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in] 그림자를 바라보다

by 비비들리 vividly

이주 전이었다.


여느 토요일의 오후였지만 오랜만에 차를 세차하고- 석양이 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석양이 지는 시간은 조금은 숙연해진다. 아무래도 시간의 흐름은 생각의 지형을 바꾸어 놓는 것이 확실하다. <안녕하신가영>의 노래 <지고 있는 건 노을이에요. 그대가 아니잖아요>의 노랫말처럼 지고 있는 건 노을인데 내 마음은 '그게 아니야' 라고 반문해버린다.


그리고 나서 저녁에는 집에서 가까운 산책로에서 홀로 산책을 했다.


새롭게 시작된 여정을 받아들이는 괜찮은 방법은

아무 생각 없이 의외의 시간에 홀로 걸어보는 것이였나 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건

지금으로선 확률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니까.

옳다거니 한거다.


모자를 눌러써 평일동안 샤워로 꽤나 피곤해져 있는 신체의 일부에게 나름의 자유를 준다.


어두컴컴해진 저녁 7시.

주말이라 사람은 없다.

간혹 보여도 짝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도 듣지 않고 걸으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은 다리가 빠르게 움직인다.

달리고 있다.

그러다 지치면 다시 적당한 속도로 걸어본다.


문득 그림자를 보았다.

어떤 빛의 영향이었는지 그림자가 세 개까지도 늘어났다.

저녁의 어스름에 나무의 이파리도 초록색이라는 것을 잠깐 숨기고 있는 시간.


하지만 문득 그림자가 있어 외롭지 않은 것 같았다.

내 자신을 그 동안 얼마나 사랑해왔을까?

내 자신을 그 동안 얼마나 호되게 질책해왔는가?

이런 질문들이 불현듯 가슴 깊은 저 먼 곳의 화성같은 곳에서 불쑥 올라왔다.

그리고 그림자가 있어 난 지금 혼자가 아니었다.


그날 따라 그림자는 세 개까지 늘어났고,

어두운 산책로에서 동행자가 기꺼이 되어 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 그 불확실한 벽>을 읽고 있는 중이었어서

그림자의 존재는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림자가 많이 아프고 기력을 잃어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혼자인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이런 느낌일까?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상하게도 그림자는 하나로 줄고 크기도 작아지고.

마치 위로해주려고 산책로에서 깜짝 출연들을 한 건 아니었는지.


패딩점퍼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귀를 자극했던

어느 3월 초의 토요일 저녁을 떠올려본다.


martino-pietropoli-pirWeToS2mA-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 Martino Pietropoli





작가의 이전글[괜찮은 문장] 컵라면 당기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