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vi Shin Jun 12. 2019

주 7일 일하며 살 수 있을까?

디자이너, 투잡아니고 포잡 도전기




일을 저질러 버렸다.

다음 주부터 주 7일 일하는 삶이 시작될 예정이다.

 



말이 주 7일이지, 이것은 즉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일해 본 적이 있었나?

근 몇 개월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근사한 명분으로 백수로서 학원도 다니고 매우 널널하게 빈둥거리며 살았다. 하지만 이제 한가로운 나날들은 다 지났다. 매일 일하는 삶에 뛰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주 7일 일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요즘 대세 유튜버 호주노예Joe가 그렇게 강조하던 주 7일을 내가 한국에서 실제로 실천하게 될 줄이야. 어느새 세뇌 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이렇다. 

올 하반기에 글로벌 디자이너의 첫 시작을 호주에서 도전할 궁리를 하고 있다. 당장 디자인잡을 구하지 못하면 그 동안에 바리스타로서라도 일을 구할 수 있도록 경력이 필요하기에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러고 나서 평일에도 일할게 있을까 싶어 디자인 일을 알아보면서 여기저기 지원서를 넣었고 그 다음날 면접을 보고 바로 그 다음주부터 평일 풀타임 근무를 시작하기로 했다. 게다가 또 한 곳은 원격근무 형태로 제안이 와서 몇 번의 미팅으로 협의점이 생겨서 이 곳도 근무하기로 됐다. 아니 갑자기 일 복이 터지는건가? 여기에 개인 사업도 하고 있으니... 투잡도 아니고 포잡인 셈이다.


주 7일 일하게 된 것은, 돈이 급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하게 될 일을 다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워킹홀리데이를가서 구하고자 한 직업이 딱 카페와 디자인잡이다보니 관련하여 경력을 조금이라도 더 쌓아놓고 싶기에 현재 어느 하나 포기할 수가 없다. 게다가 모두 흥미있는 분야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직업이기도 하니, 내게 온 기회를 단지 '몸이 힘들 것 같다'는 이유로 버리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보면, 지난 해 퇴사를 하고 내가 준비해왔던 UI/UX 디자이너로서 작은 시작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감격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결국 주7일 근무에 도전하게 됐다. 근데 이거, 사람이 할 수 있는 거 맞겠지?


내가 하게 될 일 - 포잡


1. IT회사 / 게임, 교육 콘텐츠 UI디자인 및 검수 - 평일 풀타임 근무

2. 스타트업 / UI UX 기획 - 원격근무, 주 1회 오프라인 미팅

3. 카페 아르바이트 - 주말 미들

4. 개인 잡화 브랜드 사업 - 틈틈이


일단 IT회사는 버스로 20분 거리기 때문에 부담감이 없고 오전 9-10시 사이 자유 출근이며 칼퇴다. 내 스케쥴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고 변수가 없기에 매우 편할 것 같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의 원격근무 형태라 자유롭고, 카페도 미들 시간이기 때문에 엄청 일찍 일어나야하는 건 아니니까 전체적으로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다. 사실 몇 개월간 백수 생활을 해 본 결과, 나는 풀어지면 한없이 풀어지더라. 글도 쓰면서 나름 할 걸 하기도 하지만, 무언가의 제한이 없으면 끊임없이 자거나 무기력해지는 순간들을 보면서 이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다. 차라리 여러 일을 벌여서 스스로를 궁지로 모는것, 시간을 쪼개서 쓰는게 나에게는 더 생산적일 것 같다.


N잡러의 꿈 실현


사실 내가 패션회사를 퇴사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삶의 방향과 직업의 형태이다. 나는 한 가지 일만 고수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직업을 갖는 N잡러나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는 노마드성의 유연한 근무 환경을 바란다. 그런 미래를 그리고 디자이너의 직업을 택했고 이제 그 맛을 보게 되는 시작인 듯 하다.


그렇지만 주7일 일한다는 것에 몇 가지 우울요소가 있다면, 우선 낮에 활동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늦게까지 '쳐'자는 행위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매일 다음 날 어딘가로 나가야하므로 내가 좋아하는 '방콕'이란 없을 예정이다. 하지만 요즘엔 그냥 무의미한 약속을 잡고 싶지도 않고 굳이 어디가서 놀고 싶은 마음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경험하고 지식을 쌓고 정리하여 공유하는 것에 더 재미를 느낀다. 차라리 돈을 벌어서 한국 밖에서의 글로벌 콘텐츠와 본격 노마드 디자이너를 위한 워홀을 위해 떠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란 판단이다.


앞으로 최소 3개월 주 7일 디자이너에 도전한다. 3개월이면 내가 목표하던 금액을 채울 수도 있고 다양한 경험, 경력이 압축되어 쌓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한다.




한번 해보는 거지, 뭐 

죽진 않겠지


해보고 일주일차, 한 달차에 해볼만하긴 한지, 살아는 있는지 기록을 할 예정이다.

이것도 내 자신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니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팅.)



이 글은 2019년 5월 2일 작성되었습니다. 더 업데이트된 소식으로 일주일, 한 달차 후기가 브런치에 게시될 예정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