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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Aug 15. 2020

가장 프랑스적인 휴가, 베르동 협곡

당신이 상상하던 남프랑스 여행의 모든 것

 플란넬 잠옷을 입고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시며 지중해를 바라보는 아침. 부서지는 햇살과 느리게 흐르는 시간. 내가 상상하던 프랑스에서의 휴가는  아름답고 시적이었다.


그래서 휴가는 상상 그대로였냐고?

아니었다. 프랑스식 바캉스는 생각보다 훨씬 멋졌다.



1억 4천만년 전의 시간을 살아본다는 것

베르동 협곡(Gorges du Verdon)


베르동 협곡에 가까워지자 순간 공기가 서늘해진다. 그랜드 캐니언 다음으로 큰, 세계 두 번째 규모의 협곡이다. 25km가량 산을 가로지르며 길게 이어지는 이 협곡은 깊이가 6m에서 깊은 곳은 1,500m에 이른다. 알프스의 빙하와 눈이 녹아 흐르며 주변의 석회암을 깎아 이 협곡이 만들어졌다는데, 언제 생성됐는지 찾아보니 1억 4천만 년 전이라고 한다. 짐작도 못할 만큼 긴 시간이다.

베르동강 하류의 생트크로와 호수에서 페달 보트 혹은 카약을 빌린다면, 이 웅장한 풍광을 좀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


가파른 절벽을 올라 다이빙하는 사람들, 망설임 없이 개와 함께 강물로 뛰어들어 헤엄치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카약을 즐기는 가족 등, 주위를 둘러보며 자꾸만 소리 내 감탄하게 된다.


하오의 시간.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햇빛 아래 에메랄드 빛깔의 강물이 넘실거린다. 1억 4천 만 년 전, 이곳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상상하지 못했을 풍경이건만 이상하게도 그 먼 과거와 지금이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랜 시간 한 곳을 지켜온 자연 앞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 같은 일이다.


수줍어 쭈뼛거리던 나 또한 용기를 내 강물로 뛰어들어 한참을 즐겼다.

처음으로 프랑스식 휴가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TIP 페달 보트 20유로, 카약 15유로(1시간 기준)

여름철에는 오전 10시 전 도착해 2시간 정도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취향에 따라 수영복이나 음료와 다과를 간단히 준비해도 좋다. 신분증은 필수이니 잊지 말고 지참하자.



좁은 도로와 커브가 이어지는 D952 도로를 따라 운전하다 보면 베르동 강은 물론이고 깎아지른듯한 절벽으로 둘러싼 절경을 볼 수 있다. 일방통행이기에 도로에 따라 1시간에서 4시간까지 소요되는데, 창밖으로 스치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D71, D23 도로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달리다가 전망대를 발견했다면, 잠시 멈춰보자. 900m 높이의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기 그지없다. 운이 좋다면 여우, 독수리, 멧돼지 등의 야생동물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총 14개의 전망대가 있으며, 암벽 등반을 위한 등반로도 300개 이상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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