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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메르시 Sep 10. 2016

#13, 등골이 오싹했던
로마의 첫인상.

선글라스야 나의 떨리는 동공을 가려주렴.

선글라스야 나의 떨리는 동공을 가려주렴.

인터라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른 새벽 눈을 떴다. 

오늘은 이탈리아 로마로 이동을 하는 날. 나의 유럽여행 일정 중에서 두 번째로 오래 머무르게 되는 나라.
이탈리아 하면 여자들의 로망이 담겨있는 나라지. 한 때 SNS에서 한참 여성들의 아주 많은 엄지손가락을 받았던 '이탈리아 남자'들의 이야기. 꼬마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끼가 아주 철철 흘러넘쳐 여자들에게 하는 작업 멘트가 아주 그냥 마음을 설렘 설렘 하게 한다지.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어떤 한국 여자가 개인적인 일로 울면서 길을 가고 있었는데 10살짜리 남자 꼬마 아이가 "시뇨라, 길에다 슬픈 보석을 떨구고 가지 말아요."라고 했다고. 와우. 가야지 당장 가야지. 이탈리아. 



인터라켄에서 로마로가는 기차 티켓들.



인터라켄 서역에서 아침 8시 5분 기차를 타고 슈피츠로 가서 밀라노로 가는 기차를 타고 밀라노에서 다시 로마로 가는 여정. 새벽같이 일어나 안타깝게도 이 날은 인터라켄 백패커스의 조식은 먹지 못하고 커피 한 잔만 마신 후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이탈리아의 기차를 타자 역무원이 무엇을 먹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지난번 프라하로 이동을 할 때 공짜로 주는 줄 알고 신나게 오렌지주스와 탄산수를 주문했다가 그대로 6유로를 지불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괜찮다고 거절을 했다. 그 역무원은 의아하게 쳐다보며 진짜 안 먹겠냐고 다시 물어봤다. 

다시 한번 괜찮다고 이야기했더니 알겠다고 물티슈를 주고 갔다. 알고 보니 이탈리아 기차에서는 조그마한 빵과 커피를 무료로 1등석 승객들에게 제공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로마여행을 마치고 피렌체로 이동을 할 때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지. 아, 아까워라.  




이탈리아 가는 길.



슈피츠에서 기차를 타고 두 시간 반을 가자 드디어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을 했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 나중에 만난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밀라노에 잘생긴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했다. 하 어쩐지. 밀라노도 일정에 추가를 했었어야 하는데. 10시 37분에 밀라노에 도착을 해서 11시에 출발하는 로마행 기차를 다시 탔다. 밀라노에서는 세 시간 정도를 더 이동하면 로마에 도착을 한다. 11시간의 대이동을 이미 경험을 해서 그런지 이탈리아의 이동시간은 굉장히 짧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진짜 감사하지 뭐. 







로마 떼르미니 역에 도착을 했다. 
떼르미니 역은 굉장히 컸고 또 사람도 아주 많고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내 숙소는 떼르미니 역 근처에 있는 한인민박. 한인민박을 선택한 이유는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끼를 한식으로 제공해준다는 것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찾아갔다. 조선족 아주머니께서 운영을 하시는 숙소였는데 건물이 여러 개였는지 내 방은 다른 건물에 있었고 나는 직원분을 따라 내 방이 있는 건물로 갔다. 안내를 해주시던 분은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중국인이셨는지 바디랭귀지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법, 방에 들어가는 법, 화장실, 내 침대 등등등을 설명해주셨다. 나도 바디랭귀지를 통해 열심히 설명을 들었다. 

역시 바디랭귀지는 만국 공통어다. 








내 침대는 창문 바로 앞에 있는 침대. 마음에 든다. 

방에서 대충 짐 정리를 끝내자 갑자기 몸이 굉장히 피곤해졌다. 한 시간 정도를 방 안에서 쉬다가 숙소 근처에 로마 3대 젤라또라는 G. Passi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책도 하고 구경도 하고 젤라또도 먹을 겸 나가보기로 했다. 


가방을 메고 목에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왔다. 일단 역 근처로 발걸음을 옮기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탈리아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보다는 중동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약간 갱스터처럼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지나가자 하나 같이 다들 나를 쳐다봤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러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봤는데 집시 무리들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 여행을 오기 전 친한 동생이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7월에 유럽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정보공유 겸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 동생이 한 말이 생각났다. " 누나, 로마 떼르미니 역 근처는 할렘가라서 진짜 조심해야 해야 된다. 소매치기도 많고 진짜 무서운 데니까 웬만하면 사람들하고 같이 가고 절대 혼자 가지 마라. 진짜 조심해야 한다."



아, 큰일 났다. 

이마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정신없이 주변을 돌아보니 맥도날드가 보였다. 나는 맥도날드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쫓아오던 집시들도 따라 들어왔다. 내가 무섭게 노려보자 그들은 나에게서 먼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재빨리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빼서 가방에 집어넣었다. 이런 할렘가 골목에서 바보같이 누가 봐도 관광객처럼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었으니 얼마나 좋은 표적이었겠어. 그러고 휴대폰 구글맵으로 빨리 G.Passi 가는 길을 검색해 캡처를 다 해놓고 길을 외웠다. 그리고 휴대폰도 가방 깊숙이 집어넣고 가방을 단단히 잠근 후 크로스 끈을 짧게 만들어 맸다. 배 쪽에 있어야 하는 가방이 가슴 바로 밑까지 올라왔다. 선글라스를 끼고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날 따라온 집시들이 한 눈을 판 사이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외워둔 길대로 걸음을 아주 빨리 옮겼다.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팍팍 팍 걸어갔다. 새까만 선글라스가 흔들리는 나의 동공을 가려주었다. 






로마 3대 젤라또라는 G.Passi에 도착을 했다. 유명하긴 진짜 유명한지 한국인들이 곳곳에 보였다. 나는 가서 젤라또를 주문했다.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딸기, 바나나, 로지 이렇게 세 가지 맛을 주문하고 한국인이 앉아 있는 테이블의 옆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의지했다. 괜히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뭔가 위안이 되는 느낌이었다. 젤라또를 한 입 입에 넣었다. 오 맛있다. 아니 사실을 잘 모르겠다. 너무 긴장을 해서 입맛이 싹 가셔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맛에는 그냥 뭐 쏘쏘. 너무 떨려서 그랬는지 사진도 초점이 나갔다. 



로마 3대 젤라또, G.Passi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조그마한 COOP에 들러서 과자 하나를 샀다. 내일은 바티칸 투어를 신청해놨기 때문에 왠지 하루 종일 투어를 하면 당이 떨어질 것 같아서 그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 놓았다. 스위스에서 산 초콜릿도 미리 가방에 넣어두고. 참 이때까지만 해도 이 초콜릿이 나를 슬프게 만들 줄은 몰랐지. 
바티칸 투어를 하기 위해서는 내일 아침 7:00까지 떼르미니 역에 대기를 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일찍 쉬기로. 숙소에서 주는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한 다음 나는 방으로 돌아와 일찍 침대에 누웠다. 



로마의 첫인상은 정말이지, 무섭다. 






매거진의 이전글 #12, 유럽의 지붕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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