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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드메르시 Aug 25. 2016

#2, 파리의 가을은 황홀하다.

푸른 하늘, 약간은 차가운 바람, 바삭거리는 낙엽, 반짝이는 에펠탑.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만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가 또 때로는 센치해지기도 하고. 아무 일 없이 밖으로 자꾸 나가고 싶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지고. 이런 나를 아는 지인들은 가을이 다가오면 나의 안부를 묻곤 한다. 그럼 나는 답장을 이렇게 보내곤 하지.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숙소에서 따뜻하고 든든한 한식을 배부르게 먹고 대문 밖을 나섰다. 밤새 이슬을 맞았는지 젖어있는 낙엽들.

약간은 찬 공기이지만 그것마저 상쾌했다. 나의 파리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개선문. 숙소 이모님께 가는 방법을 자세히 물어보고 지하철을 타고 출발을 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항상 조심하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이야기는 그 유명한 파리 지하철의 소매치기와 집시들.

나는 완전 철통보안을 하고 다녔다. ( 그 덕에 여행 내내 소매치기를 당한 적은 없지. )  

역에 도착해서 계단을 올라와 시야에 개선문이 들어오자마자 무섭게 달려드는 집시 사인단. 나는 단호하게 NO!


 

그림 같았던 하늘과 가을 옷을 입은 나무와 개선문



어마어마하게 큰 개선문. 그 규모와 웅장함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사실 이때까지도 내 눈앞에 있는 게 개선문이 맞는가, 진짜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는가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개선문부터 쭉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

오 샹젤리제 ♪

샹젤리제 거리는 거대한 명품 브랜드부터 스파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밀집이 되어 있어서 쇼핑의 천국이었다.

웬만한 곳은 다 들어가 본 듯하다. 그중에 나는 샤포레에서 내가 한국에서부터 그렇게 찾아 헤맸지만 전지현 언니의 인기 덕분에 품절 대란으로 결국은 사지 못했던 입생 로랑 립스틱 52호를 드디어 발견! Get. 이걸 바른다고 전지현 언니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없다고 하면 더 가지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 아니던가.



이 날은 10월 31일 할로윈데이.할로윈 분위기가 가득했던 스타벅스


샹젤리제 거리의 스타벅스로 왔다. 숙소에서 만난 동행인 보라를 만나기 위해서.

보라는 나보다 동생이지만 나의 여행에 참 많은 도움을 준 아이다. 나는 여행의 시작이 파리였고 보라는 여행의 끝이 파리였기 때문에 긴장을 잔뜩 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차분하고 이제는 모든 상황에 익숙한 아이였다.


  

할로윈 분장을 한 직원에게 뜨거운 라떼를 주문하고내 이름은 Jin이라고 했는데Zhi가 되어버렸다.발음 연습을 더 해야겠다.




입구부터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라뒤레



점심을 라떼 한잔으로 대신하고 보라와 함께 샹젤리제 거리로 또 나왔다. 신나게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발견한 파리의 유명한 마카롱 브랜드인 라뒤레. 프랑스 파리는 디저트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디저트들이 존재하고 여자들의 눈부터 입까지 모든 것을 사로잡는다.






파리에 왔다면 마카롱은 꼭 먹어줘야지. 우리는 각자 두 개씩 마카롱을 사서 가게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달콤하다. 행복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당 떨어졌었는데 이 마카롱 하나로 피로가 회복이 되는 느낌이었다.  ( 보라는 항상 가방에 초콜릿이나 쿠키를 꼭 가지고 다녔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섭취를 했는데 나는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근데 며칠 해보니 알겠더라. 당 떨어진다. )


 

 

한국인들의 성지, 몽쥬 약국


다음은 한국인들의 성지인 몽쥬 약국. 한국에서는 몇 배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화장품을 이 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를 할 수 있으니 파리 여행의 빠질 수 없는 코스가 되어버린 듯하다. 사실 나도 기대를 하긴 했었지만 내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총 한 달 여행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었고 이 곳에서 뭘 많이 살 수가 없었다. 그 많은 짐을 어떻게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매장이 클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다지 크지 않았고 매장 안에는 한국인도 정말 많고 현지인 또한 많이 있었다. 역시나 소문대로 직원들은 한국말을 정말 잘했고 방문한 한국인들은 다들 쓸어 담고 있었다.





나는 여행의 여정 동안 필요한 물건 몇 가지만 담고 밖에 나와서 거리 구경을 했다. 파리의 건물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예뻤다. 저 창문 안에 내가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염없이 들었다.  






어느덧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스타벅스에서 라떼 한 잔으로 때워서 그런지 엄청 배가 고팠다. 몽쥬 약국 근처에 13유로에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 우리는 그곳에서 저녁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La Fontaine. 라퐁텐.

우리는 저 파리지앵들처럼 밖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13유로 코스요리에 함께 마실 음료로 레모네이드를 시켰고 팁 까지 포함해서 총 17유로를 냈다. 저렴한 가격에 너무 괜찮았던 음식. 나중에 스위스에서 만난 동행이 프랑스 파리로 간다고 해서 라퐁텐을 소개하여주기까지 했다.


  

에스까르고, 달팽이 요리
양고기 스테이크
쇼콜라 무스



에피타이저였던 달팽이 요리 에스까르고는 내가 좋아하는 바질소스와 어우러져서 너무나도 맛있었고 메인 요리인 양고기 스테이크는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부드럽고 맛있었다. 마지막 디저트였던 쇼콜라 무스는 내 입맛에는 조금 달긴 했지만 괜찮은 편이었다. 17유로에 이렇게 괜찮게 구색이 갖추어진 음식을 맛볼 수 있다니 파리에서 아니, 유럽여행에서 처음으로 먹는 식사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낮에 찾았던 개선문을 다시 찾았다. 개선문 위로 올라가면 아름다운 파리의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다시 개선문을 찾았다.  뮤지엄 패스가 있으면 공짜로 갈 수 있지만 나는 패스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9.5유로 티켓을 사서 올라갔다. 환하게 조명이 들어온 개선문. 낮에 본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파리에는 총 3개의 개선문이 있다. 루브르 앞에 카루젤 개선문, 내가 보고 있는 파리의 중심인 에뚜알 개선문, 그리고 라데팡스에 있는 新 개선문, 그랑드 아르슈.




개선문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죽음의 계단.


아름다운 파리의 전경을 보기 위해서는 개선문에 있는 이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이렇게 빙글빙글 끝없이 돌아가는 계단을 미친 듯이 올라가면 된다. 멈추면 안 된다. 미친 듯이 올라가야 한다. 예쁜 것을 보기 위해서는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종아리가 꽈악 아파오고 허벅지가 뭉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고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를 때면 개선문의 꼭대기에 도착을 하게 되고 눈 앞에는 그동안의 고통을 잊게 해 줄 아름다운 파리의 야경이 펼쳐진다. 개선문 밑으로 펼쳐진 대로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해졌고 솔솔 부는 바람은 우리의 땀을 식혀주었다.


  

고통을 인내하고 얻은 값진 열매. 파리의 야경.


멀리 보이는 에펠탑


그래. 에펠탑이다 이게 바로.

레이저까지 내뿜던 파리의 상징 에펠탑.

내 눈앞에서 에펠탑이 반짝이고 있어.








감동적이던 파리의 야경을 다 보고 우리는 숙소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생긴 에피소드 하나.

유럽의 지하철에는 예술가들이 정말 많다. 바이올린부터 다양한 악기들로 멋진 연주를 하고 감상비를 달라고 한다. 주던 안 주던 그것은 자유.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출입문쪽에 서 있었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청년 파리지앵 3人.



그들의 손에는 스피커가 들려있었고 그들의 머리에는 스냅백이 삐뚤어지게 얹혀있었으며 바지에는 체인이 달려있었다. 그들의 손에 있던 스피커에서는 신나는 힙합 비트가 흘러나왔다.

그중 랩을 담당하고 있던 한 명이 우리를 보고 "니하오! "라고 하더니 랩을 미친 듯이 쏟아냈다. 그러면서 같이 춤추자고 나에게 웨이브를 하며 다가왔다. 사실 신났다. 같이 놀고 싶었다. 여행을 오기 전 나는 쇼미 더 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에 심취해있었다. 그래서 신났다.



그러나 너무 낯선 환경에서 처음부터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자중을 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를 보고 "니하오!"라고 했을 때는 기분이 나빠서 확 째려봤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나도 파리에 있으면서 백인을 만나면 "봉쥬르"라고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가 프랑스인인지 독일인인지 솔직히 알 수가 없는 것이 사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게 아닐까? 일단 중국인이 워낙에 많으니까 그렇게 인사를 하는 것일 수도. 그렇게 생각하니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다음에 또 그러면 "안녕?"이라고 인사해야지.

   


한국에는 없다던 Leffe 체리맛


어쨌든 나의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은 이렇게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그냥 자기 아쉬워서 숙소 근처에서 문 닫기 직전이었던 마트에 뛰어들어가 체리맛 맥주 Leffe와 간식거리들을 사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시던 맥주 한 잔은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었고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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