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는 유전으로 고르고, 출산은 로봇이 한다!

by Vivian Eunyoung Lee
IQ는 유전으로 고르고, 출산은 로봇이 한다!


최근 미국, 중국에서 각각 나온 소식은 앞으로의 인간 생애의 본질적인 과정도 ‘외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는데요.

먼저 실리콘밸리에서는 IQ가 높은 배아를 고르는 유전자 스크리닝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고요. 중국에서는 2026년에 출산 로봇을 실용화 하겠다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뉴스는 단순히 기술의 혁신이라기 보다 인간이 생명과 삶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먼저 월스트리트 저널에 IQ(지능지수)를 골라 아이를 선택할 수 있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똑똑하게 만들 수 있을까?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막연하게 상상을 했던 내용이 현실로 바짝 다가와서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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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헬스조선)



최근 실리콘밸리의 여러 스타트업들이 앞다퉈배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IQ를 예측하고 부모가 더 똑똑한 아이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중이라고 하는데요. 6,000달러에서 5만달러, 즉 우리 돈으로 약 800만원에서 7000만원 사이를 지불할 경우 배아의 IQ를 측정해 이식하는 겁니다.


실제 여러 부부가 나와 해당 배아 IQ 측정, 이식 관련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요. 근사해 보이긴 하나 아직 과학계에서는 ‘근거’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히브리대학교의 샤이 카르미 교수는 유전자 기반으로 한 IQ 예측은 평균 3~4점 정도의 상승 효과만 있을 것이라며 대단히 천재가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2019년에도 유사 연구가 있었는데요. 5개 배아 중 가장 IQ 점수가 높은 것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평균 2.5점 상승 정도에 그쳤다고 하네요. 결론적으로 이 서비스를 활용해 배아 IQ를 측정한다고 해서 ‘신동’ ‘천재’를 얻지는 못하는 거라 봐야 합니다. 오히려 기대감과 현실간의 간극이 큰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큰 돈을 지불할 욕망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편 중국의 출산 로봇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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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글로벌 이코노믹, ai로 상상한 그림 )



최근 언론을 통해 중국은 ‘인공 자궁’을 통해 출산 로봇 기술을 실용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는데요. 이 내용을 보면 단순한 로봇이 아닌 인간의 수정란을 체외에서 성장시키는 AI 기반 생명 공학 시스템을 열겠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아직 상상 정도이기 때문에 실현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이 뉴스가 가짜 뉴스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렇지만 먼 미래에 가능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서,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중국도 사실 고령화 사회에 출산률 감소가 이슈이긴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산둥성 인공지능 생물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출산을 하지 않는다면 ‘출산의 탈 여성화’를 시행하겠다 라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여성이 겪는 임신, 출산의 고통 없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주장도 펼치지만, 한편으로는 생명 생산의 자동화가 인간다움을 위협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도 큽니다.



유전자 서비스와 윤리적 경계

이렇게 배아의 IQ를 사전에 측정하거나, 로봇을 통해 임신-출산의 과정을 대행하는 기술에 대해 윤리적인 우려도 제법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샤 구세브 교수는 IQ가 높은 배아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죠. 이렇게 선택적인 배아 선호를 할 경우 특정 유전 질환의 부정적인 연관성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적인 유전자 계급 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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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생성 AI로 제작)



만약 정말 IQ를 사전에 측정할 수 있고, 우리가 그것을 선별해 낼 수 있다면 부모 입장에서는 굳이 모르는 척 그대로 놔둘까요? 아니면 좋은 IQ를 가진 배아를 선택할까요?


출산 로봇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임신과 출산은 단순히 아이를 낳는다는 과정이기 보다 부모와 자녀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경험이라 모성, 책임감, 생명의 무게의 관점을 놓칠 수 없는데요. 만약 출산 로봇이 이를 대신하게 될 경우 아이들에 대한 육아를 하는 부모는 어떠한 감정으로 키우게 될까요?


그리고 만약 출산 로봇을 활용해 미리 모든 태아의 성장 관련 데이터를 획득하고 더 나은 아이로 출산하기 위해 각종 영양제 투입, 사전 유전 질환 등을 파악해 조처를 하면서 슈퍼 베이비가 탄생할 수 있진 않을까요? 결국 고소득층이 이용해 사회적 위계가 형성될 수도 있으며, 생물학적 계급화가 초래될 수도 있어요.


기업들은 이러한 IQ 사전 측정, 출산 로봇과 같은 서비스를 내걸면서 과학으로 ‘미래를 파는 마케팅’을 하는 겁니다.


미국 일부 스타트업은 추가로 한 배아당 약 2500달러를 받으면 유전 위험 점수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는 성별, 유전질환, 외모 등 선택적 특성 선별에 대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겠죠. 아무래도 유전적으로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은 배아가 있을 경우, 해당 배아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WHO에서는 유전자 편집과 관련해서 “책임있는 연구 외에는 인간 배아 유전체 편집을 중단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는, 어찌됐건 ‘내새끼는 안 아프고 똑똑했으면 좋겠고, 남들보다 뛰어났으면 좋겠다’라는 기대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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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생성 AI를 통해 제작)



마케터의 시선

배아 IQ의 선택, 출산 로봇은 인간의 본질을 바꾸는 기술이면서 생명의 경계를 재정의하는 기술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처럼 효율성, 우수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이 매력적인 수단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케팅 관점에서 고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팔면서 윤리적 경계선 위에 줄타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가정의 일을 도와주는 휴머노이드 출시와 상용화가 그리 머지 않았다고 하는데, 만약 이러한 로봇들이 우리 삶 속에 ‘일상의 소소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가져가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 나름의 정체성을 갖고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혹은 갑자기 훅 비어버린 시간에 대해 통제를 못하거나, 공허함을 느끼게 될까요?


어떤 때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의 변화, 진보가 너무 빨리 오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 기술이 때로는 큰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요.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의존해서 사고하기를 멈추거나, 발전하지 않는 상태가 되진 않을까 두려움도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인공지능이 나왔을 때에도 학자들이 반으로 쪼개져서 인간의 존엄, 과학의 발전에 대해 팽팽하게 논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술은 냉철하게 하지만 삶은 따뜻하게 만들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 우리는 기술이 우리의 대체로의 삶을 도와준다고 가정하에, 인간답게 혹은 가치있게 시간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게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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