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태양

by 시원


가로등을 가만히 보면

꽤 억울한 직업 같다.


낮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사진도 꽃을 찍지 가로등은 찍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전화를 하고

연애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가로등에게는 아무 인사도 하지 않는다.


낮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다가

어둠이 내려오면

조용히 자기 역할을 시작하는 존재.


창문 너머로 멀리 보이는 가로등을 보며 생각한다.

가로등은 조금 늦게 출근하는 태양일지도 모른다고.


아주 작은 태양.

혼자 걷는 사람 한 명쯤은

무사히 집에 보내고 싶어서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작고 안전한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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