부가 친척형을 따귀 때리는 걸 본 적이 있다. 1등하다가 2등 한 정도에 시험성적 결과때문에 화가 나셨다. 그때의 충격은 꽤 컸다.)


멍한 상태에서 깨어난 나는 같이 여행을 떠난, 기억나지 않는 한 존재를 떠올리고 싶었다. 알아내고 싶었다. 그가 누구였을까? 큰 의미는 없지만 기억하고 싶었다.

역시나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찝찝한 꿈이었지만 남자 셋이 본 바다는 진짜 아름답고 푸르렀다.




누운 시간 (smart phone off): 1:30 a.m.

기상시간 1차: 7:00 a.m.

기상시간 2차: 9:20 a.m.

success/ fail: S (2차 기상을 없애야 한다. 두번째 잘 때 악몽을 꾼다.)

누운 장소: 안방 (요가 매트 위에 담요)

자기 직전 행위: 새로산 마이크로 파스칼 키냐르의 문장 낭독 및 녹음. 애인에게 전송

수면도움 아이템: 온열 눈 마스크 착용

몸무게: 72.5 킬로




일어나서 악몽 이야기를 하니 애인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더더욱 내 마음대로 살라 한다.


음성녹음이란 가수의 '우우우 나의 사랑'이란 노래를 추천해줬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귀에 편안하게 감긴다. 좋아서 무한재생 중이다.

내 어린 사랑은 쉽게 왜곡되고
이제야 아쉬운 노래
몇 번을 수선해 얇아진 기억들을
난 다시 넣어둬요


가사 중 일부


책 내용을 녹음해서 전하니 음성녹음이란 이름을 가진 가수의 음악이 답신으로 온다. 추천하는 노래이다. 한 번 들어보시길!




개를 오래 키웠다. 십대와 이십대 내내 개와 함께 했다.


자면서 시름시름 앓고, 끙끙거리고, 괜히 짖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입맛을 다시고, 중얼중얼 혼잣말도 개드른 잘한다. 꿈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들.

뭐에 놀랬는지 움찔하며 깨어나기도 한다. 늘 그 모습이 재밌어 웃기만 했는데,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악몽 꿨는데 주인이 저러면 빈정 상했을 거 같다.

‘미안! 그땐 몰랐어!!'

 

갑자기 궁금하다. 개들은 얼마나 자주 악몽을 꿀까?

꾸면 어떤 내용일까?


파스칼 키냐르가 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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