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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Nov 06. 2020

가을, 그림으로 파리 산책하기

19세기 프랑스 화가들이 본 가을의 정경


가을이 되면 문득 생각나는 그림이 있다.

색색의 단풍, 상냥한 표정과 둥그런 어깨를  여인. 센강을 바라보는 모습이 외로워 보이는 한 파리지앵. 어딘가 모르게 권태로워 보이는 카페의 커플. 오늘은 이처럼 명화에 깃든 프랑스 풍경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어본다.


<Au café dit L’Absinthe>, Jean Beraud, 1909년


파리에서 카페를 빼놓는다면 파리의 매력이 절반으로 반감될지도 모른다. 18세기부터 카페는 수많은 화가와 철학자, 작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글을 쓰던 공간이었다. 오늘날에도 파리의 카페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아하지만 다소 우울한 파리의 삶을 묘사한 이 그림에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 연인과 그 당시 많은 예술가가 사랑했던 녹색 요정 압생트가 그려져 있다. 여기 다른 분위기의 카페 그림을 한 장 덧붙인다.


<Au Café>, Edouard Manet, 1878년





좋아하는 여성 화가 중 한 명인 베스트 모리조. 파리 16구에 있는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서 그녀의 그림 81점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여성이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뛰어난 재능과 그림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평생 화가 활동을 지속한다. 당시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은 거리나 야외보다는 집이나 가족들의 일상에서 작품 소재를 얻곤 했던 그녀는 많은 그림에 자신의 삶의 풍경을 녹여냈다.


<Dans le parc>, Berthe Morisot, 1874년


그녀가 그려낸 가을의 풍경은 이토록 사랑스럽고 따뜻하다.




파리에 살게 된 이후로 루브르에 가는 것은 하나의 취미생활이 되었다. Ami du Louvre라고 불리는 연간권을 구입하면 1년 내내 횟수 제한 없이 입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루브르에서 발행하는 잡지도 매달 한 권씩 보내준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근처에 갔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입장하는 호사도 누려봤다. 굳이 루브르가 아니더라도 마음 깊이 좋아하는 박물관을 연중 상시 방문하고 싶다면, 연간권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L’Escalier Nord de la Colonnade du Louvre>, James Tissot, 1885년


어찌 됐든 18세기 후반부터 루브르가 박물관으로 탈바꿈했으니 화가가 방문했을 때엔 박물관으로서 온전히 자리 잡았을 때였으리라.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미뤄볼 때 어디인지 알 듯해서 사진을 뒤적였다. 물론 그때와 전시 작품은 다르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파리 시내의 풍경과 루브르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가을을 연상하게 하는 자메 티소트의 또 다른 그림은 바로 이것이다. 설명을 덧붙일 것도 없이 제목부터 10월, 만연한 가을을 그려낸 작품이다.


<Octobre>, James Tissot, 1877년




르누아르의 아름다운 작품은 수도 없이 많지만 가을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을 하나 선택하라고 한다면 이 작품을 가장 먼저 꼽을 것 같다. 파리에서 가을에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오페라 관람이기 때문이다.

<La Loge>, Pierre-Auguste Renoir, 1874년




해가 진 마들렌 시내는 집으로 향하는 행인과 차량으로 분주하다. 비라도 온 것처럼 길은 물기에 젖어 불빛에 번들거리고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며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그는 마들렌과 생드니, 콩코드 광장 등 파리의 번화가를 그렸는데, 특히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같은 장소에서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의 그림을 조금 더 살펴본다면 이 그림을 그린 장소에서 초가을, 늦가을, 겨울 등 달라지는 계절의 모습을 반복해 그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oulevard de la Madeleine>, Edouard Cortes




센강을 지나는 다리는 36개로 파리의 역사와 파리지앵의 삶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다리로는 퐁데자르(Pont des arts)와 퐁네프(Pont neuf)일텐데, 레오 까락스 감독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때문인지, 센강의 다리라고 하면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구스타브 카유보트가 그려내는 다리 위의 사람들은 마냥 낭만적으로 일상을 즐기는 것 같진 않다. 돌과 나무로 지어지던 다리의 재료가 건설 기술의 발달로 철제로 바뀌게 되고 새로 만들어진 이 다리 위에서 센강을 바라보는 남자는 혼란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Le Pont de l'Europe>, Gustave Caillebotte, 1876년



마지막 그림 또한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으로 창밖을 보는 남자의 뒷모습이 어딘가 외로워 보인다. 이렇듯 그의 그림은 도시 생활자를 묘사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급격하게 현대화가 이뤄지던 당시의 파리와 그 시대를 살아가던 파리지앵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Jeune homme à la fenêtre>, G. Caillebotte, 187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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