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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메르시 Sep 04. 2016

#11, 그대 스위스의 하늘을 날아본 적 있나요?

인터라켄 입성, 드디어 패러글라이딩! 하늘을 날아오르다.

인터라켄 입성, 드디어 패러글라이딩! 하늘을 날아오르다.


그 전 날, 우려한 것과는 다르게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린 나.
아침 8시 5분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출발해야 했기에 나는 새벽에 일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전 날 미리 다 준비를 해놓은 캐리어를 끌고 방을 나와 화장실로 갔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을까, 아직까지 분주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 여행자들이 없어서 나는 화장실을 본의 아니게 독점할 수 있었다.

화장실 안에 샤워부스가 함께 있었기에 나는 캐리어를 화장실 세면대 수도관에 자전거 자물쇠로 묶어놓고 샤워를 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캐리어를 펼쳐놓고 캐리어 정리를 했다. 나는 순간 화장실이 내 방인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나는 다시 또 낑낑거리며 캐리어를 들고 5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
루체른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이 터오는 루체른 호수


점점 동이 터오기 시작하는 루체른의 호수. 

이 날의 새벽이 그 상쾌함과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다.



골든패스라인


루체른을 출발해 인터라켄으로 가는 골든패스라인.

이 구간은 정말 스위스 기차여행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루체른을 출발한 열차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과 아름다운 색의 호수, 그 사이를 이어주는 초원을 달리게 된다. 햇빛이 바스러지는 푸른 호수를 바라볼 때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가 없다. 매일 그 호수를 바라보며 사는 이 마을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적어도 매일 삭막한 빌딩 숲을 살아가고 있는 나보다는 더 여유롭고 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원래 이 골든패스라인은 중간에 환승을 하지 않고 인터라켄까지 한 번에 이어진다. 하지만 내가 여행을 했던 기간 중에는 구간이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중간에 어떤 지역에서 내려서 버스로 환승을 했다가 다시 또 기차로 갈아탔어야 했다. 직원의 안내로 기차에서 내려 버스가 각각의 목적지로 가는 버스들이 있다는 곳으로 갔다. 한 3개 정도로 되어 보이는 줄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한 군데를 선택하고 줄을 서 있었다.



"Excuse me"

어떤 키가 큰 백인 남자가 말을 걸었다. 혹시 인터라켄을 가냐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약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인터라켄을 간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는 인터라켄 가는 버스는 여기가 아니라 저 쪽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나는 깜짝 놀라 "Thank You!!!"라고 말하고 그가 알려준 곳으로 혼비백산 뛰어갔다.
막 출발하려고 하는 인터라켄행 버스.
나는 가까스로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신기하게도 내가 인터라켄 가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행색을 한 수많은 동양인 배낭여행자들이 인터라켄을 가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정말 택도 아닌 곳에 줄을 서 있었던가.








나는 그렇게 무사히 인터라켄에 도착을 했다.
역에서 약간은 떨어진 곳에 있는 오늘의 숙소는 "인터라켄 백패커스". 인터라켄에 있는 백패커스는 비유를 하자면 한국의 대명리조트 같은 곳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많이 묶는 숙소라는 뜻이지. 그동안 동행을 만나지 못해 갈급했던 나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제는 말을 할 수 있겠지. 기대를 하며 들어갔다. 체크인은 오후에 할 수 있어서 짐을 잠깐 맡겨놓고 나는 한국에서 예약을 해놓고 왔던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갔다.





패러글라이딩.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또 기다렸던 일 중에 단연 첫 번째.
하늘을 나는 그 기분은 어떨까?  비행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 발로 땅을 밟고 달려서 얇은 천 하나에 의지해 이리저리 날아가는 그 기분은 과연 어떨까?
그것도 스위스의 알프스산 위를 나는 그 느낌은 얼마나 짜릿할까?

숙소 앞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패러글라이딩 픽업차가 왔고
그 차는 나를 태우고 하염없이 산 위로 위로 또 위로
마침내 뛰어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산 꼭대기로 올라갔다.





패러글라이딩 하기 직전.

겁에 잔뜩 질린 내 모습. 도무지 펴지지 않는 내 표정.
심장이 두근 두근 두근.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나의 파트너 플로리안과 함께.


나의 파트너 플로리안.

그는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약간은 어색하지만 유창한 한국말로 마구마구 말을 걸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래서 떨리지만 브이.


이제는 날아오를 시간.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플로리안에게 말했다.
" Florian, I trust you."
그러자 플로리안은 자신도 나를 믿는다고 했다. 나의 도움이 있어야 날 수 있다고.

모든 준비가 끝나고 플로리안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5, 4, 3, 2, 1! Run, Run, Run, Run, Run!!!!!"
카운트가 끝나고 나는 달렸다. 끝까지 달렸다.
드디어 내 발이 허공을 내디뎠고 나는 날아올랐다.




하늘을 날고 있어. 내가.


꺄악!!!!!!!!!!!!!!!!!!!!!!

나의 비명은 알프스를 뒤흔들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지른 이 비명이 나중에는 어마어마한 짜릿함과 행복감에 젖은 감탄사로 바뀌었다.

내 발아래에 펼쳐진 알프스산의 아름다운 모습,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 정말 이뻤던 하늘.
믿기지가 않았다. 꿈을 꾸는 듯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겁에 잔뜩 질려있었지만
날아오를 때의 그 쾌감과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벅차올랐다.

하늘을 날면서 내가 얻은 것은 20분 동안 하늘 위에 뿌린 20만 원보다  아니, 감히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값지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나에게 아주 큰 용기와 위로와 격려로 다가왔다.


이 느낌을 기억해. 시작은 두려워. 하지만 날아올랐을 때의 그 감동은 최고야.
그러니까 힘을 내.




내가 날 수 있도록 도와준 나의 파트너, Florian.


잘생긴 플로리안. 당신이 없었으면 뛰지 못했을 거예요.

옷도 입혀주고, 모자도 씌워주고, 장갑도 끼워주고, 줄도 메주고, 긴장도 풀어주고, 숙소 가는 길도 알려주고, 이름도 기억해주고.
정말 사랑에 빠질 뻔했다♥
하지만 그는 그다음 달 브라질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고. 하.




조용한 호수마을, 슈피츠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나는 인터라켄의 옆에 있는 슈피츠를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호수마을이라는 슈피츠.





나의 계획은 기차를 타고 슈피츠로 갔다가 다시 인터라켄으로 돌아올 때 툰 호수 위를 다니는 유람선을 타고 인터라켄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람선 시간표를 잘못 알고 있던 나는 올 때도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그냥 평화롭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슈피츠.
잔잔히 흐르는 호수는 내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고
따뜻한 햇살은 차가웠던 스위스의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Spiez.
슈피츠 이 곳은 사진을 발로 찍어도 그림엽서라더니
진짜였어.




언젠가는 나도 이런 그림 같은 곳에서 살아야지. 언젠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나의 님과 한 평생 살아야지.

 


지나가던 스위스 할아버지가 찍어 준 사진.



혼자 짧은 팔을 있는 대로 뻗어가며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었더니 인상이 좋으신 배가 조금 나온 스위스 할아버지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카메라를 달라고 했다. 외국인들은 사진을 진짜 못 찍는다는 이야기를 누누이 들었던 터라 약간은 반신반의를 하며 카메라를 건넸다.
할아버지는 나보다 이 시멘트 바닥이 더 예뻐 보였나 보다.
그래도 Thank You♥

(자세히 보시라. 사진 속에 내가 있다. 단지 바닥이 더 많이 나왔을 뿐.)




슈피츠에서 다시 인터라켄으로 돌아와서 숙소로 가는 길.
어느 한 곳도 그림이 아닌 곳이 없었다.

백패커스에 도착해서 맡겨뒀던 짐을 찾고 체크인을 했다.
직원이 나보고 럭키 걸이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었더니 원래는 내가 6인실을 예약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4인실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했다.
와우! 역시 나는 럭키걸!!!!!





짐을 풀고 나는 숙소에서 만난 은지와 은빈이와 함께 저녁 장을 보러 COOP으로 갔다. 스위스의 물가는 너무나도 비싸기 때문에 나와 같은 배낭여행자들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사 먹기보다는 스위스의 대형마트인 COOP에서 함께 장을 봐서 숙소에서 음식을 해서 먹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도 COOP으로 갔는데 역시나 온통 한국인.


우리는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정육 코너로 갔다. 이곳에서 삼겹살을 사서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삼겹살을 사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일단 우리는 직원에게 물어보려고 직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난관 봉착. 삼겹살을 영어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근데 삼겹살을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하지?" 같이 간 동생들에게 물어보는 나의 목소리를 들은 키가 크고 멋진 스위스 청년이 "솸겹솨알??? 팔로 미! 히얼! 디스 이즈 솸겹솨알 ^^"
우리는 정말 깜짝 놀랐고 동시에 너무 웃겼다.
얼마나 한국인들이 많이 찾았으면 이렇게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걸까.



우리는 장을 다 보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마쳤다.
담아갈 봉지가 필요했던 우리는 또 "이거 담아가야 하는데 봉다리 어디 있지?"
말이 떨어지자마자 계산을 해주던 스위스 여자 직원이 활짝 웃으며 우리에게 봉지를 건넸다.
우리는 또 화들짝 놀라며 완전 웃음바다.
봉지라고도 하지 않았고 신나게 부산 사투리를 쓰며 무려 "봉다리"를 찾았는데 어떻게 알고 주는 건지.




다시 한번 느끼지만 영어? 한 마디도 못해도 유럽여행? 까짓 거 할 수 있다.
앞에 선배들이 이렇게 열심히 다 길을 닦아놓으셨더라고.
정말 대한민국 만세다!




인터라켄에서의 만찬.

인터라켄에서의 만찬.

우리는 열심히 장을 봐온 삼겹살과 맥주 그리고 각자 한국에서 캐리어에 바리바리 싸온 짜파게티, 햇반, 볶음 고추장, 참기름, 오랜 여행 덕에 먹기 좋게 쉬어버린 김치와 함께 배부른 만찬을 즐겼다.


내일은 융프라우를 가는 날!
유럽의 지붕이라는 융프라우는 정말 날씨 운이 좋아야 한다고 한다.
제발 내일 날씨가 화창하게 좋기를 기도하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매거진의 이전글 #10, 스위스의 시작, 호수의 도시 루체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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