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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Oct 20. 2020

랜선 파리여행, 에밀리 인 파리와 함께 걷기

일 중독자인 20대의 미국인 에밀리가 파리로 발령받으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려낸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인 파리(Emily in Paris)>. 그녀의 파리 적응기와 프랑스식 ‘La joie de vivre(일상의 기쁨)’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이 드라마에는 파리의 아름다운 정경이 한데 모여있다. 에밀리의 친구 민디가 말한다. 파리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도시라고.


파리로 당장 갈 수 없는 요즘이지만, 파리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는 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분명 반가웠을 듯 하다. 힙한 파리의 곳곳이 종합선물상자처럼 담겨있는 에밀리 인 파리의 촬영 장소를 파헤쳐 본다.



Q. 에밀리가 사는 곳은 어디인가요?

그녀는 어디에 살고 있냐고? 5구의 판테온과 소르본 사이이다.


빵오쇼콜라를 사 먹는 베이커리와 거리를 걷는 장면, 가브리엘이 일하는 식당까지 모두 Place de l' Estrapade에 있다. 오래전 한국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나온 분수대도 바로 이곳에서 찍었다. 파리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4구와 7구 사이에 위치한 5구는 집세는 높은 편이지만, 대학가이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식당이나 카페가 많으며 각종 서점이 즐비한 곳이기도 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Ristoranle Terra Nera의 상호만 바꿔서 촬영했다.
에밀리가 빵오쇼콜라를 사 먹고 놀란 베이커리는 2019년에 프랑스 최고의 갈레트를 만드는 베이커리로 선정된 바 있다.


 

Q. 파리지앵은 공원에 가는 것을 즐긴다?

에밀리가 조깅을 하는 곳은 판테온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뤽상부르 공원. 친구인 민디와 대화를 자주 나누는 분수가 있는 공원은 팔레 루아얄(Palais-Royal)이다.



파리의 공원만큼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여유를 즐기는 파리지앵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책을 읽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잔디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여럿이 몰려와 수다를 떨기도 한다. 정원과 벤치, 작은 산책로가 있는 작은 규모의 공원은 몇 블록에 하나씩 있을 정도로 파리 시내의 공원은 많은 편이다. 총면적 2,844㎢인 파리의 500개에 가까운 공원이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팔레 루아얄은 리슐리외 추기경의 개인 거주지였으나 그의 사망 후 루이 13세의 소유가 되어 베르사유 성(Château de Versailles)이 건축되기 전까지 왕실의 저택으로 쓰였다. 오늘날에는 프랑스 예술가 다니엘 뷰런(Daniel Buren)의 현대 미술 작품인 <Les Deux Plateaux> 덕분에 인스타그램 명소가 되기도 했다. 다양한 크기의 흑백 기둥이 놓여있는 모던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거나 휴식을 취한다. 이어지는 공원의 벤치에는 한가지 눈여겨볼 것이 있다. 바로 기욤 아폴리네르, 보들레르 등의 20명의 현대 작가의 시가 적혀진 녹색 의자인데, 그 중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것을 번역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곳은 한낮과 새들이 잠드는 밤에 생명이 가득한 공간이 된다.”




Q. 파리에서 가장 쿨한 카페는 카페 드 플로르이다?

1686년에 오픈한 르 프로코프를 필두로 18세기 후반 파리의 카페는 3,000여 개로 늘어난다. 당시 파리지앵에게 카페는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겨울철 난방을 하기 어려운 가난한 예술가들이 저렴한 금액으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생제르맹데프레의 '카페 드 플로르'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등의 실존주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화가와 철학자 등이 모여 담소를 나누던 그야말로 파리에서 가장 쿨한 카페 중 하나였다.



기호학 교수인 토마는 에밀리에게 이곳을 계약결혼과 자유연애로 유명한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집’이었던 곳이라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그들은 그만큼 여기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커플이 카페 드 플로르를 자신들의 집으로 정한 데는 재미있는 뒷이야기가 있다. 이 카페의 바로 옆에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자주 찾던 짙은 녹색의 차양의 레 되 마고가 있는데, 당시 가장 쿨한 카페였다고. 너무 붐빌뿐더러 부르주아적인 분위기가 싫었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한적한 카페 드 플로르로 옮겨 오면서 이곳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카페 드 플로르와 레 되 마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19세기 파리를 추억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카페 드 플로르의 핫초코는 한 번쯤 마셔봐야 한다. 진짜 초콜릿을 녹인 것으로 밀크 저그에 한가득 서빙된다.



Q. 몽마르뜨는 안 나오나요?

파리를 논할 때 몽마르뜨 언덕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에밀리 인 파리에서도 몽마르뜨는 여러 번 등장하는데 특히 눈에 띄는 곳은 달리다 광장과 장미의 집(La Maison Rose)이다. 에밀리는 장미의 집에서 민디와 와인을 마시고 달리다 광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1850년대에 지어진 장미의 집은 툴루즈 로트렉, 드가, 르누아르 등 여러 예술가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이 살던 곳이다. 그녀는 매력적인 외모와 외향적인 성격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에디트 피아프, 알베르 카뮈와도 깊은 친분을 맺었다.


아이를 낳은 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모델 일을 하면서 드가에게 그림을 배웠다. 인물과 정물, 여성의 누드화를 주로 그렸는데 죽을 때까지 자신의 누드를 가장 많이 그린 화가라고 한다. ‘장미의 집’이라는 이름은 핑크의 외벽에서 비롯됐으며, 몽마르뜨를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수잔 발라동의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가 이 집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현재는 레스토랑으로 개조되어 운영되고 있다.



달리다 광장(Place Dalida)은 샹송 가수이자 배우였던 달리다의 흉상이 있는 작은 광장이다. 번잡한 몽마르뜨의 거리와 달리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몽마르뜨를 사랑해 이곳에서 평생 살았던 그녀는 계속되는 주변 사람들의 불운과 사망으로 54세의 나이로 생을 스스로 마감한 비극적인 사연을 품고 있다. 이곳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몽마르뜨 공동묘지에 달리다가 잠들어 있다.




Q. 에밀리가 에펠탑을 바라보며 파티를 한 곳은 어디죠?

파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특히 에펠탑과 센강의 야경이 그렇다. 2화에 등장하는 파티 장면은 인류박물관에 위치한 카페 드 옴므(Cafe de l'homme)에서 촬영된 것으로 에펠탑의 야경을 보며 저녁식사를 하기에 최적인 장소이다.


출처 : Café de l’homm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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