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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Oct 26. 2020

헬로우톡을 시작한 지 100일, 외국인 친구가 생겼다

어플로 진짜 친구 만들기,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15년 전에는 영어였고 10년 전에는 일본어였으며, 지금은 프랑스어를 공부 중이다. 나의 외국어 공부가 품고 있는 역사는 이토록 길었다.



그때마다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느냐 물으면 그야말로 ‘되는대로’ 였다고 답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는 외국인 친구란 그야말로 희귀한 아이템이었으며, 터치 한 번이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는 풍경을 볼 수 있는 SNS도 없던 시절이었다. 세상이 이토록 긴밀해진 것은 사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인 것이다.


외국어 공부에도 일종의 트렌드 비슷한  있어서 어느 때엔 학원이 반짝 붐이었다가  어느 때엔 드라마로 공부하는  유행이었다. 나의 외국어 공부 역사에도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일주일에  번쯤 학원에 갔고,  당시 유행하던 ‘프렌즈(Friends)’ 같은 드라마를 보거나 ‘굿모닝 팝스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기도 다. 바야흐로 2000 중반에는 ‘온라인 펜팔사이트인 인터팔을 이용해 미국과 캐나다, 일본에 있는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던 기억도 있다.


때론 나의 수준에 따라 학습 방법이 달라지기도 했다. 발음과 억양이 비교적 쉬운 일본어의 경우 공부를 할수록 쓰기가 어려워 인터팔을 통해 만난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작문을 연습했다. 가장 오랜 기간 공부했으나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았던 영어는 뉴스와 관심 분야의 칼럼을 읽으며 어휘와 문장력을 길렀다.


4번째 학습 언어이자 어쩌면 마지막 외국어가 될지도 모르는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위해 내가 최근 주로 사용한 툴은 바로 헬로우톡이다. 기본적인 문법과 어휘를 습득했음에도 일상에서 대화할 때 움츠러드는 탓에 고민하다 찾아낸 방법. 헬로우톡을 핸드폰에 설치만 하고 열지 않는 분들, 어떻게 친구를 만들고 활용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지난 100일간의 ‘나의 헬로우톡 활용기’를 적어본다.




헬로우톡은 기본적으로 ‘언어교환’에 기반을 둔 채팅 프로그램이다. 배우고 싶은 언어와 가르칠 수 있는 언어를 중심으로 상대가 매칭되며, 거주 지역과 국적, 나이 등의 상세한 정보도 표시된다. 세부적으로는 채팅 기능 외에 자동 번역과 첨삭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인스타그램과 같이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개인 공간과 팔로잉 기능도 있다.


나의 사용 목적은 바로 파리에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현지인 친구 찾기’

기본적으로 리스트에 뜨는 대부분의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고 싶거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화는 무척 우호적이다.


다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나에게 맞는 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 실제로 나도 초기에는 여러 명과 인사와 소개만 반복하다 연락이 끊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거나 관심사가 전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서로의 모국어를 가르치거나 배울 의욕이 높지 않은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한다.


여기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간단한 팁을 적어본다. 상대의 프로필 페이지를 클릭해보면 이름과 나이, 사는 지역, 국적과 상대의 관심사와 취미 등의 자기소개가 뜬다.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반드시 살펴보고 공통점이 많은 친구인지 가늠해보자.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해서도 최대한 상세히 적어놓는 것이 좋다.


인사를 나눈 후 며칠간 꾸준히 일상적인 대화가 오갔다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청신호이다. 둘째,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질문과 화젯거리를 준비하자. 한 달 정도 서로 안부만 묻는다면 실상 언어 실력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문학과 여행을 주제로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선택했다. 특히 한 친구는 파리에서 한국 웹툰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는 전문 번역가인데 그녀 덕분에 에밀 졸라, 앙드레 지드, 프랑수아즈 사강 등의 위대한 프랑스 문학인들을 더 자세히 알아갔다. 그녀와 센강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파리 시내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문학에 대한 애정을 나눈 시간은 올 가을 나에게 가장 귀중한 추억이다.


그녀와 함께 간 세익스피어 서점과 포르투갈 전문 서점. 국적은 달라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의 시간은 늘 행복하다.


다른 한 친구는 한국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20대 중반의 회사원으로 마르세유에 살고 있다. 프랑스 소도시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 이번 여름 바캉스 계획을 세울 때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했을 뿐만 아니라 까시스에 갔을 때 만나 점심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다. 그녀들에게 나는 때론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생각을 알려주는 대변자가 되기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깔깔 웃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파리에 있는 친구들과는 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멀리 사는 친구들과는 스카이프나 왓츠앱을 이용해 영상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편이다.


셋째, 프로필과 라이브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앞서 기술한 것처럼 ‘나’를 보여주는 프로필 관리에 소홀하지 않도록 하자. 특히 라이브 기능은 작문을 해 올리면 원어민들이 직접 첨삭을 해주기도 하며, 적절한 주제의 글에 사진을 포함해 게시한다면 나를 알리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친구들은 라이브 게시물을 보고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현지의 외국인들은 K-Pop과 여행, 그리고 음식에 관심이 많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내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를 만든 것이 10년도 넘은 일인데, 지금도 연락이 이어지는 친구가 셋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는 등 우리의 삶은 꽤 큰 변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생각날 때면 주저앉고 연락을 할 수 있는 사이이다.




헬로우톡을 사용한 지 100일이 지났다. 지금까지 인연을 맺은 이는 다섯 명 남짓, 파리에 온 후 외로우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내게도 프랑스인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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