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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메르시 Sep 06. 2016

#12, 유럽의 지붕을 밟다.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르다.

                                              

Top OF Europe! 유럽의 지붕인 융프라우에 오르다.




이른 아침, 눈 앞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바깥 풍경. 
날씨가 나름 괜찮은 것 같다. 
오늘은 융프라우를 오르는 날. 날씨를 걱정했지만 꽤 맑아 보인다.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백패커스에서 주는 코인으로 커피를 한 잔 뽑아 테라스로 나왔다. 
이 코인으로 빨래도 할 수 있고 꽤 괜찮은 커피도 먹을 수 있다. 
아주 소중하게 가지고 있다가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먹기로 했다. 
커피를 가지고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조금은 쌀쌀하다. 코가 약간 시큰할 정도. 




기지개를 한번 쫘악 켜고 시선을 돌렸더니 내 눈에 들어온 눈 덮인 산. 
저기가 바로 오늘 올라가야 할 융프라우.





융프라우요흐. Jungfraujoch.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융프라우.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는 해발 3454m에 자리해 있다. 4158m의 융프라우 정상의 바로 아래에 자리해 있어 '아래'라는 뜻의 '요흐'가 이름에 붙었다. 이 산을 산악열차를 타고 높이높이 올라가면 절대 녹지 않는 만년설을 만날 수 있다. 

융프라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미리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미리 동신항운에서 융프라우행 할인쿠폰을 준비했던 나는 유레일패스 할인까지 받아서 137프랑에 티켓을 살 수 있었다. 한국돈으로 계산하면 약 16만 원 정도. 정상 가격은 204프랑으로 24만 원 정도.

오늘의 여정의 파트너는 은빈이와 어제저녁 식사 준비를 하며 만난 40대 멋진 부부.
이 부부는 급 여행을 떠나와서 아무런 정보 없이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스위스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주게 되었고 우리에게 남는 동신항운 쿠폰을 주게 되었고 오늘 하루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기차를 이용해 높이 높이 올라간다. 이 험한 알프스 산맥 속에 저렇게 자리 잡은 집들. 차창 밖으로 정원에 물을 주고 있는 어떤 아저씨. 우리가 손을 흔들자 환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물을 뿌리며 인사를 한다. 그 유쾌함이 정말 반갑다.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길에 두 개의 역에서 환승을 한다. 라이터 브루넨과 클라이네 샤이덱에서 환승을 하게 되는데 내려서 바로 기차를 환승을 해도 되지만 그 주변을 둘러보며 하이킹을 즐겨도 좋다. 이 기차 티켓은 발급을 받고 10일 안에 1회 왕복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길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붉게 물든 가을의 정취와 함께 하얀 눈으로 뒤덮인 모습까지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이게 바로 1석 2조.





두 번째 환승역인 클라이네 샤이덱 역에 내리기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외국에서 만난 한국의 브랜드는 애국심을 고취시키지. 그럼. 
이 곳에서 이 기차의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90%는 아무래도 한국인이 아닐까.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눈이 가까워졌다. 빙하가 보이고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리 카메라에 그 느낌을 담아보려고 해도 절대 담기지 않았다. 
그 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당하는 느낌. 




Top of Europe.
도착했다. 드디어. 





융프라우 정상에 도착을 하고 나는 마치 눈 만난 강아지 마냥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유럽에서 가장 태양과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햇살이 아주 강했다.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 기분 좋은 햇살. 아. 좋다.




하얗다. 새하얗다. 
뜨거운 태양에도 절대 녹지 않는 이 하얀 눈. 


나는 눈을 좋아한다. 
하지만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부산에 살고 있는 게 함정.
좋아하는 눈을 이렇게 하염없이 보고 있자니 감격스럽다. 





내가 유럽의 지붕을 밟고 있어. 
유럽의 정상에 올라와있어. 
그냥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푸른 하늘,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눈, 따뜻한 햇살.
이 모든 것이 함께한 순간.



함께 올라간 은빈이와. 
알고 보니 은빈이는 우리 옆동네에 살고 있던 아이. 참 나도 이 좁은 동네에 오래 살았는데 그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어쩌다가 우리가 유럽에서, 그것도 스위스에서 만나게 되었을까?
다시 한번 느끼지만 세상은 참 좁다. 





여행에서 날씨 운은 정말 중요하다. 
이 날은 나의 모든 운이 통한 날이었을까. 
날씨의 변수가 심한 융프라우를 이렇게 화창한 날에 오를 수 있다니. 
나는 정말이지 운이 좋은 사람이다. 

화창하고 맑은 융프라우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그 날씨 운이 따라온다고 한다. 실제로 여행에서 만난 어떤 사람은 융프라우를 보기 위해 3일 연속 올라왔지만 2일 동안 짓궂은 날씨 때문에 실패하고
3일째 제대로 감상했다고. 
나는 아마 전생에 이순신 장군이 싸우던 명량대첩에서 이정현 언니와 함께 돌을 던지고 있지 않았을까. 





융프라우의 상징. 스위스 깃발과 함께. 
바람이 불어서 깃발이 휘날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꿈만 같은 순간이다. 








융프라우를 오르는 할인 티켓에는 정상에서 맛볼 수 있는 신라면 쿠폰이 함께 포함되어있다. 
우리는 추운 날씨에 신나게 눈 위를 누비다가 라면을 먹으러 실내로 들어왔다.
스위스 융프라우의 새하얀 만년설을 바라보며 먹는 이 얼큰 뜨뜻한 라면은 단연 별미다. 






유럽의 꼭대기에서 판매되는 이 신라면의 가격은 10,000원.

신라면이 어떻게 이곳에서 판매되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신라면이 있지는 않았는데 한국인들이 융프라우에 올라오면 다들 그렇게 이 신라면을 가져와서 먹더란다. 추운 날씨에 보기만 해도 따뜻하고 또 입안에 침이 돌게 하는 냄새를 가진 이 신라면은 많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으며 어느 순간부터 국적을 가리지 않은 모든 관광객들에 의해 신라면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융프라우를 오르기 위한 기차 티켓에도 포함이 되었다고 한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전 세계를 울리는 신라면이 된 것이지. 




언제 또 이곳에 와 볼 수 있을까?
다시 또 이곳을 밟을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지만 나는 일단 그 누구보다 이 순간을 즐기기로. 







다시 인터라켄으로 돌아와 우리는 함께 COOP을 가서 저녁 장을 봤다. 
함께 동행했던 멋쟁이 40대 부부가 오늘 하루 고마웠다고 저녁 재료들을 모두 사주셨다. 
우리는 양 손 무겁게 저녁 찬거리를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모습. 
아름답다. 정말. 감격스럽다. 




우리의 인터라켄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시작되었다. 

넘치는 삼겹살과 소시지, 샐러드, 부부가 프랑스에서 사 왔다는 8유로 와인,
쌈장 대신 내 캐리어에 꼭꼭 넣어두었던 볶음 고추장까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좋은 건 평소에는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날 나는 정말이지 닮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다. 
40대 중반이지만 배낭 하나를 메고 자유여행을 떠나왔다는 이 부부.

이들은 서로를 정말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눈으로 바라봤고 순간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아저씨의 취미는 스키, 아주머니.....라고 하기는 좀 그러니까 언니의 취미는 바이올린. 
그들은 소중한 사람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서로의 취미를 함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저씨는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지 2년이 되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할 정도의 실력이 되었고 언니는 아저씨와 함께 겨울이 되면 스키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사실 40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엄청난 결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완성이라는 것이 없는 악기와 스포츠를 배워서 저 정도의 실력까지 만들어냈다는 것에 나는 정말이지 놀랐다. 
정말 닮고 싶은 부부. 


나도 40대 중반이 되어도 서로의 취미를 함께하고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배낭여행을 떠나는 그런 멋진 부부가 되어야지.


행복한 기억, 좋은 사람들.
인터라켄 좋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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