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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메르시 Aug 01. 2017

#14, 이탈리아 여행의 필수 코스, 바티칸투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나라.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하지만 결코 작지 않은 나라.

오늘은 이탈리아 여행의 필수 코스인 바티칸 투어를 떠나는 날.
한국에서 미리 투어 신청을 해놓고 왔기 때문에 나는 바우처만 미리 챙겨놓고 일찍 일어날 준비를 했다.
로마 여행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바티칸 투어, 남부 투어, 시내투어 등등 아침 일찍 출발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많이 이용을 하기 때문에 숙소에서도 여행자들을 위해 새벽부터 조식이 제공된다.
나도 아침 일찍 일어나 든든하게 조식을 먹고 약속 장소인 떼르미니역으로 걸어갔다.
바티칸 투어는 아침 7시까지 떼르미니역에서 만나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과 함께 출발을 한다. 역에 도착을 해서 조금 기다리니 투어 업체에서 나온 가이드가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인원체크를 마치고 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바티칸으로 이동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인 바티칸 시국은 1929년 2월 11일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권과의 라테란 조약에 의해 성립되었다.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 로마 테베레 강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전 세계 11억의 가톨릭교도의 총본산인 교황청과 교황이 있는 곳으로 많은 카톨릭교도들과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매일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바티칸 박물관의 오픈 시간은 오전 9:00이지만 이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30까지는 도착을 해 기다리는 것이 좋다. 아니면 오픈 시간을 훨씬 넘길 때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기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

참, 바티칸 시국을 방문할 때는 복장에 대한 주의사항이 있다. 남자는 반바지, 여자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는 입고 들어갈 수가 없으니 꼭꼭 기억하시길. 그리고 민소매나 슬리퍼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안된다. 하지만 뒤꿈치에 끈이 달린 샌들 정도는 가능하다고 한다. 힘들게 바티칸까지 갔는데 옷 때문에 들어갈 수 없으면 그것 또한 얼마나 황당한 일이겠어. 그러니 꼭 체크를 해야 한다.


바티칸 박물관은 총 54개의 미술관에 1400여 개의 방을 채우고도 남는 방대한 양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박물관이다. 런던의 영국 박물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박물관이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그냥 패스한 나는 바티칸 박물관은 꼼꼼하게 잘 보기로 다짐을 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투어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을 테니. 바티칸 박물관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 중세·르네상스·바로크 미술과 현대 예술까지, 수천 년에 걸친 빛나는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 양은 며칠을 둘러봐도 다 보지 못할 정도로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투어에서는 핵심적인 작품들을 위주로 관람을 했다.




라파엘로 <그리스도의 변형>

'그리스도의 변형'은 라파엘로의 마지막 유작이다. 이 작품은 <신약성서>의 마태오복음 17장의 두 장면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위쪽 부분은 예수가 기도 중 하늘로 승천하자 모세와 엘리야가 따르는 모습을, 아래쪽은 산에 올라가지 못한 제자 9명이 귀신 들린 소년을 고치지 못하자 당황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이전까지는 작품에 등장하지 않았던 검은색 물감을 사용해서 라파엘로는 과감하게 명암법을 표현했는데 이것은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에 나타나는 역동성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꼽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아주 대표적인 작품들을 남겼고, 미켈란젤로 역시 <피에타>, <다비드>, <최후의 심판> 등 압도적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학창시절 나의 흥미를 그다지 끌지 못했던 미술시간에 언급한 이 두 천재 화가의 이름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그렇지만 나에게 라파엘로는 생소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라파엘로는 "빼어난 인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라파엘로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남을 존중하고 항상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남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잘 생겼다고 한다. 이런 빼어난 인성에 천재적인 그림 실력, 게다가 잘생긴 외모까지 뒷받침을 해주니 그 누가 싫어했겠는가.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아테네 학당>은 교황의 집무실 벽에 그려진 벽화로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라파엘로가 그린 작품이다. 교황의 방에 있는 벽화를 어떻게 어린 나이의 라파엘로가 그릴 수 있게 되었을까? 정답은 빼어난 인성과 실력을 높이 산 당시 교황의 예술 고문이던 브라만테의 추천으로 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라파엘로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존경하는 마음을 이 작품에 담았다. <아테네 학당>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등 고대 철학자들이 등장하는데 이 중 플라톤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얼굴을, 헤라클레스에는 미켈란젤로의 얼굴을, 오른편 아래 끝에서 두 번째의 검은색 모자를 쓴 교황 수행원에는 자신의 얼굴을 담아 두 거장을 존경하는 마음을 한껏 표현해냈다. 자신들보다 한참 아래의 후배가 교황의 방의 벽화를 그리게 된 것에 엄청난 시샘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이쁜 행동을 하는데 그들도 무작정 미워할 수만은 없었지 않았을까. 게다가 작품의 완벽한 원근법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버금갈 정도였고, 바티칸 박물관의 입장권에 저렇게 들어가 있을 정도로 바티칸 박물관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바티칸 박물관을 한참 관람하고 밖으로 나오니 멀리 성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가 보였다. 이곳에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바티칸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우리는 점심때가 되어서 밥을 먹기로 했다. 가이드가 미리 섭외를 해놓은 식당으로 가 자리를 안내받고 앉아 메뉴판을 보기 시작했지만 결국 가이드의 추천대로 음식을 주문했다.





'이탈리아'하면 또 '피자'와 '파스타'아니겠는가. 한국에서도 그렇게 사랑했던 피자와 파스타가 그들의 태생지인 이탈리아에서는 얼마나 또 맛깔날까 기대를 엄청 했다. 피자와 파스타, 샐러드까지 주문을 마치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다들 약속한 듯 찰칵찰칵. 신나게 먹기 시작했는데 피자는 입맛에 맞았지만 파스타는 글쎄. 이 집이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스타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역시나 파스타는 한국 파스타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로마에서는 '1일 1POMPI'

식사를 마치고 나와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나와 투어에서 만난 동생은 폼피에 가보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일 1디저트 하는 게 인지상정. 한국에서 꼭 먹어봐야지 하고 기대를 했던 폼피였기에 우리는 한 걸음에 달려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 일행 남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우리가 서성거리자 투어 일행 중 제일 큰형님이었던 오빠가 우리 모두에게 폼피를 쐈다. 입으로는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의 눈은 이미 폼피를 향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자태에 정신이 팔리고 있었다. 동생과 나는 기본 폼피와 딸기가 올라간 폼피 두 개를 사서 나눠 먹기로 했다.
한 입 딱 입에 넣는 순간.


와. 폼피는 사랑이고 예술이자 진리다.


로마에 있는 동안은 무조건 1일1폼피 해야겠다고 나는 다짐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진짜 이런 티라미수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너무 행복했고 게다가 로마에서 먹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로마 3대 젤라또, 'OLD BRIDGE' 올드브릿지

로마 하면 또 '젤라또' 아니겠는가. 로마에는 3대 젤라또가 있다.
어제 먹었던 G.PASSI, GIOLLITTI, 그리고 바티칸 앞에 있는 'OLD BRIDGE'.
가이드가 올드브릿지에서 젤라또를 먹고 다음 투어를 시작하자고 해서 우리는 신나게 올드브릿지로 달려갔다.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어머나. 직원들이 한국말을 너무너무너무 잘했다. '안녕하세요'부터 '예뻐요!', '대박' 등등 한국말을 너무 잘하길래 나도 모르게 직원에게
"여기 뭐가 제일 맛있어요??" 이렇게 한국말로 물어봤다. 직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기초반은 마스터를 했겠지만 나처럼 디테일하게 한국말로 물어볼 줄은 몰랐겠지. 다음은 심화반도 마스터하시길 바래요.
어쨌든 나는 고심을 하다가 리코타치즈, 블루베리, 로지 이렇게 세 가지 맛을 주문했다.
캬. 너무너무 맛있네. 어제 먹은 파씨는 다소 실망을 했지만 올드브릿지는 대만족!


역시 이탈리아는 디저트 천국.

1일 1디저트로는 부족한 나라인가 보다.




성 베드로 대성당

공식적인 바티칸 투어는 끝이 나고 우리는 남은 사람들끼리 성 베드로 대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박물관에서 바라봤던 쿠폴라 위로 올라가 보기로. 바티칸 성당의 내부를 둘러보는 데는 입장료가 없지만 쿠폴라를 올라가기 위해서는 6유로의 입장료가 필요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8유로의 입장료를 내야 했다. 우리는 8유로를 내고 쿠폴라를 올라가 보기로 했다. 8유로를 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쿠폴라 끝까지 다 올라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어느 지점까지만 엘리베이터는 운행을 했고 그 이후로는 우리의 튼튼한 두 다리로 올라가야 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어마어마한 계단을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벅지가 당길 때까지 차근차근 밟아가며 올라가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성 베드로 성당부터 성 베드로 대광장, 회랑까지 연결되는 이 바티칸 건물은 마치 천국의 열쇠처럼 보였다. 힘들게 올라가 내려다 본 로마 시내의 모습과 성 베드로 대광장의 모습은 쿠폴라에 올라오느라 흘렸던 땀과 고생은 잊혀지게 만들었고 우리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압도당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 '피에타'

코폴라에서 내려와 우리는 성 베드로 대성당 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중 나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피에타'.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22~24세에 만든 대표적인 작품으로 나중에 성모 마리아의 어깨띠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는데, 이것은 미켈란젤로가 서명을 한 유일한 작품이다.

이 아름다운 조각은 파손되었다가 복원한 것인데 1972년 5월 21일, 한 청년이 피에타를 망치로 수차례 내려쳐 성모마리아의 손과 얼굴이 크게 손상되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미세한 가루까지 모두 찾아내 작품을 복원해냈으나 지금은 멀리서 유리창 너머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한다.


피에타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을 인류의 구원을 위해 제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마리아와 예수의 모습은 금방이라고 살아 움직일 듯 보였고 슬픔을 가득 담고 있는 그 표정은 나도 울컥하게 만들었다.
가슴을 아리게 만들던 피에타를 보고 우리는 성당 안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갔다. 서로 떨어져 앉아 조용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나에게 멋지고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기를,

또 내가 그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아쉬운 마음에 베드로 대성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가 또 언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허리에 붙일 파스를 사들고 나는 숙소로 돌아갔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하지만 그 규모와 웅장함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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