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행
지난 몇 년간 MZ 세대를 중심으로 이끌어왔던 문화 중에 재미있는 현상은 바로 ‘나다움 찾기’ ‘나를 알아가는 여행’ 입니다.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의 일환으로 몇 년전부터 MBTI가 성행했고, 퍼스널컬러 찾기에 이어 최근에는 생기부(생활기록부)찾기와 인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머니투데이)
MBTI는 몇년전에 반짝 유행하고 끝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T인지 F인지 묻고, MBTI에 따라서 “아 너가 그래서 그랬구나” 라는 발견을 하는 일이 많죠.
그러나 MBTI에 대한 접근도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 중 하나로 보는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어느 심리학자가 MBTI를 성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성격은 바뀌지 않는 본질인데 MBTI는 바뀌기 때문이죠.
MBTI를 한 사람들 중에서는 예전에는 I였는데 E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MBTI가 바뀌었다는 사람도 종종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그 심리학자는 MBTI는 지난 3년간의 나의 사회적 모습으로 봐도 좋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I 성향이 강한 직원이 임원을 달고 난 후에 E가 되었다는 예가 있는데요.
이 사람은 임원이 되어 MBTI를 해보니, 문항에 “나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나는 적극적으로 동료들을 이끈다”와 같은 항목들에 임원이라는 사회적 지위로 자연스레 “네”를 택하게 된다는 겁니다.
MBTI는 그야말로 광풍이었고 여전히 많은 소재에 MBTI는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 검사 외에도 퍼스널컬러도 꽤 유행을 이끌었죠. 사람들이 한번에 8-9만원이나 하는 비용을 들여서 나의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는 모습이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도 꽤 많이 인증이 되었는데요. 적극적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패션에서부터 뷰티까지 신경쓰려는 모습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생활기록부의 발견 역시 이러한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의 연장선입니다.
이렇게 최근의 ‘나’를 찾는 모습을 ‘미이즘(meism)’이라 합니다.
원래 미이즘은 모든 일을 자기 위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다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의미의 부정적 뉘앙스를 품고 있습니다. 미이즘은 공공의 모습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죠.
하지만 최근에는 미이즘이라는 개념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개인중심주의라는 뜻에서 나아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주도하고 개인의 가치를 중시한다. 즉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연장선으로 최근에는 면봉으로 입안을 문지르고 키트에 동봉해 업체에 보내거나, 침을 뱉어 키트를 보내면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침뱉어 내면 유전자 검사를 해준다?
국내에서 젊은 소비자 층에게 이러한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업체는 크게 마크로젠, 뱅크샐러드, 메디젠이 있습니다.
누적 이용자수의 경우 뱅크샐러드는 25만명, 메디젠은 1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출처: 매일경제)
MZ세대 사이에 유전자 검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검사비용이 적게는 4만9500원에서 많게는 7만9200원까지 다양하게 책정돼 있는데, 한번 비용을 내고 검사를 하게 되면 여러 항목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마크로젠은 탈모, 피부, 불면증, 카페인 대사 등 69종에 대해 발병 가능성 등의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뱅크샐러드는 탈모, 피부, 복부미만, 짠/단맛 민감도 등 63종의 데이터를 마크로젠은 탈모, 피부, 멀미, 치매, 5대암 등 300여개의 DNA 관련 발병 가능성, 성향을 제공합니다.
특히 탈모 관련해서는 뱅크 샐러드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 탈모 검사 후기가 꽤 많아졌는데 전체 검사자 중에서 20대가 55.9%, 30대가 35.9%로 전체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탈모의 경우 현재 완벽한 치료제가 없다보니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하니,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MZ세대, 젊은층들은 자신의 탈모 가능성을 파악해 관리하기 위해 침을 뱉고 키트에 담아 DNA 검사를 기꺼이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은 ‘나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DNA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고 결과를 SNS에 공유하면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리기도 하죠.
업체들은 DNA 검사를 해주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다양한 검사 결과를 토대로 맞춤 영양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불필요한 보험료는 줄이고 보장 받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솔루션이라는 제안도 합니다.
마케터의 시선
이와 관련하여 마케터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이런 서비스는 과거에도 이미 있었습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거느린 여러 회사 중에 ‘23 AND ME’라는 업체가 있는데요. 이 업체는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부인이 2006년에 설립했고, 인간의 유전자 갯수와 연관지어 기업명에 23이라는 숫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보다 17년 전에 설립된 이 업체는 지금의 서비스와 거의 같은 키트를 받아서 침을 뱉고 다시 반송하면 타액샘플을 검사해 120여개 주요 질병에 대한 위험도 결과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50여개 유전자들에 대한 보유 현황, 20여개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도, 60여개 유전적 특징을 분석해주기도 했죠. 그리고 비용은 99달러였습니다.
2006년부터 꾸준히 모객을 통해 약 50만명 가까운 고객들이 DNA 검사를 했는데 2013년에 미국 FDA에서는 돌연 유전자 테스트 키트 판매 중지를 내렸죠.
처음 23 AND ME 업체는 저항하고 갈등 관계를 보였으나 결국엔 꼬리를 내리고 수용합니다.
여기에는 정치적 이슈도 있고, 사회적 문제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FDA에는 이러한 유전자 검사에 대해 ‘단순한 건강 관리가 목적인가’ 와 ‘의료용으로 활용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본 겁니다.
특히 질병 위험도와 관련하여 이미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연예인은 다른 기관의 DNA 검사를 통해 BRCA 유전자가 나왔고, 유방암 리스크가 높아 결국 유방절제수술을 받기도 했죠.
(출처: 아시아경제)
이러한 내용을 통해 DNA 검사의 경우 결국 질병 위험성을 발견하고 사전에 잘못된 시술, 혹은 수술의 오용 남용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이 부분은 충분히 납득이 될만 합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슈로는 보험사의 로비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DNA 검사를 통해 내가 발병할 질병의 확률을 파악하게 되면 보험을 가입할 때 선택적으로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 위주로 보험을 가입하게 되고 쉽게 보험금을 받게 되면, 결국 보험사는 부담이 높아지고 수익성이 악화될 것은 명확해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험사의 입김이 FDA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추정입니다.
결국 나를 알아가는 여행을 하는데에도 참 많은 정치, 사회 이슈가 혼재돼 있고 아마 한국에서도 그러한 갈등이 서서히 나오지 않을까요?
DNA 검사 인기에 비례해 조금씩 목소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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