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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빛 아침별 Dec 30. 2021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하루 또 하루 그리고  지금 여기,

 엄마로 나로 살아가는 뜨뜻 미지근한 온도차

졸업 후 직장인이 된 이래로 최장 출근을 안 하는 아침을 맞으면서 처음에는 아이들 챙길 생각, 집에 있을 생각에 엄청 들떠 있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기대였고 해보았지만 결론이 없는 듯했던 아쉬움에 대한 마침표도 찍어 보고 싶었다. 아이 등굣길 배웅도 해주고 싶었고 연애 때보다 삶을 무척 예민하게 대응하는 신랑의 아침도 맞아주고 싶었다. 비록 그릇들을 각 잡아서 쌓아 올리기에 바쁜 살림러였지만 집도 단정하게 잘 정리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건강한 집밥을 차려주고 알뜰살뜰 잘 살아보고 싶었.


집에서 아이들과 24시간을 붙어 있다 보니  쉬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집이 집이 아니었다. 아이들 삼시 세끼를 챙기고 습관을 잡겠다고 잔소리를 하다 보니 집도 일터가 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온전히 내 손을 필요로 하는 꼬꼬마는 아녔기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습관 들여 주고 싶었는데 '그냥 내가 해버리고 말지'하는 생각이 머리 끝까지 올라오고 인내를 요하는 일이었다. 이래 봬도 집 밖에선 유 면허 공인 의료인이었는데 직장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나이팅게일 같은  위인적 포부나 거창한 이유로 간호학과에 진학한 것은 아니었다. 여자 전문직으로 업무가 비교적 명확하고 취업문이 넓었기에  부모님과 반반의 의견을 물어 진학했다. 현직을 떠나고 보니 여러 이유를 막 논하고  '그간 간호사로 쌓아왔던 직업적 나의 삶이 참 의미 막중한 시간이었구나' 했다.


시간이 쌓은 탑, 우리네 삶의 과정
그 어느 것도 헛되지  아니하다.



계획성 없이  시작된 반쪽짜리 쉼의 첫째 목적이 아이들이었지만 계속 출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못하고 우선순위를 못 정하는 중이었다. 일방통행 짱구는 여전히 추측만 가득한 진정한 꿈이 빠진 미래를 그리며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외면하고 싶었던 의욕 상실 생계형 직장맘의 지난 시간들을  애써 잊은 체 모른척하며 의지만큼 멀티태스킹이 안된다며 스스로를 자만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난 꿈은 없었던 걸까?  아니면 밥 잘해주는 예쁜 엄마가 꿈이었을까? 밥도 잘해주고 경제력도 탑재한 예쁜 엄마가 꿈이었을 수 있겠다. 그러니 아이도 잘 키워야 하고 결과가 어찌 되었든 일도 잘해야 하고  몸과 마음은 온전치 못해도 그리 숨을 몰아쉬며 아등바등거렸던 거 같다.


여자가 많은 조직에서 오래 일했는데도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할 땐  위아래 눈치를 보며 연차서를 쓰고 왜 그렇게 작아졌을까? 그러면서도 한 기업의 대표가 되거나 장사를 해보겠다는 생각, 상상은 해본 적도 없었. 세상의 흐름, 트렌드에 따라 디지털 노마드 맘에 대한  책이  읽어지기도 했지만 실행은 사실 엄두도 나지 않았다. 남의 집 잔치를 구경하듯 '와 좋겠다' 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 일하며
나의 꿈도 꾸는 삶은 어려운 걸까?




턴어라운드,  다른 나를 꿈꾸다

실행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고민만 하다 주저앉거나 뜨뜻미지근하게 쫓아가는 정도에 늘 그치기도 한다. 생각과 동시에 행동이 나오는 조급함이 있어서 시작만 하고 마무리가 안 되는 상황들도 많이 생겼고 그럴 때마다 심사숙고한 성격의 남편과 부딪치며 내 삶의 주도권도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가 있었기도 하기에... 여하튼 의욕 저하 생계형 월급쟁이로 오래 시간을 지나온 직장인이 단번에 사장을 꿈꾸는 건 상상 못 할 엄청 떨리고 어려운 게 맞다. 특히 플랜 A가 없어진 상황에서 플랜 B부터 꿈꾼다는 건 무언가 더 엉망진창인 삶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잖아!!



 교육을 열정적으로 시키는 엄마는 아니었지만 맞벌이에서 외벌이로의  가정 수입의 변화는  필요한 지출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여야 했고 지혜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쯤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가 되었고 방과 후 프로그램과 학교 돌봄으로 사교육비를 줄여보고 코로나로 불안정한 아이들과의 시간을 벌어보기로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책 하나  읽고 신규사업자를 내고 장사의 장, 마진의 마도 모르면서 스마트 스토어에 통신판매업까지 등록했다. 그저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 경쟁력도 탑재한 엄마가 되어 보고 싶은 마음으로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서 장사를 해야겠다열정에는 못 미쳤지 흉내내기 정도로 그치기는 싫었던 뜨뜻미지근한 상태, 그렇게 지인들에게 동네잔치를 하던 중 언택트 소모임에서 알게 인친 님 피드에 스토어가 노출되면서 반짝 판매를 하게 었다. 비록 단가 책정도 잘 못해서 순이익이  얼마고 그런 건 일단 접어두기도 했지만  택배 포장을 하면서 '아 이것이 생산성이라는 거구나'하며 환희를 느꼈다.


 그렇게 작은 성공과 용기가 생기며 '다시 내 삶으로부터 도망가지 말자 '며 조금씩 힘을  내어보고 있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을 실컷 해보며 생산성을 찾아가 보고 싶다. 그렇게 작은 음으로 또 다른 꿈을 꾸어 보는 중이다.


 "우리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본문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작은 점' 즉 '한번 하기' 지금의 시점에서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순간들은 미래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

 현재는 삶의 변곡점서  전환의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 거창하지도 근사하지도 그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이렇게 나만의 속도를 존중하며 균형을 잡아가면 또 다른 하루가 열리겠지?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나와 내 주변에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응원나눌 수 있다면 그냥 한번 내디뎌볼 것이다. 하루하루가 모여 일생이 되어 있을 때  스스로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줄 수 다면  좋겠다.



작은 점들을 잇다 보면 그 점들이 모여
직선이 되고  평면도형에서
입체도형이 되는 때가  분명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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