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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Dec 21. 2022

몰타 교장실에 불려 가다

두 달 만에 무능한 유학원과 굿바이!!

어느 날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안경이 부러져 온 일이 있었다. 평소에도 다소 거칠게 행동한다던 외국인 친구가 아이를 일방적으로 밀었고 아이의 발에 안경이 부러졌다. 담임은 다음 날부터 쉬는 시간에 안경을 낀 학생은 안경을 벗고 놀라고 했다고 한다. 눈이 나쁜 아이들에게 안경을 벗으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선생님의 대처로 인해 나는 화가 났다. 담임한테 이건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녀는 별일이 아닌 듯 그냥 넘어가려 했다. 단순히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장난이라며 마루히 하려 했다. 아이들끼리 사과를 이미 했으니 다 끝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날 사건에 대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닌 괴롭힘이 분명했다. 또한 가해 학생은 지속적으로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혔고 폭력성도 정도를 지나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었다. 한국이라면 학폭위가 열리고도 남았을 일이었다. 이런 일을 외국에서 처음 겪으니 나도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이를 보호하는 방법은 분명 있다고 믿었다. 이번 사건으로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을 해서 사과도 받고 아이를 좀 더 유심히 관찰하고 지도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물론 부서진 안경 비용에 대해서도 보상받고 싶었다. 담임에게 그 학생 부모의 연락처를 물었으나 본인도 모르며 그 아이 학부모 상담에도 누나가 왔었다며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단순한 사고라며 너무 귀찮다는 그녀의 대답에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여기서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억울했다. 내가 이토록 억울한데 아이는 오죽할까? 왜 본인이 피해자인데 가해자에게 사과를 해야 했을까? 부글부글 끓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고 억울한 마음에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이런 선생님이 있는 학교라면 절대 한국 아이들을 보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역시 쏟아내니 한결 마음이 시원해졌다. 말로 털어내는 것 못지않게 글로 내 마음을 쏟아내니 어느 정도 치유가 되는 듯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날 학교에서 메일 한 통을 받았다. 학교 관리자가 나에게 미팅을 제안했다. 무슨 내용이냐고 물으니 학교 이야기를 블로그에 쓴 내용 때문이라고 했다. 당신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느냐고 물으니 누군가가 학교 교장에게 이메일로 제보했다고 했다. 영어도 아니고 한글로 쓴 내 블로그를 그들이 스스로 검색할 리 만무하고 이건 분명 누군가의 소행임이 확실했다.   

  

미팅 날짜가 다가오자 교장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럴 때도 글쓰기가 최고의 방법이었다. 우선 이번 사건의 진상과 대처의 미흡함 그리고 앞으로 이런 사건이 또 발생할 경우 학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빼곡히 적었다. 또한 담임선생님의 말도 안 되는 처분에 대해서도 사과받고 싶다고 했다. 과연 내가 이 많은 내용을 영어로 잘 말할 수 있을까 싶어 걱정이 앞섰지만 난 엄마니까 용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신무장을 단단히 하고 학교 교장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교장과 학교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 두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무슨 메일을 받았냐고 물으니 당신이 받은 메일을 나에게 보여줬다. 메일을 보낸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 학교 메일리스트에 없는 사람이라며 메일주소를 알려달라고 하니 그것은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메일 내용을 보니 내 블로그 포스팅 내용을 토씨 하나 안 고치고 한국말‘하하하’까지 그대로 번역해서 교장에게 보냈다. 누가 봐도 번역기를 돌려보낸 메일임에 틀림없었다. 메일을 보자마자 누가 메일을 보냈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범인은 그 학교에 한국 학생을 입학시켜서 이득을 봐야 누군가가 확실했다.    

  

교장에게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어떤 조치를 했는지 물으니 안다고 했다. 그게 정당한 해결방법이냐고 물었더니 교장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고 젊은 학교 책임자는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었다며 사과를 했다. 또한 사건이 일어난 날 CCTV를 보여달라고 했다. 일단 확인해 본다고 했다. 그날 교장과 학교 업무 책임자는 나의 말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줬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제시한 의견을 받아주었고 얼마 뒤 담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대상 설문 조사가 이루어졌다. 물론 설문 조사 후 변한 건 없었다. CCTV는 사각지대라 영상이 없다고 했으며 몰타 학교는 CCTV 설치가 필수가 아닌데 그래도 우리 학교는 있다며 마치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어떤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싶었다. 단 하나 변한 것이 있다면 그날 이후 교장은 하교할 때마다 미소로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는 사실뿐이었다.    

 

누군가의 어설픈 작전에 휘말려 몰타 교장실에도 불려 가고 인생 살다 보니 별의별 일을 다 겪어보았다. 경험보다 값진 것은 없다고 늘 생각했지만 이런 경험은 달갑지 않았다. 더욱이 다른 일도 아니고 아이와 관련된 일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이렇게 두 번 상처를 주다니...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건너 건너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튼 다시 한번, 외국에 나오면 한국 사람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그 말이 문득 떠오르는 하루였다.  

   

어디를 가나 이상한 사람이 있지만, 몰타에서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정이 많고 서로 도와주려 애쓰는 사람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그들이 곁에서 위로해 주고 힘이 되어주었다. 당시에는 너무 억울하고 힘들어서 울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엄마로서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일을 계기로 나는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두려울 것 없는 용감한 엄마가 되었다. 가해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인생은 돌고 돌아 그대로 당신에게 돌아옵니다!! 반드시!!         


비비작가의 어쩌다 몰타 조기유학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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